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어제부터 20일간 일정으로 막이 올랐다. 이번 국감에선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 북한군의 우리 공무원 사살 사건 등 그 어느 때보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현안이 수두룩하다. 거여(巨與) 출범으로 의석 판도가 바뀐 뒤 처음 맞는 국감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감 첫날부터 국방위 등 주요 상임위에선 증인 및 참고인 채택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의혹 관련자들의 증인·참고인 채택을 대부분 거부했기 때문이다. 특히 추 장관 아들 관련 의혹과 관련해 추 장관 아들에게 복귀 전화를 한 당직사병 등을 포함해 단 한 명도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사건 관련자들이 직접 국감장에 출석해 증언하겠다고 밝혔는데도 여당은 이를 거부했다.
보건복지위에선 여야가 함께 추 장관 아들을 수술한 의사를 증인으로 채택해 놓고도 여당이 갑자기 보류해서 논란이 됐다. 여당이 압도적 의석수만 앞세워 ‘행정부 호위무사’를 자처함으로써 대정부 견제라는 입법부의 권능을 짓밟은 것이다. 여야가 바뀐 과거 정권들에서도 국감 증인·참고인을 놓고 줄다리기가 벌어졌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여당은 추 장관 아들 관련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 중일 때는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이젠 수사 결과 무혐의였다는 이유를 대면서 증인·참고인 채택을 거부하고 있으나 이는 설득력이 없다. 국감은 유무죄를 기준으로 삼는 검찰 수사와 달리 국민이 갖고 있는 모든 의혹을 국민을 대신해 파헤치는 자리다. 더구나 추 장관 인맥으로 의심받는 검찰 수사팀은 제대로 진실을 밝혀내지 못한 채 무혐의 면죄부를 줬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21대 국회 첫 국감이 반드시 다뤄야 할 안건들은 이루 열거하기조차 어렵다. 국감이 정쟁(政爭)으로 그치지 않고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정책을 바로잡는 국감이 되기 위해서라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의 증인 채택 논란에 발목이 잡혀선 안 된다. 관련 상임위에선 추 장관 의혹 같은 현안들을 면밀히 파헤치면서도 그 밖의 수많은 민생 정책 현안들에 대해 속도감 있는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 국감은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국회가 행정부 독주를 견제하는 핵심 기능이다. 지금처럼 여당이 정부 감싸기를 넘어 온갖 언로(言路)까지 막아버리는 ‘방탄 국감’을 고집한다면 국감의 존재 의의를 부정하고 스스로 청와대와 정부의 2중대임을 선포하는 것에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