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까지 왕성하게 자라는 '야생초의 왕'… 꽃 피면 추석 다가온 거죠
왕고들빼기
왕고들빼기꽃은 전반적으로 연한 노란색이지만, 수술과 암술이 발달한 중앙부는 귤색으로 진해요. 꽃가루받이를 위해 곤충 눈에 잘 띄는 색을 장착한 것이랍니다. /김민철 기자
요즘 곳곳에서 잎이 깃 모양으로 갈라져 있고 연한 노란색 꽃이 피기 시작하는 식물이 있습니다. 왕고들빼기입니다. 우리 주변에 흔한 풀로 숲 가장자리는 물론 서울 광화문 근방 작은 공터에서도 이 식물을 볼 수 있습니다.
왕고들빼기는 다 자라면 1~2m까지 크는 식물입니다. 야생미 넘치는 잎 모양, 엄청난 번식력 등 야생초의 조건을 고루 갖추고 있는 데다 덩치도 크기 때문에 왕고들빼기를 ‘야생초의 왕’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깊게 파인 잎이 크고 자못 웅장해 ‘왕’ 자 들어간 것이 무색하지 않은 식물입니다. 깃 모양으로 갈라진 잎 모양이 얼핏 ‘임금 왕(王)’자 같기도 합니다. 봄과 여름에 돋은 윗부분 어린 잎을 쌈이나 무침으로 먹을 수 있는데 쌉싸름한 맛이 일품이라고 합니다. 잎 뒷면은 털이 없는데도 분백색이 돕니다.
이 식물은 국화과에 속하는 한해 또는 두해살이 풀인데 정말 왕성하게 자랍니다. 특히 6월 중순부터 여름에 무서운 기세로 몸집을 불려 나가는 것을 보면 경이로울 정도입니다. 대신 줄기 속은 비어 있어 덩치에 비해 가벼운 편입니다. 우리가 먹는 상추와 같은 속(屬)이어서 상추처럼 연한 줄기나 잎을 꺾으면 하얀 유액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왕고들빼기의 연한 노란색 꽃을 볼 때마다 절제 또는 기품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있는 대로 한껏 원색으로 치장한 원예종 꽃들과 달리, 연한 노란색을 내는 데 그쳐 절제한 느낌을 줍니다. 그러면서도 수술과 암술이 발달한 중앙부는 귤색으로 진한 색을 띠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절제를 하면서도 식물에 가장 중요한 꽃가루받이를 잘하려고 곤충 눈에 잘 띄는 색을 장착한 것입니다.
가을에 익은 열매에는 관모라는 털이 달려 있어 멀리 날아갑니다. 왕고들빼기는 이 점을 이용해 널리널리 퍼져서 우리나라 전역은 물론 중국, 일본, 러시아, 인도에까지 분포합니다. 영어 이름은 ‘인디언 상추(Indian Lettuce)’인데 인도에서 자라는 상추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왕고들빼기와 비슷한 식물로 가는잎왕고들빼기도 있습니다. 왕고들빼기와 다 같지만 잎이 갈라지지 않고 길쭉한 것만 다릅니다.
그냥 고들빼기는 봄에 피는 꽃입니다. 씀바귀 비슷한 꽃이 피는 식물로, 고들빼기김치를 담그는 그 고들빼기입니다. 고들빼기도 왕고들빼기와 같은 국화과이긴 하지만 속(屬)이 다르기 때문에 둘은 크게 상관이 없는 종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꽃도 왕고들빼기는 연한 노란색이지만 고들빼기는 샛노란색입니다. 둘 이름이 비슷한 것은 잎에서 흰색의 유액이 나오는 점이 같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합니다.
왕고들빼기 꽃이 피면 추석이 다가온 것입니다. 왕고들빼기는 추석 때 고향에 가면 연노란 꽃을 피우고 반겨주는 식물 중 하나입니다. 이번 추석 고향에 가면 한번 찾아보기 바랍니다.
김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