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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출처 : 댓글시인 제페토 (ttp://yozm.daum.net/gepetto777)
2차출처 : 오유
* 겨울바다
봄이 지나고
대여섯 달 뒤
항암치료가 끝나면
난생 처음 부자지간에
망둥이 낚시를 즐겼을 텐데,
까다로운 당신 성격에
즐거웠을는지는 알 수 없으나
다 끝이 났습니다
끝나버렸습니다
여쭙건대
지키지 못할 약속임을
그때 이미 아셨습니까
이제 바다는
녹아야 할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영영 얼어
만조의 선창가에서 홀로
낚싯대 드리우는 늙은 사내들을
만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행여 바다 다시 녹아
망둥이며 숭어를 맨손으로 건져 올리는
꿈 같은 날이 오더라고
다 끝난 걸요, 아버지
* "내게 팬티를 사준 남자, 이근안에게…"
그는 지금
반공정육점
서늘한 방
칠성판 도마 위에 묶인
대퇴골보다 단단한 신념으로부터
원하는 대답만을 재주껏 발라낼 참이다
모범적인 교사처럼
침착하고 차근하게 준비를 마친 뒤
무고한 얼굴에 수건 덮고 물 붓는 것으로
일말의 희망을 간단히 끝장냈다
거의 넘어간 숨을
기막히게 낚아챈 그는
새어나간 숨이
두둑이 차오르기를 기다리며
큰아들 중간고사를 걱정하고
물가를 걱정하고
보통사람처럼 라디오에 귀 기울였다
노래가 끝날 때면
나른한 아나운서는
청취자의 사랑싸움을 걱정했다
한파속 폐지 수집 노인
어찌 됐건
돈 되는 종이를
부활의 초입까지 나르는 일은
늙은이들의 몫이 되었다
언덕을 오르던 정오
말보로 상자는 납작해진 주둥이로
브라질 숲에서 왔노라 자랑을 했었다
진작에 고향을 잊은 노인은
의심스런 저울 위에 폐지를 올린 다음
무거운 시선 몇그램을 보태본다
그래봐야 영락없는 푼돈이지만
당분간의 목숨은
그럭저럭 붙은 셈이다
장차 자신의 장례비를
외투에 넣고 돌아서서는
이것도 노후랍시고, 하는 푸념 대신
그깟 외로움 하나 견디지 못한
아들놈의 죽음을 나무랐다
그러고는 생각했다
어째서 사람은
부활하지 않는가 하고
* '맹견 안내견' 화제…장님 개 눈 되어줘 감동 '사람보다 낫다'
보이지 않아도 내 다 안다
툭 하고 목줄 당기면
삼나무 숲에 가자 하는 것임을
보이지 않아도 내 다 안다
행여 목이 조이지 않을까
때때로 돌아보는 선한 눈을
저무는 하늘을 볼 수 없는 나는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그래도 내 다 안다
툭 하고 목줄 당기는 그때가
우리 아쉽게 돌아가야 할 때임을
* '선관위 디도스공격' 정두언 의원 비서도 연루?
< 나쁜 버섯 >
여름 무더위
장마가 시작되면
모처럼 수분을 공급받은 독버섯은
기회를 놓칠새라
사방에 포자를 날립니다
운 좋게도 비는 연일 그치지 않고
무방비의 땅, 그 죄 없는 피부 위에 종기처럼
아비를 빼닮은 자식들이 솟구칩니다
이런 호시절이 또 오겠나 싶어
설치류가 일으킨 작은 바람에도
어떻게든 몸을 실었습니다
대지에 충만히 퍼졌습니다
그러나 때가 이르면 비도 그치는 법
내내 음지였을 땅 위에 태양이 작렬하고
발뺌 못할 선명한 명암의 경계마저 드리우면
비참하게 타버릴 욕망의 화신들은
아마도 작별 고할
시간조차 없을 겝니다
* 6명에 장기기증 새 삶 주고 高1 기석이는 그렇게 떠났다
헤어지는 것일 뿐
다시 만남을 믿자
연말 붐비는 종로 거리에서
결혼 앞둔 카센터 청년의 콩팥으로
동갑네기 고3 소녀의 심장으로
붙임성 좋은 할머니의 췌장으로
알아보지 못한채 스쳐 가더라도
아파하지 말자
이물거리는 파편일 뿐이라는
속상한 말도 하지 말자
그래야만 하는 까닭은
마지막 날까지 함께 살아
울고 웃을
그대 남은 여생이기에
'투병 중인 아내' 살해 후 목 맨 70대
병상마다 이런저런 사연들이
애틋하고 서럽다
병든 내외가 함께 떠났더라는
