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장편동화>
병덕이의 눈물
아침부터 매미소리가 쩌렁쩌렁 울렸습니다.민수는 벼포기가 파랗게 물결치는 논둑길을 걸으며 흥얼흥얼 노래를 부릅니다.발길에 차이는 풀잎에선 메뚜기가 톡톡 튑니다.
냇가에는 개구리가 개골개골
논두렁엔 메뚜기가 토독토독
미루나무 위에선 맴맴맴맴
매미가 대장입니다
민수는 마을 뒤편으로 나 있는 산길을 돌아서 병덕이네 집으로 향했습니다.어느 새 여름 해가 높이 솟아 올라 햇살이 따갑게 내리쬐고 있었습니다.
"병덕아! 뭐하니?"
민수가 마당으로 들어서며 병덕이를 불렀습니다.집 안엔 아무도 없는 듯 조용했습니다.
민수는 뒤곁으로 가 보았습니다.그곳에 병덕이가 있었습니다.쭈그리고 앉아서 풀을 뜯고 있는 염소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새끼 염소가 어미 염소 주위를 강동강동 뛰며 재롱을 부립니다.어미 염소가 새끼 염소의 머리를 혀로 핥아줍니다.
민수가 다가서는 줄도 모르고 멍하니 앉아 있는 병덕이의 눈가에 얼핏 눈물이 보였습니다.
"병덕아,너 울고 있잖아?"
"으응? 아니야."
갑작스럽게 민수가 나타나자 병덕이가 흠칫 눈가를 훔쳤습니다.
"병덕아,너희 아빠는 어디 가셨니?"
"이른 아침에 병원에 가셨어.허리 수술을 받으신데.니네 삼촌이랑 같이 가셨는데 너는 모르니?"
"우리 삼촌이랑?"
"응.집에 오시려면 한 달은 걸릴거라고 하셨어."
"수술을 받으신다니 잘 됐구나.어서 나으셔야 할텐데.참 너 아까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었니?"
"아무것도 아니야.그냥 염소 구경하고 있었어......,"
병덕이는 민수의 묻는 말을 얼버무리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사실 병덕이는 엄마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돈을 벌겠다며 집을 나가신 지가 이 년이 넘었지만 지금껏 소식이 없는 엄마가 몹시도 야속하고 밉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미운 마음도 잠시,시도 때도 없이 병덕이는 엄마가 얼마나 보고 싶은지 모릅니다.아빠가 병원에 가시고 집에 혼자 남게 되자 더욱더 엄마 생각이 났던 것입니다.
그런 병덕이의 마음을 모르고 민수는 병덕이가 아빠와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야 하기 때문에 우울해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병덕이는 재 작년 설날 엄마 아빠와 함께 떡국을 먹던 생각이 났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잔뜩 차린 밥상 앞에서 병덕이는 떡국을 유난히 맛있게 먹었습니다.
떡국을 먹으면 나이 한 살을 더 먹으니 이젠 의젓해야 한다며 떡국을 그릇 가득 담아 주시던 엄마를 생각하며 병덕이는 또다시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엄마는 어디에서 무얼하고 계실까? 아빠와 내가 보고 싶지도 않은가?'
병덕이는 엄마가 너무너무 보고 싶었습니다.언젠가는 꼭 선물을 잔뜩 사 가지고 돌아오시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빠가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가 계신 걸 알면 한달음에 달려오실까? 혹시 엄마는 다시는 집에 돌아오시지 않을지도 몰라.늘 술주정하시는 아빠가 싫고,말 안 듣는 내가 미워서 엄마는 돌아오시지 않을지도 몰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병덕이는 손으로 턱을 괴고 앉아 있습니다.
눈은 염소들을 보고 있지만 눈동자엔 힘이 없고 눈물만 글썽이고 있습니다.그런 병덕이를 보며 민수는 무슨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병덕이가 엄마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이젠 짐작하였기 때문입니다.
"병덕아,내가 재미있는 얘기 해 줄게."
민수의 말에 병덕이는 시큰둥하니 관심도 없는가 봅니다.
"지난번에 내가 얘기했던 커다란 구렁이 말야.그 구렁이는 뿔달린 구렁이야."
"뭐?뿔달린 구렁이?"
시무룩하던 병덕이가 뿔달린 구렁이란 말에 화들짝 놀라며 민수를 쳐다봅니다.
"어젯밤에 산아저씨가 그 구렁이들을 잡았어.나랑 초랑이랑 동수랑 혁이 형 이렇게 넷이서 어젯밤에 용굴 앞......,"
민수의 이야기가 길게 이어졌습니다.똥그란 눈으로 민수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병덕이의 얼굴이 놀라움으로 변해갔습니다.
"그래서 혁이 형한테 부탁했어.우리도 산아저씨네 집에 놀러 갈 수 있도록,산아저씨에게 허락해 달라고......,"
"그러니까 외뿔 황구렁이를 산아저씨가 잡아갔단 말이지?"
병덕이도 신기한지 눈빛을 빛내며 민수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습니다.
민수와 병덕이는 뒷동산으로 올라섰습니다.뒷동산엔 널찍한 평지가 있고 수풀이 무성히 자라고 있었습니다.
민수는 병덕이를 따라 풀밭으로 뛰어갑니다.여기저기서 많은 염소들이 풀을 뜯고 있었습니다.한낮의 뜨거운 열기가 풀섶에서 후끈후끈 달아났습니다.
민수와 병덕이는 언덕 위에 우뚝 솟아 있는 왕소나무 아래로 갔습니다.소나무 그늘이 시원했습니다.솔솔 바람이 불러옵니다.병덕이가 하모니카를 붑니다.
"붕-붕-붕-"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 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돟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병덕이가 부는 하모니카 소리에 맞춰 민수가 노래를 불렀습니다.
"민수야,오늘밤에 우리집에서 나랑 같이 자자.나 혼자뿐이잖아."
"그래.좋았어."
민수가 집에 돌아오자 삼촌이 돌아와 있었습니다.병덕이 아빠는 이틀 후에 수술을 한다고 하였습니다.
저녁을 먹자마자 민수는 병덕이네 집으로 달려갔습니다.이젠 밤이라도 병덕이네 집이 무섭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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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를 마칩니다.감사합니다.
2013.4.22 소연/조성덕
첫댓글 감사함니다
네.
즐거운 시간되세요.
감사히 잘 보고갑니다,
오셨어요?
벚꽃이 많이도 피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