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장 참석 '테이프 커팅'에 100여 명 북적..방역 수칙 어디로?
정민규 입력 2020.10.06.
"너무 힘들어요"
코로나19로 집합 제한과 금지 명령이 연일 계속되면서 자영업자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라고 말합니다. 취재에 나설 때 "힘드시죠?"라고 물어보기가 미안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번 취재는 달랐습니다. 지역 사회에서 '힘 좀 쓴다'는 분들이 모인 오늘(6일) 오후 해운대 블루라인 파크 준공식 현장.
"명찰 100개를 딱 만들었는데..."
부산 해운대와 송정을 잇는 관광 열차의 첫 시동을 거는 행사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시공사 대표는 준비한 명찰이 일찌감치 동났다고 했습니다. 의자도 100개를 준비했는데 모자라 좌석이 편치 못해 미안하다고도 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을 비롯해 각 기관장, 시의원, 구의원, 기업체 대표 등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바닥난 명찰과 그만큼 모자란 자리가 보여주듯 사람이 모였습니다. 자리에 앉지 못한 사람들은 빽빽이 서서 행사를 지켜보고 좌석 또한 2m 간격도 띄우지 않고 오밀조밀 모여 앉았습니다. 마스크를 내린 참석자도 눈에 띄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추석 연휴를 포함해 최근 일주일, 부산에서 발생한 확진자 수는 50여 명. 병원, 노래방, 목욕탕에서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가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 되자 부산시는 오는 11일까지 강화된 방역 조치를 연장하기도 했는데요.
부산시가 그토록 강조하던 방역 수칙 준수와는 동떨어진 모습입니다. 실내의 경우 50명, 실외는 100명 이상이 모인 집합과 모임, 행사를 금지한다는 방역 수칙을 어긴 겁니다.
방역수칙을 어기다 코로나19 감염이 발생하면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했지만, 부산시의 수장과 고위 공무원들, 정치인들이 모인 행사장에서 딴 세상 같은 모습이 펼쳐졌습니다. 행사의 핵심 '테이핑 커팅'식, 이를 위해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린 겁니다.
부산시 "우리가 주최한 행사 아니고 초청받아 잘 모르겠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물었지만,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시가 주최한 행사가 아니고 우리도 초청받아 간 거라서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코로나19로 추석 연휴 가족과의 만남도 포기한 시민들이 보기에는 이날의 모습이 어떻게 비쳤을까요? 부산시가 지난 주말 집합금지 연장을 발표하며 언급한 내용을 끝으로 덧붙입니다. 참고로 시장 권한대행이 직접 밝힌 겁니다.
"시민 여러분께서 하루빨리 안심하고 생활하실 수 있도록 앞으로 일주일 동안 감염 추세를 확실히 진정시키는데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도 다시 한 번 마음을 추슬러 생활 속에서 마스크착용 등의 생활수칙을 철저히 지켜주시기를 부탁합니다"
철저히 지켜야 하는 방역수칙이 비단 '힘없는 시민'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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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규 기자 (h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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