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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X HOLIC 비어트리스님 제공
자극적인 시즌1
김연진 29 안성준 30 위도애 29
"야! 야, 빨리 일어나봐!"
"… 아, 왜."
"네가 지금 그렇게 퍼질러 자고 있을 때가 아니야, 이 년아!"
"… 아, 왜 그러는 데…. 세계 3차대전이라도 일어난대냐?"
"도, 동민이가… 동민이가 바람핀대."
"… 뭐? 누가 바람을 핀… 다고?"
교실 끝 책상에 엎드리고 누워있다가 이제 막 잠에서 깬 여학생이 느리게 눈을 껌뻑이며 친구에게 되물었다. 여학생이
자리에서 일어나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학교 주차장 쪽에 있는 소각장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공식 남자친구인 동민이 한
여학생과 귀에 이어폰을 나눠 끼고 어깨를 내어준 채 웃고 있었다.
"야, …… 야, 김동민!!!!!!!!"
*****
연진은 책 2권을 계산해주고 손님이 헌 책방을 나가자 무의식적으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바라보았다. 벌써 이틀
째 2층 골방에 틀어박혀 그림작업을 하고 있는 성준을 생각하니 마음이 짠해지는 것이, 역시 다시한번 올라가보는 게
낫다고 생각한 연진은 커피포트를 이용해 커피를 끓여 커피잔에 담았다. 한계단씩 올라 2층 골방에 다다른 연진은 구
석진 곳에 위치한 책상에 엎드려 고개를 까닥까닥하며 졸고 있는 성준을 발견하고 싱겁게 웃어버렸다.
"… 성준오빠."
"으음…"
"이렇게 자지 말고 편히 자요."
"… 아흠…… 지금이 몇 시지?"
"8시 반이요. 오늘은 그냥 주무세요. 내일 일찍 깨울게요."
"… 연진아."
"네? 왜요?"
"그냥… 고맙다고."
성준의 싱거운 말에 연진이 예쁘게 웃으며 근처에 있는 매트리스로 성준을 끌고 가 눕혀주었다. 살짝 잠에 만취해있던
성준이 이불을 펴주는 연진의 손을 덥썩 잡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었다. 성준이 가볍게 연진의 손에 입을 맞추고 눈을
감자 연진이 조심스럽게 성준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내고 일어섰다. 살금살금 걸어나와 1층으로 내려온 연진은 헌
책방으로 들어 온 손님을 반갑게 맞았다. 그 때, 카운터에 올려놓았던 그녀의 핸드폰이 진동을 울리며 전화가 왔음을 알
렸다. 전화를 건 사람은 연진의 친구인 경희였다.
"여보세요."
[어, 연진아. 너 지금 나올 수 있어?]
"… 지금? 왜?"
[기집애, 오랜만에 우리 강원여고 3학년애들 모였어! 애들 다 네 소식 궁금해해.]
"강원여고… 3학년 3반?"
[그래, 이 기집애야. 얼른 튀어나와, 지금 강원여고 앞에 있는 죽자 호프집에 있어.]
"…… 누, 누구 누구 모였는 데?"
[나랑 성미랑 세진이도 있고 현미도 왔어! 그리고 누가 왔는 지 알아? 도애 왔다, 도애?]
"뭐? 도…… 애?"
[응! 우리 여고시절엔 이 기집애, 두꺼운 안경에 촌빨날리는 옷만 입고 와서 인물 별로인줄 알았는 데, 아아, 오면 알아!
김연진, 너 오는 걸로 치고 네 몫까지 맥주 시켰다! 얼른 튀어나와.]
"야, 야… 경희야!"
[꺄하하하… 응, 불렀어, 불렀어. 연진아! 얼른 나와! 끊을게.]
