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혼밥
지난 이월 초순 설을 쇤 첫 주말이었다. 팔룡동터미널에서 고현행 시외버스를 탔더니 창원터널 지나 장유를 거쳐 거가대교를 건넜다. 올봄부터 옮기게 된 연초 부임지 사정과 와실 형편을 알아보고 다시 고현으로 나가던 길이었다. 고현으로 나갈 땐 시내버스를 타지 않고 연초천 천변을 걸었다. 중간에 중곡아파트단지 상가에서 추어탕을 들고 고현터미널에서 창원으로 복귀했다.
그날 추어탕이 거제에서 든 첫 혼밥이었다. 늦은 점심때였기도 했지만 조선경기가 침체된 거제의 지역 경제를 실감할 수 있었다. 내 말고는 아무도 없는 썰렁한 식당이었다. 거제 외식 사정을 간접으로 들은 얘기가 있다. 첫째는 값이 비싸고, 둘째는 맛이 별로고, 셋째는 불친절이라 했다. 조선경기가 활황일 때 거리의 강아지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녔다니 그럴 만도 하다 싶었다.
이후 근무지 동료로부터 전입교사 환영자리인 하청 바닷가 자연산 횟집으로 나가고 단체석을 너르게 갖춘 고현 갈비집도 들려봤다. 이웃학교 동년배 친구와 횟집이나 무한리필 소고기도 구워먹은 적 있고 맛집으로 알려진 곰탕집도 찾았다. 퇴직 선배와도 횟집에도 들리고 굴구이집에도 들렸다. 친목회나 학년부에서 초대한 받은 경우가 있어도 말벗이 없어 응하지 않은 때가 있었다.
연사 와실에 머물면서 그동안 아침밥은 하루도 거른 적 없이 꼬박꼬박 지어 먹었다. 햇반으로 데워먹는 아침이 아니고 작은 전기밥솥에 1인분 밥을 지어 찌개와 창원 집에서 마련해온 기본 반찬으로 해결했다. 난 초저녁에 잠든 경우가 많아 잠에서 깨면 한밤중이었다. 어떨 땐 새벽 두 시나 세 시에도 밥을 지어 먹었다. 평소는 다섯 시 전후 아침밥을 먹고 설거지까지 간단하게 마쳤다.
근무지 점심은 급식소에서 동료들과 같이 먹는다. 봄에는 저녁도 급식소에서 학생들과 함께 한 끼 해결하기도 했다. 군대 짬밥이 질리듯 학교 급식소 밥도 그랬다. 성장기 아이들 중심 식단이다 보니 닭고기나 돼지고기가 많이 나와 질렸다. 나는 나물이나 생선이 나오면 좋은데 그렇지 못해 저녁밥은 와실서 손수 지어 먹은 경우가 더 많았다. 드물게 식당을 찾아 해결하기도 했다.
내가 주중 머무는 연사는 한적한 시골이라 편의점 말고는 가게가 없다. 버스정류소 가까이 간이식당은 두 곳 있다. 원룸에 사는 조선소 독신자들이 가끔 들리는 듯했다. 생선구이와 닭도리탕을 판다는 알림판을 봤다. 나는 그 골목을 자주 지나쳐도 한 번도 들리지 않았다. 앞으로도 들릴 일이 없지 싶다. 어차피 혼밥 혼술이라면 와실로 들어 내가 손수 차려 먹음만도 못할 듯해서다.
퇴근 후 산행이나 산책을 나간 경우가 있다. 용무가 있어 어쩌다 고현으로 나간 날도 있다. 고현에서는 식당을 두 곳 알고 있다. 초봄에 거제 사정을 잘 모를 때 재래시장 구경을 갔더랬다. 바다와 접하지 않아도 어패류와 활어도 팔았다. 시장 골목을 지나가 순대돼지국밥을 먹었는데 맑은 술을 두 병이나 비웠다. 그리고 실내 포차 한 곳 알아놓고 곡차나 맑을 술을 들고 돌아왔다.
연사에서 가까운 연초삼거리로 나간 경우가 가끔 있었다. 생필품을 마련하느라 농협마트를 찾은 적이 있다. 산행 산책 후 거길 지나다가 정해둔 돼지국밥집을 들려 저녁을 들기도 했다. 그럴 땐 반드시 맑은 술 두 병은 기본이었다. 이웃학교 동갑 친구와도 마주앉기도 했다. 종업원은 쓰지 않고 바깥양반은 주방에서 음식을 장만하고 여주인이 손님을 맞이하고 상을 차려내었다.
연초는 내륙이라 갑갑할 때 퇴근 후 바다를 보려고 시내버스를 타고 장승포나 지세포로 나갔다. 장승포에서 북쪽 끝 능포항으로 나갔다가 분식점에서 국수로 곡차를 든 적 있다. 장승포시외버스터널 옥수 재래시장에서 집밥을 두 차례 든 적 있다. 달포 전 들렸더니 식당 문이 닫혀 있어 발길을 돌린 적 있다. 오늘은 일과가 끝나면 옥수동 재래시장으로 가 볼까나. 문이 열려 있으려나. 19.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