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7 >
"배 안 고파?"
"응."
"밥 안 먹을래?"
"응."
"벌써 점심인 데, 안 먹으려고?"
"안 먹어."
"그..래."
"........."
그리고 찾아 온 침묵. 아까 이준이의 갑작스러운 고백으로 인해 약간 어색함이 있눈 분위기.
짜식, 그러니까 왜 갑자기 그렇게 말 하냐고!
아무 일 없는 듯 말을 걸어 보는 나지만 서늘한 눈동자로 차갑게 대답하는 이준이때문에 도
통 내가 원하는 분위기로 이루어지지가 않는다.
마침내 폭발한 내가 이준이에게 외쳤다.
"야! 너 갑자기 왜 그래? 어제 일 때문에 그래? 없던 일로 치자구!! 그리고 이미 너랑 나 사
귀고 있기는 한 거잖아, 뭘 그렇게 욕심을 내?"
그 말에 이준이의 서늘한 눈동자가 나를 응시했다. 차가운 그 시선에 나도 모르게 몸을 부르
르 떨어야만 했다.
"이 이상 욕심 내면 안 돼? 내가 누나 가지면 안 돼는거야? 사귀는 것도 마음이 없으면 안
돼는 거잖아. 나 혼자 짝사랑이면 우리가 사귄다고 할 수 없는 거잖아. 나.. 정말 누나 좋아
해. 비록 외모는 내 취향이 아닐지라도, 사람은 외모만 보고 사귀는 건 아니잖아. 비록 무식
하고 떽떽거리는 말투에 다혈질인 성격이라도, 그 모든 것이 다 좋아. 왜냐면.. 누나 그 자
체가 좋으니까. 바라만 봐도 눈이 부실 정도로 누나가 가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심장이
뛰니까. 근데.. 없었던 일로 치자고? 내가 용기내서 힘겺게 고백했더니만.. 없었던 일로 치
자고? 하.. 누나한테는 내가 장난으로 보일 지 몰라도 나 정말.. 진심이야."
이 녀석 어린줄만 알았더니 꽤 로맨틱한 부분도 있었다. 근데.. 두렵다. 왠지 내가 이 녀석
을 좋아하게 되는 게 두려워. 나는 진짜로 녀석을 좋아하는 데, 놈은 지금은 진심으로 대해
줄 지 몰라도 나중엔 날 버릴 것이 분명하다. 3살이나 많은 여자는 친구들에게 보여주기도
부끄럽고 지가 대학생이 되었을 때 나는 아줌마가 되어 있으면 녀석은 분명 그 때 날 버릴
것이다. 아니, 그렇게까지 오래 갈리도 앖지만 말이다.
남자는 다 똑같아. 여자를 장난감으로만 생각하고, 장식품으로만 이용해. 나쁜 자식들...
"감동적이네. 내가 왜 좋아? 혹시 너도 '사랑엔 이유가 없으니까' 하는 따위의 말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
"아까 말 했잖아. 누나니까. 누나니까 좋아. 누나 그 자체가 좋고, 사랑스러워."
하, 웃겨. 아니, 웃기지도 않아. 나니까 좋다고? 세상에 나랑 닮은 성격의 여자가 얼마나 많
은 데, 그럼 그 여자들은 다 좋겠네? 미친.. 다 똑같아.
"역시 어린애란.. 감정이 풍부한 데? 아주 감동적이야. 근데 내가 그 말에 눈물이라도 흘릴
줄 알았어? 천만에. 웃기지 마! 난 다른 여자들이랑은 달라. 로맨틱한 말에 홀라당 속아 넘
어갈 그런 여자가 아니라구!!"
"누나.."
"니가 나 나중에 커서도 버리지 않고 먹여 살릴 수 있어? 바람 안 피우고 나만 볼 수 있어?
나중엔 너 대학생 때 난 서른 살 먹은 아줌마라고 해서 사람들에게 창피해 하지 않을 수 있
어? 장담 못 하지? 그리고 지금 약속한다고 해도 넌 나중에 분명히 그 약속을 어겨. 단 하나
는 반듯이 어기고 말거야. 아니, 용케 하나만 어긴 것만으로도 대단한거지. 쿠쿡.."
"....약속 할게. 정말로 누나 행복 하게 해 줄거야."
