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을 바라는 자, 꼴찌를 분노케 마라!’
이른바 ‘꼴찌괴담’이 리그에 흉흉하다. 전날 Kixx에 정관장이 무너진 데 이어 티브로드가 SK에너지의 '고추가루'에 정신을 잃고 말았다. Kixx SK에너지는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리그 최하위였으며 정관장과 티브로드는 중위권 핵심이었다.
11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KB국민은행 2012한국바둑리그 14라운드 2경기 SK에너지-티브로드 전에서 예상을 깨고 꼴찌 SK에너지가 3-2로 승리하며 갈 길 바쁜 티브로드의 발목을 낚아챘다. 이로써 7승7패가 된 티브로드는 순위는 변동 없이 5위지만 4위와의 간극이 더 벌어지고 말았다.
확실히 맘을 비우게 되면 뜻밖의 강점이 나타나는 법. SK에너지는 그동안 1,2지명의 부진이 알재였다. 주장 최철한은 결혼 준비로 인해 4,5월에 부진했다. 안국현은 2지명이면서도 3승9패로 최악의 성적을 보였다. 기둥이 흔들리니 팀이 올바로 행진할 수가 없었다.
▲ 주장전 답지 않게 초반부터 원 사이드하게 최철한이 앞섰다.
▲ 조혜연은 역공할 기회를 놓치면서 결국 대마가 잡히고 만다.
●○…1,2지명이 나서서 1승1패라…
① 최철한-조한승 ② 조혜연-이지현
티브로드는 1,2지명 조한승 이지현이 나서서 1승1패를 기록했으면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주장전 답지 않게 1국에서는 조한승이 평소와 달리 지나치게 실리를 파는 작전으로 나와서 초반부터 최철한(흑)이 두텁게 판을 짤 수 있었다. 중반 들어 백은 상변에서 엷은 모양을 상당히 상쇄를 했지만 역시 흑의 두터움이 위력적이어서 견고한 중앙 흑진을 깨지 못했다. 결국 무리하게 중앙전을 시도하다 오히려 상변 백 대마가 잡히고 말았다. 조한승이 힘을 못 쓴 한판이다.
이름값이나 랭킹으로 보면 조혜연(백)이 힘들 것 같지만 실제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하변 백말을 잡으러 간 이지현은 거의 잡은 것으로 보았지만 포위망에 허점이 발견되어 오히려 제대로 두었더라면 조혜연이 역전승을 거둘 뻔했다. 그러나 너무 긴장한 듯 조혜연이 망설이다가 결정을 못 내렸다. 우변과 수상전을 벌이는 수단을 놓치면서 오히려 하변 백말이 결국 죽고 말았다.
▲ 오랜만에 안정적인 바둑을 선보인 안국현의 완승.
●○…‘다 이긴’ 바둑은 이길 수가 없는가?
③ 안국현-류수항 ④ 김동호-허영호 ⑤ 진시영-이춘규
1-1에서 맞이한 3국. 평소 네일벨류라면 안국현이 앞서지만 성적으로는 류슈항이 4승1패로 안국현의 3승9패보다 앞선다. 하변에서 한번 불꽃이 일었다. 그러나 백이 패싸움을 확장하지 않고 타협에 나서면서 중앙 흑이 약간 두터워져 흑이 기분 좋은 흐름. 승부처가 된 곳은 상변.안국현은 뚫려주면서 중앙을 틀어막아서 결국 두터움으로 중앙 대궐을 만들 수 있었다.
비록 티브로드는 1-2로 뒤졌지만 남은 두 대국에서 앞서나가자 비로소 안도하며 관전할 수 있었다. 4국 허영호는 안정감 있는 경기력을 과시한 끝에 초반부터 월등하게 두터워서 일찌감치 승리를 예견했다. 반면 15집 이상은 확실히 남는 내용.
