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미 투자지도 만들어 트럼프 대통령에 보여라"…지한파 조언 [트럼프 대통령 취임 1개월] / 2/20(목) / 중앙일보 일본어판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모든 것이 협상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타미 오버비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대표는 1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에서 '예외 없음'을 강조하는데, 이는 원하는 거래 결과를 얻기까지의 이야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오는 20일 출범 한 달을 맞는 제2차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적자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한국도 사정권에 들었지만 오바비 전 대표는 "협상의 여지는 항상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1995~2009년 주한미국상공회의소에서 근무하며 한미 경제협력 증진에 기여한 오바비 전 대표는 미국 경제계에서 손꼽히는 지한파 전문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의 추가 관세를 다음 달 12일부터 부과하고, 무역 상대국의 부가가치세 등 관세·비관세 장벽 실태조사가 완료되는 4월 1일 이후 국가별로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오바비 전 대표는 한미 모두 메리트가 있는 타협안을 도출할 수 있는 시간이 아직 20~40일이나 남았다며 한국 정부에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얼마나 많이 투자하고 고임금 21세기형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지도를 만들어 보여달라"고 조언했다.
오바비 전 대표는 "나도 미국 기업들의 딜레마를 한국 정부가 조속히 해결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팀이 대한국 무역 환경에 대해 듣게 되는 불만을 최소화하는 데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당선 직후 한미 간 조선업 협력 가능성을 거론한 것과 관련해서는 "미 해군 함정의 근대화와 군사 능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조선과 함께 민간 원자력도 한미 공조의 여지가 무궁무진한 분야라고 말했다.
―― '수출 쿼터제'로 무관세를 적용받아 온 한국산 철강도 이제 '예외·면제 없는' 관세 25% 대상이 되는가.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자신을 협상가라고 생각한다. 이 말은 그대로 그와 협상의 여지가 항상 있다는 뜻이다. 예외는 없다고 말하는 것은 그가 원하는 거래 결과를 얻기 전까지의 이야기다"
―― 지난 한 달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은 예고→발표→유예 패턴인데, 그의 전략은 뭘까.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의 지렛대와 예측 불가능성을 최대한 활용해 협상 상대의 가드를 밀어 내리는 방식을 쓴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가볍게 흘려들을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는 최선의 거래를 얻기 위해 원칙보다는 실리를 택하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 상호 관세 부과 시에는 미국의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데.
"트럼프 대통령 역시 물가 상승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미 상당수 공화당 의원들이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물가가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주시할 것이다"
――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과 한국이 거둬들이는 부가가치세를 관세와 동일시하지만 다른 개념이 아닌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과 펜타닐 유입 등 무역 이외의 사안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 25%를 내비치진 않았나.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통적 규범과 관행, 격식은 상관없다는 태도를 보여 왔다"
―― 한국은 미국의 무역적자 대상국 8위인데,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이 예상되는 한국 정부에 조언을 한다면.
"한국의 대규모 대미 투자가 미국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정확히 인식시켜야 한다. 한국의 반도체 등 첨단기술 산업은 미국의 공급망 회복력을 확보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역내에서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도 크다는 점을 트럼프 행정부에 효과적으로 각인시켜야 한다"
――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FTA 재개정에 나설 것으로 보는가.
"단정할 수는 없지만 새 정부가 예를 들어 중국산 부품을 막기 위해 자동차 원산지 규정을 강화하는 등 부분적인 개정을 원할 가능성은 크다고 본다."
――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보조금 정책을 재검토할 것이라는 얘기가 전해졌다. 보조금 지급 결정도 뒤집을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산업을 훔쳤다고 생각하는 기업에 돈을 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하지만 한국은 다르다. 한국이 첨단 반도체 산업을 미국에 투자함으로써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는 동시에 중요한 신규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설득할 수 있기를 바란다"
――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승리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조선 협력을 언급했는데 어떻게 봤나.
"최근 10년간 중국의 군함 근대화 등 해군 능력 강화를 고려하면 미국 해군의 근대화와 능력 강화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조선업계의 세계적 리더인 한국이 미국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원자력 분야도 양국의 협력 여지가 매우 큰 흥미로운 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