"그래? 그럼 뭐, 믿지는 않지만 가는 데 까지는 계속 가 보자. 니가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 약속을 하나도 빠짐 없이 다 지키면 난 네게 맘을 열도록 노력 해 볼게. 하지만 하나라도
지키지 않는다면.. 거기서 부터는 우리 사이는 끝이야. 오케이?"
"응, 누나. 나 정말 열심히 할게."
그러며 활짝 웃는 이준이. 그 대답에서는 진심이 실려있었지만, 난 믿지 않았다. 아니, 믿으
려 해도 하도 많이 속아 와서 이제는 믿어 지지도 않는다. 그렇게 난 점점 남자들에게 놀이
감이 되어 가며 남자를 경멸하고 믿지 못하게 되어 버린 것이다. 아아, 그래도 그나마 '남성
공포증'에 걸리지 않은 것 만이라도 다행으로 어겨야 하나?
아무튼 그렇게 해서 우리는 '진짜 애인'으로 발전했다.
"누나, 배고파~"
귀엽게 웃으며 내게 쪼르르 달려 와 말 하는 이준이. 아까 이후 이준이는 변해 있었다. 요로
코롬 귀엽고 깜찍한 아기 같은 이미지로 말이다. 후후.
나는 이준이의 볼을 잡아 당기며 말 했다.
"그래, 이 착한 누님이 곧 맛나는 밥상을 차려주마. 후후, 기대하라구!"
"아으, 이어오 오오애이애! (아으, 이것 좀 놓고 얘기 해!)"
"싫은 데?"
"우이! 이어아! 아아? (우 씨, 이것 놔! 안 놔?)"
"안 놔!"
"아이, 어오~ 이어오 아오오. (아이, 여보~ 이것 좀 나 줘요.)"
눈에는 약간의 눈물이 고인 채로 귀여운 표정을 짓는 이준이의 볼을 한 번 세게 꼬집어 주고
놨다. 어우, 너무 귀엽잖아!
예전에는 내가 녀석에게 먹힐 가봐 노심초사 했건만, 이번엔 내가 이 귀여운 자슥아를 덥칠
것만 같아 자제 하려 버티는 중이다.
"뭐 먹고 싶어?"
"누나는?"
"내가 먼저 물었잖아."
"난 누나가 좋아 하는 거라면 뭐든지 좋아."
아유, 귀여운 것!
"그래? 그럼 난.. 음, 김치찌개!"
"응, 나두."
"그럼 곧 만들테니까 저기 가서 앉아 있어."
"응."
고추장과 뜨거운 물을 끄려 국물을 만들어 낸 후 김치와 갖가지 야채들을 다 알맞은 크기로
썰어 넣은 후 집어 넣고 기다렸다.
간을 좀 본 후 맛이 꽤 괜찮다고 생각한 후 다 되자 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다 됐다! 이준아, 밥 다 됐다, 어서 와서 먹어!"
"벌써 다 됐어? 빠르네."
이준이가 김치찌개에 밥을 만 후 한 입 먹자 나는 왠지 떨리는 마음을 안고 녀석의 입으로
들어 가는 밥을 지켜 보았다.
아따, 녀석 입술 참 예쁘기도 하지.
몇 번 우물데더니 이준이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이거 누나가 한 거 맞아?"
"그럼 내가 했지, 누가 했겠냐? 왜, 맛 있어? 쿠쿡."
"...누나 요리 좀 배워야겠네."
"뭐야, 그 말은! 내 요리가 맛 없다는 소리야?!"
"아, 아냐! 절대 아냐. 그냥.. 하하, 잘 먹을게!"
그러더니 단숨에 뚝딱 해치워 버리고는 재빨리 화장실로 달려 가 문을 쾅 닫아 버리는 녀석.
뭐, 뭐야.. 그 정도로 맛 없다는 건가?
국물을 살짝 떠 먹어 봤다.
꽤 괜찮은 데, 왜 저러지? 아니면 내 입맛이 특이한 건가?
제기랄, 자존심 상해! 내가 내일부터라도 당장 요리 학원을 다니던가 해야지, 안 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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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틴 로맨스소설
[ 중편 ]
어린 늑대 한 마리와 귀여운 주인님 < 07 >
크림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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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01 18:09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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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재밌네요..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