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에서 5.16도로를 오가는 시외버스를 탔다. 자동차를 렌트할까 생각도 했었는데 서귀포에서만 2~3일을 보내야함에 승용차가 번거로울것 같아 대중버스를 이용하기로 하고 나는 시청앞에 대기해있는 시외버스에 올라섰다. 예전 같았으면 많은 사람들이 이 버스를 이용하였는데 지금처럼 각자의 집에 차들이 있어 이용하는 사람들이 없어 빈좌석이 많이 남아있었다.
제주시에서 한라산 너머 서귀포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다. 1960년대초 故박정희대통령이 새로 정권을 잡으며 1980년 전두환 정권이 사회정화운동 명목으로 전국의 깡패들을 소탕한다며 몸에 문신이 있거나 길거리 취객들 할것 없이 무작위로 삼청교육대에 몰아 넣었던것 처럼 당시에 전국폭력배 소탕작전으로 국토건설단을 조직한 적이 있다.
그때의 전국에서 체포된 소위 사회 악을 일으키는 사람들을 이곳 제주에 불러모아 제주시와 서귀포를 잇는 도로를 건설했는데 그 도로가 5.16도로이다. 그 당시 한라산을 가로질러 새로운 길을 뚫는 일이기에 지금처럼 현대식 장비가 없었을 때인지라 많은 사람이 다치고 죽음으로 건설된 도로이다.
그 이후 제주시와 중문을 잇는 제2 횡단도로가 있으며, 이들 도로보다 일찍이 닦여진 동쪽 성산일출봉을 향하여 놓아진 일주도로와 서쪽 모슬포를 향하는 일주도로 이렇게 네 갈래길이 내가 제주에서 생활할 때까지의 도로 였지만 지금은 사방팔방으로 한라산을 가로 지르는 산업도로들이 생겨 산남과 산북을 연결시키는 도로가 많이 건설되어있어 제주를 여행하려 제주도 전도를 펼쳐보면 느슨한 거미줄처럼 길들이 있는것을 볼 수가 있어 제주를 여행할 때에 렌드카의 네비게이션만 보면 어디든 갈 수있게 도로가 잘 닦여있다.
한 시간 여 버스를 타고 한라산 허리를 내려와 꾸불꾸불 내리막길인 아리랑고개를 내려오면 멀리 서귀포시가지가 한눈에 펼쳐진다.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이곳 서귀포를 올 때면 이곳 아리랑고개에서 보이는 서귀포 앞바다에 떠있는 문섬과 섶섬, 범섬을 바라보면 마음이 포근함을 느끼곤 했었다.
나는 버스 안에서 하차지점을 어디로 할까하다 오랜만에 정방폭포가 보고싶어 서귀포 시내로 들어가기전 정방폭포입구에서 하차 하여 걷기로 하였다. 제주시에서부터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는데 그날의 서귀포는 날씨만 잔뜩흐려 빗방울은 내리지 않음에 걷기에는 불편함이 없었다. 길가 곳곳에 집 돌담을 경계로 귤나무에는 노란 감귤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한개 따 입안에 넣고 싶었지만 괜히 지역주민에게 빈축을 살까봐 그냥 바라만 보고 걸었다.
정방 폭포 쪽을 향해 가는데 너른 과수원에 노랗게 물들어있는 귤들이 수확할 날만을 기다리는 듯하다.
그러나 나중 들은 얘기인데 비오는 날에는 귤이 상한다 하여 귤 따는 작업을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매해 가을이면 제주의 귤밭에는 수확하는 인력이 모자라 아르바이트로 귤 따는 사람들이 외지에서 많이 내려온다 하는데 올 해는 그러지가 못한것 같다.
매년 이 때쯤이면 과수원에 사람들이 북적이고 , 또 감귤 수확을 다 해서 그냥 푸른잎들만 보이는데 전혀 수확을 안한 분위기다.지금은 귤값이 폭락하여 제주농가는 이때문에 울쌍이다. 지난 가을 늦게까지 비가 와 귤의 당도가 예년에 비해 많이 떨어졌고,경기를 많이 타는 것 같다. 그리고 철모르는 하우스 딸기까지 나와 겨울과일들과 어깨를 견주고있어 이리저리 우리의 제주농가는 우울하다.
앞에 보이는 섬이 서귀포 앞바다에 떠있는 세개의 섬 중에 섶섬이다.그 앞으로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을 위한 대형 호텔이 들어 서 있고 그 앞이 감귤농원이다. 제주의 감귤농가는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감귤따는 체험을 하고있다. 모자라는 일손을 대신하여 일정한 입장료만 내면 귤을 마음대로 따 먹을 수있는 관광상품으로 귤 따는 체험을 하고 싶다면 귤도 한번 직접 따보고 귤도 실컷먹을수가 있기에 내년 감귤철에는 제주를 찾아 한번 체험하는것도 좋을 듯하다.
내가 어렸을 적에 제주에는 야자나무과의 키 작은 종려나무만이 있었다. 그 당시에 그 종려나무나마 볼 수가 있어서 약간은 남국의 정취를 맛볼 수 있어 좋아했었는데 지금은 제주 어디를 가더라도 이렇게 키가 큰 야자 나무를 볼 수 있어 내가 진짜 남국에 와있나 할 정도로 남국의 정취를 느끼 수가 있다. 아마도 한반도의 기후 변화 때문에 이러하지 아니한가 생각이 든다.
