꾹저구를 아시나요
내가 태어난 옥계, 사랑하는 그녀 할머니가 평생을 살았던.
강릉시 옥계면에는 강이 두 개 있다. 작은 면 단위에 강이 두 개가 있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다.
그래서 玉溪인가.
태백산맥에서 바로 흘러 내리는 주수천 북동천 상류, 산계리와 북동리 계곡에는 꾹저구가 살았다.
대가리가 우럭을 닮았다. 하류의 꾹저구는 대가리가 작지만 상류의 꾹저구는 대가리가 하류 보다 두배나 컸다.
물론 맛도 다르다. 미꾸라지는 비교 대상이 아니다.
꾹저구 탕은 동네 사람들만 먹던 별미였다.
밤에 불을 켜고 잡아서 동네 사내들이 모여 앉아 술 추렴도 꾹저구였다.
가을에는 하류에서 뱀장어도 많이 잡혔다. 상류로 올라가기 위해 보의 시멘트에 빨판으로 수없이 매달려 있는 놈들을 손을 집어 넣어 떼어내면 끝이다.
자루에 가득 넣어 연탄불에 올려놓고 소금을 뿌려서 먹는 맛이란!
먹다 남은 뱀장어는 돼지를 주었다.
봄이면 수도 없이 반짝이던 은어들. 미끼 없이 빈 낚시를 넣어도 올라왔다.
대나무로 물 표면을 쳐서 기절 시키는 방법도 있었다.
은어회는 밥 반찬이었다.
일본어 은어는 아유라고 하고,(アユ,銀魚,香魚) 한자로 향어라고 쓰는데, 은어회는 마치 물푸레 나무 같은 독특한 향이 있다.
가을이면 연어도 지천이었다. 송어도 마찬가지다.
그것들이 전부 사라졌다.
주수천 북동천 상류는 전부 석회암이다.
태백산맥이 바다로 뻗은 작은 가지인 옥계면의 산들도 전부 석회암이다.
옥계면은 동네마다 마을 공동 빨래터가 있었다. 석회암 사이로 항상 펑펑 뿜어져 나온 지하수가 넘쳐났다.
그래서 북동천과 주수천은 하류에도 항상 물이 차 있었다.
한라시멘트가 들어 서고부터 모든 것이 사라졌다.
지금도 최고의 해송이 가득 차 있는 옥계 해수욕장은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는다.
대신 바로 위에 있는 동해시 망상해수욕장으로 간다.
한라시멘트가 들어서고 옥계면 노인들이 페암으로 죽는 경우가 많이 생겼다.
한라를 위해 시멘트를 수출 하라고 정부는 항구까지 만들어 주었다. 주로 일본으로 수출한다.
일본은 더 이상 시멘트를 생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환경을 오염 시키기 때문이다.
한라는 얼마 후 부도가 나고 말았다.
정주영이 동생을 위해 은행에서 단 수억의 돈을 맡겨놓고 수천억의 어음을 발행했다.
한라는 시작부터 부실기업이었다.
옥계의 꾹저구는 한라와 맞바꾸었다. 노인들의 페암은 시멘트와 맞바꾸었다.
이제 더 이상 玉溪가 아니다.
첫댓글 구ㅠ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