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 BoA나 이효리가 미국 최대의 레코드 회사에서 만드는 프로젝트 그룹에 합류하기로 계약을 맺고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치자. 이 그룹은 마이클 잭슨이 곡을 주고 퀸시 존스가 프로듀싱을 맡을 예정이며 브리트니 스피어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힐러리 더프가 멤버로 활동하기로 되어 있다. 게다가 에미넴이 두곡 정도 피춰링을 해주기로 했다...고 쳐보자.
막상 판이 나와 앨범은 잘 팔리는데 다른 세 가수와 달리 우리의 BoA나 이효리는 독창곡도 없고 뮤직비디오에서도 클로즈업으로 잡히는 횟수가 가장 적다. 당연히 현지 언론에서도 이들의 이름을 다룰 일이 많지 않을 것이고 그룹 내에서의 존재감 또한 극히 미미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언론들은 쏘아대기 시작한다. "BoA, 미국 무대 진출 실패", "이효리, 공연 때마다 들러리 신세", "미국 가서 꼬리하지 말고 한국에 남아 머리 하라는 이숨안 사장의 조언을 듣지 않은 것이 실수"라며 탄식을 해댄단 얘기다.
우스운 비유라고? 과장이 심하다고? 천만의 말씀. 지금 우리가 그렇다니까.
시간을 6개월만 앞으로 돌려놓고 현재 박지성의 위치를 찬찬~히 살펴보자. "지금 거기 가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 아닌가. 게다가 다섯 경기 연속 출전에 몇 차례 위협적인 찬스까지 엮어냈으니. 물론, 주어진 기회를 족족 받아 먹고 '뜻밖에' 냉큼 (루니나 로날도를 제치고) 주전 자리를 차지하길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어디 모든 게 다 욕심대로 되는가. 그리고, 지금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도 애당초 우리가 '기대'란 이름으로 짊어지웠던 '욕심'의 높이를 훌쩍 넘어서버린 것 아닌가. 그렇다면, 조~금 여유로워질수는 없는걸까. 현실적으로, 말이다.
지난 주말 박지성이 경기 종료 1분 전에 투입돼 공도 한번 못 만진채 경기를 끝낸 것을 두고 말들이 많은 모양이다. 언론의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보자. [찬호 불펜, 지성 벤치, 양박 '쪽박] (일간스포츠) [박지성 위기? 벤치에서 90분, 운동장서 90초] (한겨레) 너무 큰 기대가 '예상 가능한' 행보를 걷는 박지성의 현재를 폄하시키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즉, '위기'라 할 수 없는 상황을 굳이 '위기'로 만드는 일부의 보도 행태가 오히려 선수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다시 언급하자면, 지금만으로도 결코 나쁜 상태가 아니다. '벤치를 오가는' 현재의 상황은 예측가능했으며 그렇기에 실망할 건덕지도 없다. 왜 애써 '기대'란 놈을 저 멀리 앞쪽에 내던져놓고 그것 못따라잡아 안달인가. 지금 박지성의 위치는, 따지자면... 박찬호가 뉴욕 양키스에서 4,5선발이냐 불펜이냐를 오가는 중이라거나 설경구가 [반지의제왕4]에서 비중있는 조역을 맡은 정도라고 보면 비근한 비유가 되지 않을까.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주역'이 아니라는 점이다. 맨유는 박지성을 당장 주전으로 쓰려고 데려간 것이 아니다. 박지성 역시 당장 주전으로 뛰겠다는 욕심을 갖지 않은 채 입단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언제나 현상은 인식과 다르게 움직인다.
