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핑크돌핀스는 타이완에서 열린 2016 평화의 바다를 위한 섬들의 연대 국제평화캠프에 참가하였습니다.
평화캠프 셋째날인 2016년 8월 26일에 타이완 타이동 시 부근에 위치한 선주민 부족인 파이완족 마을 라라오란(拉勞蘭)을 찾았습니다.
마을 이름 '라라오란'은 파이완어로 비옥한 토지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파이완 부족은 원래 샹란산(香蘭山) 위에 살고 있었지만, 일제시대(1895-1945)에 강제로 하산당한 뒤 몇 번의 강제이주 과정을 거쳐현재 마을에서 살고 있습니다.
저 멀리 뒤로 보이는 산들이 원래 파이완 부족이 살던 곳인데, 지금은 바닷가에서 가까운 평지로 이주당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파이완 부족이 사는 신샹란(新香蘭) 지역의 라라오란 마을은 아미족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는 곳입니다.
실제로 저희가 방문한 마을 가운데 도로가 나있는데, 그 도로를 경계로 파이완족과 아미족이 나뉘어 있습니다.
라라오란 마을 입구에 서면 곧바로 공방이 보입니다. 이 공방은 마을을 방문한 사람들을 맞이하는 환영센터이며, 라라오란 마을의 중요한 상품 작물인 좁쌀(小米)로 만든 여러 공예품을 파는 곳이기도 합니다.
아래 사진이 라라오란 마을 입구에 서있는 좁쌀공방입니다.
외부인들은 파이완족의 마을에 들어가기 전에는 반드시 마을족장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나쁜 기운이 없는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검사를 받는 방법이 흥미롭습니다.
외부인은 마을 입구에 주민이 피워 놓은 불 위를 걸어서 통과해야 합니다. 불 위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는데, 외부인이 이 불 위를 통과할 때 외부인의 냄새가 연기를 따라 하늘로 올라간다고 합니다.
그러면 하늘에 있는 신이 그 냄새를 맡고, 나쁜 기운이 있는지 없는지 살펴본다고 합니다.
평화캠프 참가자들은 이렇게 연기가 피어오르는 불 위를 한 사람, 한 사람 건너서 드디어 파이완족 마을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파이완족은 매년 7월 한 해 농사의 풍성한 수확을 축하하는 수확제를 개최합니다.
마을 주민은 이 수확제에 관한 흥미로운 전설 한 가지를 저희들에게 소개해주었습니다.
파이완 부족은 족장을 두목(頭目)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두목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 부모에게서 두목의 자리를 물려받아야 합니다.
파이완 부족의 두목은 아들이건 딸이건 보통 첫 아이에게 족장 자리를 물려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래 전에 한 두목의 둘째 아들이 있었는데, 두목의 자리를 탐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두목의 자리는 이미 첫째 자식(여자인지 남자인지 불확실)에게 주기로 되어 있었고, 둘째 아들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어느날 부족이 다같이 사냥을 나갔는데, 둘째 아들의 누나(또는 형)만 못돌아오고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마을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첫째 자식이 죽은 것으로 여기고 동생을 족장으로 추대하였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첫째가 물에 빠진 뒤 헤엄쳐서 어느 무인도에 갇혀 있었던 것입니다.,
어느날 돌고래가 나타나 섬에 갇혀 있던 첫째를 데리고 바다를 건너 마을에 데려다 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첫째는 부정한 방법으로 두목이 된 동생을 쫓아내고 마을의 족장이 되었다고 하네요.
이후 매년 7월경 돌고래를 섬기는 축제인 수확제를 파이완 부족 사람들이 연다고 합니다.
현재 파이완 부족의 족장은 남자인데, 지금까지 2-3 차례 정도 여성이 족장인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파이완 부족이 사는 라라오란 마을 한 켠에는 공군기지가 들어서 있습니다.
타이완 공군의 치항(志航)기지에 딸린 샹란 사격장입니다.
1960년대 장제스(장개석) 정권은 중국 대륙에서 벌어지던 국공내전에서 작전을 벌이기 위해 타이동 지역에 치항공군기지를 건설하기로 하고, 기지는 1971년 8월에 완공됩니다.
그리고 이 기지에서 전투기로 약 5분 정도 떨어진 신샹란 바로 옆 라라오란 마을에 공군사격장을 건설합니다.
이 사격장 부지는 파이완 부족이 살던 곳을 밀어내고 지어집니다.
사격장 역시 공군기지의 일부로서 전투기 조종사들이 공중폭격 훈련을 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안전상의 문제로 실제 폭탄은 투하하지 않았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날아다니는 전투기에서 발생한 소음이 무척 괴롭습니다.
하지만 국가의 일방적인 결정에 파이완 부족은 제대로 된 항의도 하지 못하고 당하고만 살아야 했습니다.
2009년 타이완이 무인항공기(드론)를 도입하여 야간에도 사격훈련이 가능해지자, 비행기 소음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그리고 2010년 3월 두 번에 걸쳐 무인항공기 추락 사고가 발생합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추락한 장소가 조금이라도 빗나갔다면 주변 주민의 가옥이나 농지에 떨어져 큰 사고가 일어날 뻔 했습니다.
현재 타이완 국방부는 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지 주변 마을인 타이마리향(太麻里鄕) 전체에 보상금 800만 타이완달러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주민들의 전통 영역을 빼앗아 지은 군사기지가는 여전히 선주민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으며, 마을 한 켠에 들어선 공군 사격장으로 인해 안전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습니다.
군사기지로 인해 고통받는 파이완 부족 원주민들과 연대하는 2016 타이완 국제평화캠프 셋째날 활동소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