가슴 아픈 이야기는
처지가 다르지 않을
이들에서 저들로
병상에서 병동으로 번지는
긴 탄식이 되겠지
유품 치워진 적막한 방에 홀로
술잔 기울이며 우는 자식의
아픈 후회가 되겠지
* [수도권]“시각장애 딛고 마음의 눈으로 詩를 씁니다”
< 명치 >
만져지는 시란
어떤 느낌입니까
그 두텁고 무덤덤한 종이 위에
오돌토돌한 요철을 나열한 다음
느린 손끝으로 읽어내는 일 말입니다
가을여행을 떠나고 싶었다라고 읽는 일
골목길에서 수없이 울었다라고 읽는 일
딸이 떠났다라고 읽는, 그런 일들 말입니다
손 끝에 만져지는 슬픔은
어떤 느낌입니까
혹시 잠 못드는 밤
명치끝에 만져지던 그것은
따님의 이름입니까
* 창간특집 사회계약 다시 쓰자]8대 제안 ① 더 놀자, 더 쉬자
죽도록 열심히 산 김씨
그래서 죽었다
살살 살아도 사는 세상
그래서 그립다
* 보이저 1호의 끝없는 항해 태양권 바깥 '미지의 세계로'
그대 멀어질수록
우주는 커졌고
인류는 한없이 작아졌다
돌아올 수 없는 매정한 임무를
군말 없이 해냈다지만
머지않아 전원은 꺼지겠지
그래도 마지막 순간에는
울음 섞인 소감이라도
한마디 남겨다오
떠나 보니
너희 나고 사는 모든것이
기적이었더라고
* [사진]노동자의 어머니 영원히 잠들다
< 마중 >
온통 눈밭일 세상
마중 나온 스물 세 살 사내가
길눈 어두운 어머니를 위해
맨발로 눈길을 녹입니다
희미한 석유 냄새에
니 태일이 아니가, 하고
이름 부르시는데도
근사한 미소로 맞이하고픈 그는
돌아서면 울음이 터질 것 같아
못 들은 척 시린 발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인사를 해야 한다면 어머니,
잘 오시었다고 말해야 할까요
고통에 절규하는 곰을 죽이고 자살한 어미곰
너의 가슴팍에
반달을 물려준 것이
어미의 죄다
숲에서 포획된
내 아버지 방심이 죄다
죽기 전 아버지는
산딸기를 그리워했다
잘 익은 다래를 그리워했다
이제 그만 고통을 끝낼 시간
아 , 깊은 산 고목 틈에 출렁일
아까시 꿀
* <인도서 결혼거부한 소녀 화형당해>
지글거리며 오그라들었을 앳된 얼굴
이미 검게 그을린 눈을 들어
불길 너머를 보았겠지
춤추듯 오르는 매운 연기 사이로 언뜻언뜻
구경 나온
사람 모양의 들짐승들
지참금 달고 나온 년이라 저주 퍼붓던 아버지라는 사람은
까무러친 아내를 내려다보며
그래도 어찌 됐든 명예는 지켰노라며
자랑스레 고함을 질렀겠지
순수하여 야만스런 그 커다란 눈동자에
분명
지옥 불빛 이글거렸겠지
* [신동호가 만난 사람]시대와 소통하는 소셜테이너 김여진
때리는 자의 상처를 염려한 사람
대본 한 장, 쪽지 한장 없이 무대에 올라
때리지 말라
때리는 여러분도 상처 받는다
용역을 향해 호소하던 그녀
단련된 운동가가 아니었는지
어린애처럼 눈물보가 터졌다
내 등덜미가 뜨거워졌다
계속해 주십시요
서툴고 눈물 나도
연기가 아닌 진심이기에
NG는 없습니다
* 실종 어린이 찾다 급류에 휩쓸려 끝내… 30세 소방관의 ‘안타까운 순직’
건져 올려진 부릅뜬 눈에
사랑하는 얼굴들 출렁이다
주르륵 흘러내렸습니다
목숨 내놓는 일
그 일만은 안된다 하시던
겁먹은 어머니 얼굴 떠올라
캄캄한 급류 속에서 후회하지는 않았을런지
이기적인 저로서는 모르겠습니다
이제 그만 쉬십시요
태양이 지지 않는 눈부신 초원에서도
초조하고 불안함에 서성이겠지만
천년이 하루같을 그곳에서는
머지않아 당신 얼굴 빼닮은
막내 딸 초등학교 입학식 사진을
엄마와 씩씩하게 살고 있노라는
삐뚤게 눌러 쓴 편지와 함께 받게 될 것이고
그러면 이제 마음 편히
영면해도 될 때임을 알게 되겠지요
* 인제 총기휴대 탈영병 7시간여만에 검거(종합2보)
재앙 같은 시간
너에게는 특별히
두 배, 세 배로 빠르게 지나라
그리하여 어느 날
퍼뜩 잠에게 깨어서는
망할 놈의 그 시절
악몽을 꾸었노라며
두 살배기 아들 끌어안고
허허 웃게 되기를
* 육군 중위, 정기 강하훈련 중 추락사(종합)
교장 위에 부서진 청춘아
오늘 밤
국화 냄새 쫒아
숲을 가로질러라
흙 묻은 군화는
벗들의 구두 곁에