불과 몇 달도 안 지났다. 박지성이 한국 최고의 스포츠스타로 떠오른 지는. 지난 4월 PSV를 챔피언스리그 4강에 끌어올리면서 시작된 박지성 '가치'의 상승세는 그가 AC밀란과의 경기서 골을 터뜨리면서 급격하게 치솟았다. 하지만 이때만해도 박지성이 이른바 '최고'는 아니었다. '비교불가'의 인기가도를 달리던 박주영을 따라잡은 정도랄까. 그러나, 여름이 다가오고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박지성 영입에 나선 것이 알려지면서 박지성의 주가는 그야말로 '상종가'를 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박지성에 대한 기대치도 급격하게 차 올랐다. 그래서 급기야 이제는 이제 막 새 나라에 옮겨 터잡기에 여념없는 선수에게 필요 이상의 기대를 걸고 있다. '1분 뛴 것'에 실망할 것이 아니라 '5경기 연속 출전'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박문성 MBC-ESPN 해설위원의 말은 그래서 더 반갑다. 방향만 살짝 틀면 모두가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는 우리 선수들의 활약에 우리는 항상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느라 스스로 지쳐간다. 모두가 차범근처럼 유럽 최고 리그에서 10년 내내 '맹활약'할 수는 없다. 유럽 데뷔전을 시작으로 정상권을 달리던 그 대단한 나카타도 4년을 채 넘기지 못한 채 침몰하지 않았나. 축구선수에게 있어 유럽이란, 빅리그란, 그런 곳이다. 지금 하고 있는 것만도 대단한 거다. 그리고, 조금만 더 기다리면 지금 이상의 화려함을 보여줄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이 박지성이고 이영표고 설기현이고 차두리다. 그들도 사람인데 언론이나 팬들이 하는 말에 아예 신경 끄고 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선수 스스로 밝혔듯 장기적 안목을 갖고 차근차근 앞을 밟아가는 선수에게 괜한 조바심 안겨줄 필요 없지 않나. 있지도 않은 '위기설'까지 만들어가면서 그럴 필요라면 더더욱 그렇겠다.
제발, 앞지르지 말고, 이럴때는 그냥 뒤만 따라가면 좋겠다. 잘~들 하고 있으니까. 그렇지않나영? :)
성공가능성이야..정말 대놓고 확신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요.....뛸뜻이 기뻤지만..정말 잘할수 있을까?..라는정도의 의구심은 누구나 품었을것입니다....설사, 입단 반대를 했던 사람이더라도.지금 기왕 간거 정말 응원하고 잘하도록 성원보내주고 싶은 마음들이야 다들 한결같겠죠.ㅋㅋ.찌라시만빼고.양박쪽박;최악!
첫댓글 형욱이횽아 나랑 일촌이래요 ㅋㅋ ㅡ.ㅡ
맞아요~
흠..나영체인가..
종니 맘에 든다..
나영체 조아
아 나 속이 후련하네
아~~ 정말 최고입니다... 이런 분들이 그리고 이런분들만 존재했으면 좋겠습니다.
서형욱은 정말 좋은사람입니다. 계속 오바하고 찌라시 내뱉는 언론좀 욕해주세요~
서형욱씨 좋은글 많이 써주시는데 가끔씩 자기모순에 빠지는 경우가 있어서 이따금 난감할떄가..
찌라시 기자들이 쓴 쓰레기 기사에 현혹될 필요가 없지요
구렇근영...
근데 설경구가 반지제왕4 에 출연한데요?.. = 0..0 = (반짝)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내가 하고픈예기였다 ㅠ
그렇지않나영? :)
서형욱씨 글은 정말 가려운 곳을 잘 긁어주는 듯..
최고~~~
서형욱씨 진짜 최고로 좋아요!!
꺌꺌 가려운곳 잘 긁어주는것도 그렇지만 간간히 튀어나오는 저 개그 센스!!
ㅋㅋㅋㅋㅋ 역시!
형욱씨.. 티비 출연 이후로 글이 조금 과감, 공격적이 되는 듯...하네요..^______^
음... 글 내용은 좋지만 좀 공격적인 면이 있네요. 원래 기대란 놈은 앞에 내던져놓는 법이죠. 그리고 앞으로 boa나 이효리가 아닌 브리트니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하는 비판도 있다는것은 완전히 배제하고 쓴글인듯..
서형욱씨는 처음에 박지성 맨체스터행이 거론될때.. 성공가능성을 의심했었던 사람으로 기억합니다.
성공가능성이야..정말 대놓고 확신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요.....뛸뜻이 기뻤지만..정말 잘할수 있을까?..라는정도의 의구심은 누구나 품었을것입니다....설사, 입단 반대를 했던 사람이더라도.지금 기왕 간거 정말 응원하고 잘하도록 성원보내주고 싶은 마음들이야 다들 한결같겠죠.ㅋㅋ.찌라시만빼고.양박쪽박;최악!
서형욱씨 정말 좋다는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