뚜우우우……. 끊어진 핸드폰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내 앞으로 책 1권을 내미는 손님에게 책값을 계산해주고는 옷걸
이에 걸어놨던 겉옷을 걸쳤다. 어차피 성준씨도 자고 있겠다, 원래 9시면 책방을 문 닫는 시간이기도 하니까 크게 상관
은 없다. 다만 한가지 걸리는 게 있다면, 위도애라는 그 이름.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않아 졸업하자마자 강원여고 친구들
과 연락을 모두 끊어버리고 도망치듯 서울에 있는 대학교로 진학했다. 살면서 우연이라는 것을 믿고 싶지 않았는 데, 용
케도 경희와는 같은 대학 동기가 되어버렸고 넉살좋고 오지랖넓은 경희덕분에 근근히 강원여고 3학년 3반 아이들의 소
식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그 많은 아이들중 단 하나 소식이 끊긴 사람이 있다면, 내가 그토록 만나기 싫어하는 위도애
였다.
그럼에도 내가 겉옷을 입고 열쇠로 책방을 잠그는 이유는 그녀의 변한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다. 19살, 철없고 호기심많
은 시절을 흘려 보내고 이제는 제법 어른이 된 29살로 만나기 위해서.
"꺄하하하, 진짜? 대단하다, 너! 어… 연진이 왔다! 연진아, 여기!"
"정말 김연진 나왔네? 하여튼 경희 넌 발도 넓다, 야."
연진이 호프집 안으로 들어서자 적당한 곳에 위치한 테이블에 삼삼오오 몰려앉아 수다를 떨고있는 친구들 무리가 그녀
를 반겼다. 그리고 검은 선글라스를 머리 위에 올려놓고 팔짱을 낀 채 맥주잔을 잡고 있던 도애가 천천히 입꼬리를 올리
며 연진보다 먼저 인사를 건넸다.
"김연진, 오랜만이야."
"…… 응, 정말… 딱 10년만이다."
"그러게."
연진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자, 도애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담배 한까치를 피웠다. 연진이 오기 전에도 한대 피웠는 지, 도
애 앞에 놓인 재떨이에는 담배꽁초가 하나 놓여져있었다. 경희가 넉살좋게 연진 앞으로 맥주를 건네주었고 오랜만에 만
난 그녀들이 시끌벅적하게 수다를 떠는 와중에도 연진과 도애는 서로를 관찰했다.
연진의 눈에 들어오는 도애의 모습은 그야말로 잘나가는 커리어우먼 스타일이었다. 비싸보이는 선글라스에, 핸드백에,
명품 옷에……. 게다가 화장품도 좋은 것을 쓰는 지 피부도 20대 초반만큼 깨끗했고 테이블 밑으로 보이는 광나는 구두
역시 백화점에서 한정판으로 구입한 것이 틀림없는 것이었다. 도애가 차고 있는 귀걸이도, 목걸이도 모두 진짜 보석마
냥 반짝거렸다. 도애는 그녀 앞에 앉은 세진과 대화를 나누며 교양있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예측하건대… 최근 돈 많은
집안에 시집을 갈 예정이거나 이미 갔음이 확실했다.
도애의 눈에 들어오는 연진의 모습은 소소하고 수수해 청초미가 돋보이는 스타일이었다. 한듯 안 한듯한 투명 메이크업
이 깨끗한 피부를 더 눈에 돋보이게 했고 대충 걸친 것 같은데도 패션센스가 돋보이는 패션 스타일, 그리고 지속적인 관
리를 받고 있음을 증명하는 네일아트. 남자가 있는 모양인지 그녀의 손가락에 끼워져있는 금색의 커플링. 무엇보다 요
즘 살맛나는 듯 기분이 굉장히 좋아보인다는 것.
"얘들아, 그건 그렇고 오랜만에 모였는 데 내가 빅 뉴스 하나만 터트릴게!"
"빅뉴스?"
"응. 우리 강원여고 바로 옆에 붙어있던 강원고 기억나지?"
"그럼 기억하지∼. 강원고가 남고여서 얼마나 썸씽이 많았니!"