나란히 벗어 두고
너를 추억하는
다정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
좋은 녀석
짧은 생이었지만
그래도 멋지게 살다 갔더라는
진심어린 칭찬에도
그대 아프겠지만
* 용인서 건물 외벽 유리창 청소하던 인부 추락사
그놈의 동네는 가지 성성한 나무 하나 없었더냐
푹신한 잔디 한 평 깔려 있지 않았더냐
에라이 에라이
추석이 코 앞인데
눈 비비며 전 부치고 계실 어머니는 어쩌란 말이냐
하필 당신 나와 같은 나이더냐
전기줄에라도 매달렸어야지
없는 날개라도 냈어야지
누구는 이십층서도 살았다드마는
구미터면 살았어야지
어떻게든 살았어야지
발 밑 좀 살피지
뭐라도 붙잡지
귓볼 스쳐 날던 나비에라도 매달리지
이번 추석은 글렀다
웃으며 지나긴 글렀다
음복 하며 울게 생겼다
*혼자 살던 50대男 숨진 지 10여일 뒤 발견
[ 명복을 빌며 ]
죽기 한달전에 그랬다
연락 할 친구도 없고
연락 닿은 친구는 외면했다
일이 끊겼다
배가 고프다
체취 좋던 그녀가 떠오르는 고약한 하루
나를 때리던 아버지 산소에 가 볼까?
어머니를 화장 하지 말걸 그랬어
삼천원 털어 소주를 샀다
쾡한 눈 오랜만이라며 반기는 가게주인
고마운 건 집주인이다
밀린 월세 재촉 하지 않는 것이 더 미안하다
전기장판 위에서 마지막 소주를 깐다
염 하듯 차가운 기운이 뱃속을 씻어 내린다
뭔가 할 일이 있었는데...
의식이 황급히 달아난다
빈속에 마시는게 아닌데...
아아, 화장 해달라는 쪽지라도 남길걸 그랬어.
그리고 이 시는 alfalfdlfkl님이 쓰신 추모시야.
(제페토님인줄 알았더니 아니라고 하더라고..)
2010, 충남 당진의 한 철강회사의 용광로에 빠져죽은 청년이 있었어.
<그 쇳물 쓰지마라>
그 쇳물 쓰지 마라.
광온(狂溫)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도 말 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것이며
못을 만들지도 말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적 얼굴 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 주게.
가끔 엄마 찾아와
내새끼 얼굴 한번 만져 보자. 하게.
시 내용들이 하나같이 씁쓸하네.
현 시대상황이 이렇기 때문이겠지...
오년 열심히 버텨보자 언니들 :)
첫댓글 언니 말멀 !!
정말 잘쓴다.. 아 근데 이 씁쓸한 마음은 뭐지.. ㅠㅠ 슬프다..
대박...
예전에 용광로에 빠져서 돌아가신분 시도 눈물났었는데....
그것도 이분시야!
뭐가 빠졌다 했더니!
지금 추가해야지 ㅠ 고마워언니
삭제된 댓글 입니다.
언니 다시 스크랩해가! 시 더 추가했어!
그 용광로에 빠져서 돌아가신 청년분에 관한 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정말 시읽고 울었는데..
와.... 씁쓸하다 ㅠ
용광로시는 어디있어? ㅠㅠㅠ 아 눈물나..ㅠㅠ
지금 막 수정했어 ㅠ
시너무잘써; 언뜻보면 되게 간단한 내용인데 어떻게 이렇게 표현할까ㅜ느므좋은글 잘 보고감
씁쓸하다
아...하나하나 먹먹하고 울컥한다....고마워언니.....ㅠㅠㅠ두고두고 마음에 남을거같애
나 이분 너무좋아ㅜㅜㅜ 사연알고읽는시라 더절절하구
(제페토) 읽었던 몇개에서 더 추가되었네 ㅠㅠ 아 하나같이 슬프당..
이분 시 볼때마다 가슴에 새롭게 와닿음
아.. .하나같이씁쓸하다
아 너무 슬프고 안타까워서 눈물나ㅠㅠ 이게 우리네 현실이라는 게 슬프다.. 시 쓰신 분 대단하다
용광로 사건 있고 저 댓글 읽고 진심 많이 울었는데
정독.. 진짜 이글제목마저 좋다
나 맥모닝먹으면서 폰으로보다가 맥도날드에서 울었다...
하..ㅠㅠ
눈물이 난다 ㅠㅠㅠ
어떻게 이렇게..쓰지...ㅠㅠ.....이런건 진짜 천부적인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