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장의 쓰레기 처리율이 전국적으로 평균 109%에 달하는 등 포화 상태인 가운데 최근 쓰레기 과다 소각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충북 청주의 소각장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22일 충북 청주시 오창읍 후기리 방말마을. 쓰레기 매립장 터 닦기 작업이 한창인 공사 현장은 분주하게 오가는 트럭들로 흙먼지가 자욱했다. 마을 앞 야산에선 쓰레기 매립장 2곳과 하루 처리용량 282t(톤) 규모의 소각장 건설이 진행 중이다.
[출구 막힌 쓰레기 대책]
곳곳서 쓰레기 소각장 건립 갈등
"청주엔 이미 10개 있는데 또 짓냐"
소각비용 올라 불법 투기 이어져
쓰레기 대란·논란 정부 책임론도
후기리 소각장 예정부지를 찾은 신명섭(49) 오창소각장반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청주에 소각장이 이미 10개나 있는데 또 소각장이 들어선다면 청주는 재앙의 땅으로 변할 것”이라며 “소각장 굴뚝에서 나온 유해물질이 바람을 타고 7~8㎞ 떨어진 도심 지역까지 퍼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22일 오후 쓰레기 소각장과 매립장이 들어설 예정인 충북 청주시 오창읍 후기리에서 주민들이 본지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주민들이 문제 삼고 있는 것처럼 청주시에는 시에서 운영하는 소각장과 기업 내 자체 소각시설, 민간 중간처리업체 등 10곳의 소각장이 이미 운영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7년을 기준으로 청주시에 있는 민간 소각장의 하루 처리용량은 1412t이다. 전국 민간 소각장 처리용량(7868t)의 18%를 차지한다.
이렇게 청주에 소각장이 몰리기 시작한 건 1990년대 후반부터다. 수도권정비계획법과 수도권대기환경개선특별법 등 서울ㆍ경기 지역에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규제를 피할 수 있으면서 입지가 좋은 충북권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청주는 경부ㆍ중부 고속도로가 지나는 데다 국토의 중심에 있다.
김홍석 청주시 자원정책과 폐기물지도팀장은 “수도권에서 폐기물 처리업 규제가 강화되면서 수도권과 충남·영남·호남 등을 상대로 영업할 수 있는 청주에 소각장이 밀집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세먼지 문제가 사회적 재난 수준으로 심각해지면서 소각장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은 더욱 커졌다. 오창읍과 인접한 북이면에서 소각장이 운영된 2000년대 초반부터 원인 모를 질병에 시달리는 주민들이 많아진 것도 원인이다. 북이면주민협의체가 이들 소각장 주변 19개 마을을 돌며 조사한 결과, 최근 10년 새 암이나 폐 질환에 걸린 주민이 60여 명에 달했다. 청주시는 지난달 22일 환경부에 주민 역학조사를 의뢰한 상태다.
경기도의 한 재활용 업체에 쌓인 방치 폐기물. 천권필 기자.
소각장 갈등은 청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신규 소각장 건설과 증설이 주민 반대 등으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의 민간 소각시설은 2015년 107곳에서 2017년 106곳으로 오히려 한 곳이 줄었다. 소각장 건설이 어려워지면서 쓰레기 처리는 포화 상태가 됐다. 2017년 기준으로 전국 민간 소각장의 허가용량은 하루 7868t이다. 하지만, 실제 처리량은 8597t으로 처리율이 109%에 이른다. 수도권의 경우, 처리율이 120%에 이를 정도로 넘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각시설 처리 용량이 한계에 이르면서 비용이 급격하게 상승했고, 이것이 불법 투기와 방치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2~3년 전만 해도 t당 15만 원 정도였던 소각 단가는 올해 25만 원 수준으로 올랐다.
이남훈 안양대학교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업체가 폐기물을 불법으로 처리했을 때 얻는 경제적 이익이 처벌 과태료보다 수십 배 이상 크기 때문에 불법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폐기물 업체 대표는 “돈을 내고 처리해야 하는 폐기물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소각비용까지 오르다 보니 이를 감당하지 못해 폐기물이 쌓인 공장을 버리고 야반도주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지난 8일 청주시청 앞에서 오창읍 후기리 소각장 반대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소각장 건축을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금까지 쓰레기 처리의 최종단계인 소각장 문제를 민간에 맡기면서 주민 갈등과 쓰레기 대란을 방치했다는 지적도 있다. 박상우 저탄소자원순환연구소장은 “쓰레기 처리 시설의 주민 수용성을 높이려면 주민들이 출발에서부터 운영까지 함께 한다는 인식을 가지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병철 환경부 폐자원관리과장은 “단기적으로는 기존 소각장의 허가용량을 재산정해서 소각할 수 있는 양을 늘리고, 장기적으로는 국가 안전망 차원에서 불법 폐기물이나 재난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공공처리장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천권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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