"꺄하하, 맞아, 맞아! 강원고 박원준 기억해?"
"박원준…? 아… 혹시 그 김동민 친구?"
"… 기, 김동민 친구였어? 강원여고랑 같이 축제할 때 조용필 바람의 노래 부른 애… 말하는 건데."
"그래, 바람의 노래 부를 때 김동민도 같이 있었잖아. 옆에서 기타만 쳤었지, 아마?"
"그랬나? 어머, 내 눈엔 박원준밖에 안 들어와서 몰랐네! 하하하."
'김동민'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눈치없는 세진을 제외한 나머지는 떨떠름한 분위기를 느꼈다. 특히, 연진과 도애는 더더
욱. 빅뉴스라고 먼저 말을 열었던 현미가 다시 헛기침을 여러번 뱉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암튼암튼, 중요한 건… 나랑 박원준이랑 결혼해!"
"… 뭐? 겨, 결혼을 한다고?"
"뭐, 뭐야, 니들 어떻게 된거야? 썸씽있었던 거야?"
"야, 야, 공현미! 풀 스토리 안 불어?"
이야기는 어느덧 현미와 원준의 풀 스토리로 흘러갔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대학교 생활을 하는 내내 전혀 마주치지 않
았던 두 사람은 서울에 있는 한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갔다가 마주쳤다고 했다. 그리고 운 좋게도 20명을 뽑는 그 회사에
둘 다 합격했고 친한 친구로 지내다가 술김에 뽀뽀를 한 것을 계기로 연애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몇 달전, 원준이 현미
에게 청혼했고 두 사람은 이번 달에 결혼하기로 했다고. 그러니까 결론은… 친구들을 하객으로 초청하겠다는 거였다.
*****
"… 나도 가도 되는 건가 모르겠네."
"친구들한테 오빠 자랑도 좀 하고싶고… 애들 다 궁금해해. 김연진 남자친구가 어떤 사람인 지."
"그래? 별 거 없는 데, 뭐."
"나랑 동거한다고 했더니 결혼이랑 뭐가 다르겠냐고 타박하더라."
"… 결혼…… 하고싶어?"
"아니, 아니야. 오빠가 청혼하고 싶을 때 해. 기다릴게."
"… 그래. 가자, 늦겠다."
성준은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 이날 이때까지 결혼을 미뤄왔다. 연진 역시 조급하게 생각하는
편은 아니라서 성준이 내킬 때 하기로 마음먹은 상태다. 그게 혹여 30대 후반이 되더라도. 게다가 성준과 연진은 연애와
동시에 동거를 시작한 지 겨우 6개월째 이기도 했고.
성준과 함께 도착한 예식장은 꽤 호화로웠다. 연진은 신부 대기실에서 곱게 차려입은 연진과 인사를 나누고 오랜만에
해후하게 된 원준과도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만나고 싶지 않은 또 다른 인물, 동민과 마주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찹
쌀떡처럼 붙어 다니더니 어른이 되어서도 여태 친한 모양이었다. 성준이 화장실에 가있겠다고 한 틈을 타 동민은 쇼파
에 앉아있는 연진 앞에 털썩 앉았다. 연진이 동민에게 시선한번 주지않자 보다못한 동민이 연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악
수를 청하는 것이었다.
"야, 김동민."
"드디어 입을 여시네요."
"그래도 누구한테는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일텐데, 소란피우게 하지말고 꺼져."
"김연진, 진짜 10년만에 만나서 하는 소리가 꺼지라는 소리냐?"
"나는 너 같은 놈 몰라. 그리고 알고 싶지도 않아. 꺼져."
"김연진, 아직도 사람을 그렇게 못 믿냐? 네가 지금 믿고 있는 사람은 뭐, 얼마나 대단할 것 같아?"
"…… 신경 긁지말고 꺼지라고."
