1960년대 여름 폭우로 도시 전체가 쑥대밭이 된 곳이 있다.
소백산이 토해 내는 물, 엄청난 소백산 태백산 줄기에 비해 개천 목줄기가 너무 짧아서 일본 고이노보리 본고장 소수서원 개천을 휘돌아 풍기 들을 지난 거친 폭우의 물이 봉화 산자락을 타고 몰아치면서 영주시 북쪽 서천을 범람하면서 영주시 전체가 사라졌다. 워낙 큰 수해라서 박정희 대통령이 급히 헬기를 타고 내려오고... 그 이후 폭우 시 목이 짧아 수해를 겪어야 하는 서천에 간이 물막이 소댐(小dam)이 건설되었다. 아시아서 유일하게 은모래가 흐르는 강은 서천의 하류 내성천이다.
지자체가 세금으로 여유 돈이 생기고 디지털화되면서, 그 서천 물막이 작은 댐의 실시간 현상을 영주시청 재난실에서 화면으로 직접 보면서 수해대책회의를 할 수 있도록 서천 물 상태를 시청 재난실까지 영상으로 보여 달라는 atv동영상 시스템 공사를 구축하게 되었다.
브라운 계열 공중선에 VSWR(전압정재파비) 값을 최소치 1:1.1 이하로 떨어뜨려 24시간 TX(송신출력) 5w 영상송출을 해도 공냉식 방열판에 무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송수신기를 만들어서 영주시청 재난실을 방문하고, 다음 날부터 서천댐이 잘 내려다보이는 팔각정 앞에 안테나 타워를 세우고, 댐 수위 영상을 실시간으로 시청 재난실에 보내는 작업을 하면서 양쪽을 자주 왔다갔다하는데... 그때 어주자 눈에 서천댐 아래 물돌이 석바위 쪽에 낚시하는 노인이 보였다.
시스템 구축을 다 마무리하고 나는 마지막으로 안테나 타워 설치 장소에 갔다가 차를 세우고 강변에 낚시하는 노인 분에게 조용조용 다가갔다. 노인의 얼굴은 '백탄 흑탄 타는데...' 하는 아리랑 가사에 나오는 시커먼 흑탄 얼굴이셨다. 건강이 안 좋다는 뜻이다.
뒤에서 조용히 구경하는데... 노인은 제법 자주 낚싯대로 채낚이하며 그때마다 청색과 은색이 튀는 피라미를 낚아올리면서 힐끔힐끔 나를 쳐다보더니, "어데서 왔닛겨?" 말을 걸었다. 그래서 노인 옆에 주저앉아서, "어르신, 세월 참 잘 낚니더." 하였다. 영주 기차역에서 길게 기적 소리가 울렸고, 건너편 강둑에는 조깅하는 남자가 보였다. 노인은 잡기 힘든다는 제법 씨알 좋은 모래무지도 잡아 올렸다. 물이 맑은 곳의 피라미는 매운탕을 해도 비린내가 나지 않고 향기롭다.
소백산이 토한 물은 서천서 장수를 돌고, 그 유명한 청솔 놋다리 무섬마을을 지나 예천 보문 내성천에 은모래를 뿌리고, 고평을 지나고 영남 선비들이 강변에서 시조 읊조리던 선몽대를 휘감고, 다시 더 내려가면 그 유명한 용궁 삼강주막에 다다른다. 대한민국이 아니라 아시아서 가장 아름다운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의 강변이다.
70년대 많은 이들에게 눈물을 쏟게 한, ‘저 강은 알고 있다’ 영화 주인공이 허기진 배로 달이 뜬 은모래 흐르는 강변을 정처 없이 밤길을 걸으면서 한많은 반평생을 눈보라를 알면서... 자신을 슬퍼했던 강변이다.
그런 강변에 내가 낚시하는 노인과 함께하는 시간이니, 내가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그날 낚시하던 노인은, "지는 간암 말기라캐 갖고, 인자 두서너 달도 못 산다카니더만, 그케거나 마게나, 지는 시간 나면 여기 나와서 피래미 낚시 하니더! 까짓거 낼 죽어도 원도 한도 없니더!!"
강바닥이 울퉁불퉁한 석으로 된 곳에 물 흐르는 곳에는 항상 피라미들이 몰리고, 그 흑탄 얼굴 노인은 세월 태워 흐르는 강변 물에서 연신 피라미를 낚아 올렸다.
노인은 소주가 마시고 싶은데 돈이 없다 하셨다. 서둘러 강 건너 절단산 아래로 달려가서 작은 연쇄점에서 소주 두 병 사고 초고추장 한 통 사 들고 다시 노인이 낚시하는 자리에 돌아와서, 청빛 은빛 푸르게 날리는 피라미 배를 따고 초장에 찍어 ‘캬’ 하는 감탄사에 소주잔을 기울였다.
인간 복작거리는 서울이야 내일 올라가면 될 일이지...하면서, 소주 두 병을 간암으로 남은 인생 서너달 밖에 안 남았다는 흑탄 노인분과 주작을 하고나니, 흐르는 강물에는 소백산을 넘어온 뭉게구름이 흐르고, 저 멀리 소백산 줄기가 울음 표정으로 내려다보든 말든 내 생애 슬프고 아름답게 오래 남을 강변주작 놀이를 하고 서울로 돌아왔고...
그리고, 석 달 후 시스탬 점검차 다시 서천 강변에 세웠던 txrx(송수신) 타워에 갔을 때 강변 쪽을 몇 번이고 내려다봐도 그 흑탄 얼굴 노인은 보이지 않으셨다.
소주 두 병이 저만치 흐르는 서천 강물에 둥둥 떠내려가고 있었다.
.....................
제 글은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교차되는 시대상이 있는 넌픽션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