서해안에서 오징어가 잡히고 제주의 특산어종인 자리돔이 울릉도에서 볼 수가 있고, 제주감귤이 이제는 남해안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다 하니 이제 제주를 비롯하여 우리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가는게 아닌가 여겨진다. 언젠가 인터넷 기사에서 바다가 품고있는 열을 지상으로 토해내면 지구의 기후는 큰 재앙을 일으킨다 하는데 이제라도 우리는 지구를 보존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에게 와 있는 지구상의 모든 것들은 미래에 올 후손들에게서 단지 빌려 썼다가 되돌려 줘야한다"라고 하는데 지구는 지금 당장의 우리것만이 아니기에 이제라도 우리는 지구를 잘 보존 했다가 후손들에게 돌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정방폭포로 내려가는 오솔길이다. 내가 이 정방폭포를 맨 처음 찾았을 때가 1972년 초등학교 도내 수학여행을 갔었을 때이다.그 때 역시 보슬비가 촉촉이 내리는 봄날이었는데 오늘 역시 날씨가 꽤 꾸물꾸물하다. 울창한 숲길 덕분에 약간의 가랑비는 우산이 되어준다. 40여년이 지난 오늘 그때의 나무들이 더 자라나 한껏 울창함을 보여준다.
정방폭포 역시 예전 제주시 자연사 박물관을 입장할 때처럼 재외도민증을 매표소 창구에 내 보이면 이곳은 무료로 입장 할 수가 있었다. 언제가 대학 진학시험을 보러 서울로 올라갈 때 항공기 티켓이 여행객들 때문에 동이나 공항에서 발을 동동 구르던 때가 있었다. 그때에 나는 "왜 관광객들 때문에 제주에 사는 도민이 피해를 받아야 하나? 그 보상책으로 항공사는 제주민들에게 할인혜택을 줘야 마땅하다."하고 불평불만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몇년 전 부터 제주도에서는 도외로 나가있는 사람들을 위해 항공권과 관광지 입장료를 할인해주는 혜택을 주고 있어 요즘에 와서 그때의 불이익을 조금이나마 보상해주고 있는것 같아 당시의 불만을 조금은 누그러 뜨릴 수가 있다.
숲길을 벗어나와 정방폭포가 있는 바닷가로 내려가기 위해 만들어진 철 계단입구에서 바라본 정방폭포이다. 동양에서는 바다로 직접 떨어지는 폭포는 이 정방폭포가 유일하다. 옛날 진나라 때에 시황제가 불로초를 찾아 헤맬 때 서불(徐)이 동양의 삼신 산의 하나인 한라산으로 와 불로초를 캐려했었으나 불로초를 찾지 못하고 정방폭포의 절벽에 '서불과지(徐불過之)'라는 글을 새기고 서쪽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나중 나는 이 서불에 대하여서는 정방폭포 근처에 자리잡은 서불 기념관에가서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이처럼 제주는 아름다운 풍광을 물려받았기에 이제는 축복의 땅이라 부르는걸까?
날이 맑았더라면 보다 사진이 아름답고 선명하게 잘 나왔을 텐데 아쉽다. 조그맣게 보이는 관광객들이 떨어지는 폭포를 보다 가까이서 보려고 물보라를 맞아가며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다.
나는 이 정방폭포를 서너번 이상은 찾은것 같다. 그 중 두번 째는 고등학교 2학년 제주시로 유학 온 친구를 방학 때 찾았을 때 그 친구는 우리를 이곳으로 안내 했었다. 그때에 우리는 멋잇게 차려입은 청바지에 와이셔츠 깃을 바닷바람에 맡긴 채 스포츠 머리의 앞 부분을 침을 묻여 세운 후 여행 왔음직한 서울 아가씨들에게 사진 한장 찍어달라 부탁한 적이있었다. 지금도 흑백사진에 서너명의 고딩들이 서로 어깨 동무하고 찍은 사진이 나의 젊은날의 앨범속에 쳐박혀 있는데 지금에와 그 앨범은 어디에 놔 두었는지 가물가물하다.
정방폭포에서 바라본 섶섬이다. 오후 늦게 해가 서산으로 아니 서쪽바다로 숨어들 때쯤 금방 잠녀들이 물질하여 잡아온 제주의 피문어를 끓는물에 살짝 데치고 뿔소라를 도마위서 통통썰어내어 소주 한 잔을 마시며 정방폭포에서의 저녁노을을 바라보면 그처럼 이가 신선놀음일 수가 없다. 결혼 전 서울에서 제주로 출장와 직원과함께 제주바다를 보여준다며 왔던 이곳에서 마셨던 그 시절이 그리워 지갑안을 뒤졌더니 카드만 덜렁있어
" 아주머니, 카드로 해도 조쑤과?"
"에이구 물질하는 어멍들이 무슨 카드결재기가 있게쑤과? 저 위에 가면 현금인출기가 있으니 바꿔옵써?라며 방금 힘들게 내려왔던 철계단을 가르킴에 다시 올라갔다 내려옴이 엄두가 안 나 그때의 분위기를 연출 못하고 돌아서야만 했었다.
이제 폭포의 와랑와랑 떨어지는 물소리를 뒤로 하고 철계단을 힘겹게 올라오니 각종 기념품과 음료를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나는 타는 목을 추스리려 제주가 자랑하는 '삼다수'한 병으로 목을 축이고 예전에 이 정방폭포밖에 볼게 없었던 이곳에 서불 기념관이 있다 하여 이제 발길을 그곳으로 돌리려한다. 서귀포시에서 야심차게 설립한 이 기념관은 중국의 원자바오총리가 다녀갔고, 한.중 정상회담때 후진타오 중국주석이 이곳을 다녀감으로써 양국의 우호를 다졌다는 곳이여서 어떻게 전시공간을 꾸몄는지 사뭇 궁금하다.(계속)
오늘도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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