"야, 그래도 난 너 좋아할 때는 진심이었다. 진심과 거짓도 구분 ㅁ…"
"꺼지라고! 목소리 더 올라가야 꺼질거야?"
"…… 정신차려."
동민은 썩은 표정으로 연진을 내려보며 일어섰다. 그가 휘적휘적 걸어가 연진의 시야에서 사라지자 연진은 두개골을 울
리는 듯한 두통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곧 결혼식이 진행된다는 안내방송이 울려퍼지자 연진은 핸드폰을 뒤적거려 성준
에게 전화를 걸었다. 볼일 볼 때는 늘 집중하느라 아무것도 안 보이고 안 들린다는 성준이 역시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연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성준에게 결혼식장 안으로 들어오라는 문자를 남겨놓고 먼저 안으로 들어섰다. 하객석
에 자리잡고 앉은 연진은 자신의 옆에 앉는 동민을 슬쩍 보고는 그를 노려보았다.
"너 뭐야."
"넌 무슨 기분일지 모르겠지만… 난 아직도 후회 안 해."
"… 야. 너 오늘 작정하고 나왔냐?"
"김연진, 우리 정말 꼭 해야할 얘기가 있다."
"시끄러워, 시끄러워, 시끄러워! 다시는 내 앞에 안 나타나면 안 돼? 제발 좀… 꺼져주면 안 돼?"
"김연진."
"내 이름 부르지마. 역겹고…… 토나와."
교회에서 피아노를 친다는 성미가 결혼식 반주를 맡았던 모양인지 딴 따다다단∼하는 결혼식 반주를 쳤다. 반주에 맞춰
신랑인 원준이 성큼성큼 입장했고 뒤이어 행복한 표정을 한 현미가 입장했다. 길어지는 주례사의 말과 이어지는 원준의
친구들의 퍼포먼스, 현미 친구들의 축가가 결혼식을 떠들썩하게 장식했다. 결혼식이 다 끝나가는 데에도 성준은 오지
않았다. 기다리다 못한 연진이 성준에게 다시 전화를 걸며 결혼식장 밖으로 나왔다. 요즘 변비가 왔다고 하더니, 하필이
면 이렇게 중요할 때에 오다니.
[어…… 연진아.]
"오빠, 괜찮아요? 아직도 화장실이예요?"
[… 어, 방금 밖으로 나왔어.]
"어디요? 결혼식 다 끝났어요. 지금 사진촬영하고 있을걸요."
[그래…? 친구들하고 인사는 해야니까 식장 안으로 들어갈게.]
"… 알았어요. 빨리 들어와요."
마침 통화가 된 성준의 전화를 끊은 연진은 다시 식장 안으로 들어왔다. 예상했던 대로 가족들과 사진촬영을 하고 있었
다. 그녀가 식장안으로 들어서자 사진기사 옆에 서있던 경희가 연진을 발견하고 그녀에게 팔짱을 꼈다. 가족과의 사진
촬영 다음에 친구들이 모여 사진촬영을 한다는 것이었다.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던 연진은 어느틈에 경희에게 이끌려
사진기사 앞에 섰다. 신부 바로 위에 선 연진은 바로 옆에 서있는 동민과 마주하자 입술을 꽉 깨물고 억지로 웃어보였
다. 찰칵― 하는 것과 동시에 동민이 연진의 손에 깍지를 꼈다.
"뭐하는 짓이야!!!!!"
"… 여, 연진아."
"연진아, 왜 그래?"
"…… 기, 김연진.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너무 순식간이었나. 연진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식장안을 울리자 모두 연진에게 시선을 옮겼다. 머쓱해진 연진이 아
니라고 애써 웃어보였지만 이제 막 식장 안으로 들어온 성준은 그런 연진과 연진의 옆에 서있는 동민을 바라보며 눈꼬
리를 올렸다. 촬영이 모두 끝나고 연진이 터덜터덜 단상 아래로 내려오자, 현미에게 이제 곧 신혼여행을 가는 거냐고 웃
어주고 있던 도애가 연진의 팔목을 붙들었다.