그렇다면 5국이 결정판이 된다. 초반부터 흑 말이 좌변에서 일찍 무리하게 행마한 끝에 거의 돌을 거두어야 할 정도로 진시영은 ‘망했다.’ 타개가 주무기인 이춘규(백)는 모처럼 초반부터 손바람을 냈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진시영의 대역전으로 끝났다.
초반 좌변 꽃놀이패의 대가로, 현실적인 대가 없이 백은 중앙 두터움을 가져갔다. 중앙 두터움으로 결국엔 중앙에서 상당한 실리를 얻어냈지만 그 과정에서 출혈은 매우 컸다. 좌변과 좌하귀 백을 허용한 대가치고는 백이 차지한 중앙 실리는 적었다. 이춘규눈 판 전체는 앞서나갔지만 결국엔 너무 안이하게 처리하면서 그만 역전패.
▲ 허영호는 초반부터 우세한 바둑을 이끌면서 낙승.
▲ 넉넉한 형세에서 역전을 허용하고 만 이춘규.
●○…포스코, 4강 순풍에 돛 달까?
4강 합류를 꿈꾸던 두 팀이 이틀 간격으로 꼴찌 팀에게 발목을 잡히면서 4강 진출이 어려워졌다. 아울러 길고 긴 중위권 혈전도 마감되는 듯하다. 고춧가루부대의 약진에 힘입어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현행 4강팀이 유력해졌다. 현재 4위권 포스코LED 스마트오로는 8승5패. 티브로드 정관장 등 5위권은 7승7패이기 때문에 남은 4경기를 승리해 놓고 4위권의 ‘뜻밖의 연패’를 기대해야 하는 입장이다.
12일는 14라운드 3경기 넷마블-포스코LED 대결이 벌어진다. 현재 8승5패로 4강권에 들어있는 포스코로서는 이 한판을 이겨 PS진출을 결정지으려고 할 것이다. 5승8패 넷마블은 남은 5경기를 모두 이겨두어야 PS진출 가능성이 생긴다. 따라서 매 경기 결승전이라는 각오로 싸워야 한다.
① 박영롱-박승화 ② 김형우-홍성지 ③ 원성진-강동윤 ④ 김기용-목진석 ⑤ 한웅규-온소진(앞 넷마블, 뒤 포스코LED)의 매치 업이다.
넷마블로서는 3국 이후에 주력부대를 배치했다. 따라서 1,2국에서 1승만 거둘 수 있다면 쉽게 풀릴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1,2국에서는 조금 포스코가 앞선 오더. 3국 주장전이 관심을 모은다. 원성진이 상대전적에서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 대국이 승부의 저울추가 될 듯.
▲ 승리의 3인방. 진시영 안국현 최철한.
▲ 티브로드 검토진. 맨 앞은 윤준상 김성진. 그 뒤는 문도원.
▲ SK에너지 검토실 모습. 좌측부터 최철한 조혜연 김형환 한상훈.
▲ 5국을 마친 다음 복기 없이 돌을 쓸어 담는 양 선수.
한국바둑리그는 이전의 '2일 1경기'를, '1일 1경기'로 변경해 속도감을 크게 높였으며, 매 경기는 매주 목,금, 토, 일 저녁 7시(1, 2국) 저녁 8시(3국), 밤9시(4, 5국)에 동시대국으로 펼쳐진다. 모든 대국은 40초 초읽기 5회. 2012 KB 한국바둑리그 규모 역시 역대 최고 40억이다.
한국바둑리그 정규리그는 10개팀 더블리그(18라운드)로 총90경기(대국 수 450국)가 벌어지며, 순위는 팀 전적(승률)→개인승수→승자승→동일팀 간 개인승수→상위 지명자 다승 순으로 가린다. 10월 말부터 열리는 포스트시즌은 정규리그 상위 4팀이 스텝래더(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 방식으로 최종 우승팀을 확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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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제공 ㅣ 바둑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