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사랑
최미경
퇴근길 과일 가게 앞을 지나오다 불빛에 비친 홍시를 보며 세월이 빠르기도하지 벌써 홍시가 나왔구나. 속살이 훤히보이는듯한 먹음직스러운 홍시를 사서 들고는 문득 여학교때 배운 박인로의 조홍시가 한 구절이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磐中 (반중) 早紅 (조홍) 감이 고아도 보이난다
柚子 (유자) l 안이라도 품엄즉도 하다마난
품어 가 반기리 업슬새 글노 설워 하나이다.
쟁반위에 홍시가 고와서 품에 품어가도 반가워 해 줄 부모가 이미 계시지 않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담겨 있는 시다.
남편과 아이들이 저녁식사를 하고는 거실에 둘러앉아 홍시를 한입씩 베어물고는 낮동안의 수고와 고단함을 한보따리씩 풀어낸다.
빨간 감을 보며 문득 이미 고인이 되신 아버지 생각에 잠시 상념에 잠겨본다 .
약주를 좋아하시던 아버지는 훤칠한 외모에 호탕한 성품을 가진 따뜻한 분이셨다. 한잔먹세 그-려! 또 한잔 먹세 그-려! 꽃가지 꺾어 수놓아가며 또 한잔 먹세 그려! 옛날에 태어나셨다면 송강 정철 못지않은 풍류 가객이 될법도한
노래 좋아하고 술좋아하시는 풍류를 즐기시는 분이었다.
그런 아버지가 들일을 가실 때면 꼭 나를 지게 위에 태워 주셨다. 아버지가 일을 하시는 동안 나는 넓은 바위에 앉아서 소꿉놀이를 하다가 들꽃으로 만든 밥을 아버지께 가져다드리면 하던 일을 멈추시고
“아 맛있다.”어린딸아이의 장단을 맞춰 주셨다. 참꽃(진달래)을 꺾어서 내 손에 쥐어 주시고는 지게 작대기를 받쳐 들고 일어서셨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게위에서도 난 장난스런 몸짓을 하며 노래를 불렀다. 할머니와 어머니는 떨어진다고 꼭 잡으라고 당부를 하시며 총총히 뒤따르셨다. 얼마나 행복한 기억인지 지금도 생생하다. 들일 다녀오신 아버지는 심부름 값 10원을 쥐어 주며 막걸리 한 사발 받아 오라고 주전자를 들려주셨다. 인심 좋은 가게 아주머니가 한 주전자 가득주신 술은 들고 오는 동안 찰랑찰랑 넘쳐서 주전자 꼭지에 입을 되고는 몇 번씩 쭉쭉 빨아 먹으며 집으로 들고 왔다. 달작 지근 한 술이 어린기억에 참 맛있었던 것 같다. 한손에는 주전자를 다른 한손에는 라면땅을 사서 오면
아버지는“아이구 우리 강아지 수고 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대단한 일을 한 것 같은 뿌듯한 자부심을 가지곤 했다. 지극한 사랑과 보살핌 속에 나의 어린시절은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아버지는 공부를 많이 하시지는 않았지만 우리집 사랑방에서 이웃어른 들과 노동법이나 정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많이 들으며 자랐다. 5일에 한번 열리는 가은장날 거나하게 취하셔서 막내딸 준다며 자전거 뒤짐받이에 싣고 오신 것은 생전 처음 맛보는 튀김 닭이었다. 누런 밀가루 부대에 쌓여있는 튀김 닭의 맛은 세상에 태어나서 맛보는 가장 진귀한 음식이었다. 유년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 자라 성년이 되기 전에 고인이 되신 아버지를 생각하니 제 새끼가 건강하게 부화되어 살아갈 수 있을 때 까지 지키는 가시고기 생각이났다. 못다 지켜주고 먼 길 가신 아버지의 발걸음이 얼마나 무거웠을지 작은 홍시 한 쟁반 대접할 아버지 가 계시지 않음에 안타까워하는 마음에 비할까?
아! 그리운 아버지
아버지가 태워주시던 지게를 타고 돌아오던 그 시절이 간절히 그립습니다.
첫댓글 유년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 자라 성년이 되기 전에 고인이 되신 아버지를 생각하니 제 새끼가 건강하게 부화되어 살아갈 수 있을 때 까지 지키는 가시고기 생각이났다. 못다 지켜주고 먼 길 가신 아버지의 발걸음이 얼마나 무거웠을지 작은 홍시 한 쟁반 대접할 아버지 가 계시지 않음에 안타까워하는 마음에 비할까?
아! 그리운 아버지
아버지가 태워주시던 지게를 타고 돌아오던 그 시절이 간절히 그립습니다.
쟁반위에 홍시가 고와서 품에 품어가도 반가워 해 줄 부모가 이미 계시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