"야, 김연진."
"…… 뭐."
"문제 낼테니까, 네가 맞춰봐."
"뭐? 뜬금없이 그게 무슨…"
"나, 남자있게? 없게?"
뜬금없는 질문에 연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외양으로 봐서는 분명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물어보니까 또 없는 것 같기
도 하고. 연진이 머쓱하게 웃으며 모르겠다고 고개를 젓자 도애가 50대 50인데 찍어보라고 부추켰다.
"글쎄… 있을 것 같은 데. 왜?"
"빙고! 그럼… 또하나 문제."
"또?"
"응. 나랑 연애하는 남자는…… 다른 여자가 있을까? 없을… 까?"
순식간에 연진의 입이 굳게 다물어졌다. 도애가 그런 연진의 표정을 보며 피식 웃었다. 검은 매니큐어가 칠해진 손톱을
만지작거리며, 도애가 연진의 귓가에 가까이 얼굴을 가져갔다.
"…… 있어."
"………."
"그럼 마지막 문제."
"………."
"그 남자는… 나를 먼저 만났을까? 아니면… 그 다른 여자를 먼저 만났을까?"
"왜 이래! 나한테… 왜 이래."
"문제라니까, 문제."
"그만해, 위도애. 10년이나 지났는 데… 아직도 그 틀에 갇혀있는 거야?"
"그 틀에 갇혀있는 건 너도 마찬가지 아니야? 왜… 김동민한테 그렇게 과민반응이야?"
"야, 위도애. 입 안 닥쳐?"
"남의 남자 꼬셔서 친구 뒤통수 때린 년이 입 닥치라는 소리를 해?"
"… 위도애!!!! 나도… 나도 피해자야. 말했잖아, 김동민이 너하고 연애하는 줄 전혀 몰랐어!"
"… 목소리 낮춰. 사람들이 지금 너만 봐."
연진은 식장 안의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려있음을 확인하고는 낮게 한숨을 쉬었다. 한없이 작아지는 연진의 모습
에, 도애가 낮게 웃었다. 연진이 도애의 시선을 피해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식장 안에 들어와있는 성준을 발견하고 숨
을 들이켰다. 성준과 연진이 눈이 마주치자, 성준이 천천히 연진에게 다가왔다.
"… 다, 다음에 얘기해."
"무슨 소리야∼. 아직 답 안 들었어, 나."
"다음에 얘기해, 제발…. 네가 연락하면 튀어나갈게, 지금은… 지금은 안 돼."
"… 왜 안돼? 뭐, 켕기는 거라도 있어?"
"야, 위도애, 제발…"
천천히, 느린 걸음으로 다가오는 성준과 눈을 마주친 연진이 머쓱하게 웃어보이자 성준이 온화하게 웃었다. 더이상 과
거에 틀어 박히고 싶지 않은 연진이 가까이 다가온 성준에게 팔짱을 끼려던 찰나,
"왔네? 우리 성준씨."
"………."
성준이 도애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자 도애가 활짝 웃으며 성준의 목을 끌어안았다. 연진이 멍해진 머리를 간신히 지탱
하며 두 사람을 빤히 바라보았지만, 도애는 성준에게 진하게 입을 맞췄다. 성준이 도애와 입을 맞추며 연진과 눈을 맞췄
다. 성준은 웃고 있었다.
"연진아."
"… 오빠…… 오빠 어떻게…"
"아, 실은 도애가 도와달라고 해서."
"…… 뭐, 뭐라구요?"
"10년전 연진이 네가 도애 남자친구를 뺏었다며. 나보고 반년정도 네 남자친구 노릇 좀 해달라고 했어. 어차피 빚 때문
에 내가 숨어지내야 하는 상황이었거든. 도애랑 연락도 딱 끊고 너랑 지냈지. 그 사이에 우리 도애가 빚 문제를 깨끗하
게 해결했고."
"…… 하."
"그리고 너랑 지내다보니까 알겠더라, 우리 도애가 얼마나 매력적인 지."
"하…… 하아…"
성준이 차갑게 웃으며 도애의 허리를 휘감고 뒤돌아섰다. 혼자 남겨진 연진이 풀썩 주저앉아 멀어져가는 두 사람의 뒷
모습을 바라보았다. 살짝 뒤를 돌아본 도애가 검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정답은 1번! 성준씨… 나랑 먼저 만났어!"
"………."
"그리고… 우린 이미 결혼했단다, 이 멍청한 기집애야!"
*****
도애가 탁자 위에 복숭아 아이스티를 내려놓았다. 마주앉은 성준이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아이스티를 한모금 마셨다. 도
애가 피식 웃으며 핸드백에서 흰 봉투를 꺼내 성준 앞으로 들이밀었다.
"… 세어보세요, 한달에 500씩 6개월 3000이예요."
"……… 네, 맞네요."
"수고하셨어요."
"아닙니다. 저야말로 감사하죠."
"… 그런데 안성준씨 진심으로 김연진 좋아하는 것 같아요."
"………."
"내 눈은 못 속여요. 그래도… 안성준씨가 택한 건 돈이예요. 알죠?"
"…… 네."
"미리 경고해두지만, 당신 뒤에 사람을 붙이지는 않아요. 김연진 뒤에 붙여놓지."
"………."
"이 모든게 내 계획이었다고 폭로하는 순간, 당신 목숨이 얼마나 하찮아지는 지 알게 해줄거예요."
"그럴 일 없습니다. 처음부터 돈 때문에 제안을 받아들인 거였고, 내 목숨을 담보로 할만큼 사랑하지도 않으니까요."
"좋은 대답이예요."
도애가 차갑게 웃으며 자신의 앞에 놓여진 홍차를 들이켰다. 성준 역시 차갑게 웃었다.
항상 시리즈단편에 등장했던 조금 야한 장면이 이번 편에는 없어요. 소설을 쓰다보니까 굳이 그런 장면을
넣을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뺐어요. 원래 제 스타일에 의하면 초반에 친구들을 만나러 가기 전
에 성준과 연진의 베드씬 정도가 나왔겠죠? 히히. 이제는 시리즈단편을 마무리 할 때가 왔습니다. 제가 비
로소 정식소설을 쓰게 되었거든요. 이미 비축분도 조금 쌓아놓은 상태고, 나름대로 준비가 된 것 같아서
슬슬 시동을 걸어볼까 해요! 시리즈단편은 자극적인 편에서 마무리할거구요, 자극적인 시리즈 역시 3편까
지 나오니까 그때까지 시리즈 단편 관심 많이 가져주세요! 저는 다음주에 자극적인2로 돌아옵니다!
첫댓글 헐 .. 충격적이네요;; 설마 했지만;; 연진이가 불쌍하네요;
♡ 감사합니다!!!!!!! 연진이가 불쌍하긴 불쌍하죠.
헐 연진이진짜 어떻해요ㅠ 불쌍해요 ㅠ리미님짱>ㅡ<
♡ 앗 가을♥님!!!!!!!!ㅜ.ㅜ 댓글 감사합니다!
이끌리미님글정말재밌게보구있어용 어제시험끝났네요ㅎ앞으로 반전의반전을거듭하는소설많이올려주세요ㅎㅎ>ㅡ<
♡ 아앗, 이제 시리즈단편은 끝이 났답니다ㅜ.ㅜ 재밌게 봐주셨는 데 시리즈단편을 끝내게 되서 죄송해요ㅜ.ㅜ 시리즈단편대신 이제 정식 소설에 도전해보려구요! 그동안 댓글 꼬박꼬박 달아주시고 해서 정말 감사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