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 /Darren Staples, Reuters
지난 4일간 런던 주변 도시에서 계속된 극렬한 폭동과 놀라운 약탈 행위를 보면서 저를 포함한 세계 시민들이 가진 의문은 이런 것이었지 아닐까 합니다.
"무엇이 저런 폭동과 약탈을 일으켰을까... 그렇다면 내가 사는 이 도시는 앞으로 저런 일로부터 안전할까..."
거리에서의 폭력 행위에 관한 한 세계에서 첫손에 꼽히는(꼽혔던?) 한국, 서울에서 오래 살았고, 몇 달 전 스탠리 컵 NHL 아이스하키 결승전 패배 직후 일어난 폭동과 약탈 사건을 경험한 밴쿠버 시민으로서 저는 다른 나라, 다른 도시 사람보다 약간 더 나은 판단의 감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폭력의 광기는 언제나 선량한 보통 사람들을 경악케 하지요. 첫충돌은 우발적으로 발생하기 쉽고, 그러나 이것이 군중심리에 의해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걷잡을 수 없는 양상으로 확대되고 격렬해지는 게 일반적인 수순입니다. 이렇게 예측불가능한 원인과 과정에 의해 결과된 집단적인 폭력 사건을 사후적으로 `원인은 이것이다' 라고 쉽게 결론지을 수 없는 건 자명한 사실이지요.
이 시대의 모든 잇슈가 그렇듯 이번 사태도 왼쪽, 오른쪽에서 보는 시각과 진단 방식이 다를 수 있겠습니다. 왼쪽에서 보면 높은 실업률, 소득 불균형 (양극화), 복지 예산 삭감, 더욱 심해진 박탈감 등으로 누적된 젊은이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는 거지요.
가게에서 물건을 훔쳐 가던 한 젊은 여성에게 기자가 왜 그런 짓을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녀는 "내가 낸 세금을 찾아 가는 거예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이것이 과연 정부 정책에 대한 항의 행위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왼쪽 시각의 한 근거를 제공한다 하겠습니다.
반면, 오른쪽 시각으로는 `그들은 건수를 기다리고 있다가 파괴와 절도 행위를 즐긴 단순한 범죄자'라는 것입니다. 한 경찰 간부는 "폭동에 가담한 사람들은 항의할 어떤 것도 갖고 있지 않다. 이런 일로 이끈 어떤 불의나 계기도 느낄 수 없다. 이것은 내가 지금까지 본 중에 최악의 순수하고 단순한 범죄적 행동의 사건들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시각은 밴쿠버 폭동 당시 대다수 시민들의 생각과 일치하는 것입니다. 17년 전에 같은 일을 겪었던 그들은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이구동성으로 "그들은 승패와 관계 없이 폭동을 일으키려고 다운타운에 간 거다. 그들은 불지르고 싶고 훔치고 싶었던 것이다."라고 말했었지요.
물론 이들의 폭동을 기다리는 마음, 폭력을 예찬하는 정신, 권위에 저항하고자 하는 욕구를 키우는 데 빈곤, 실업, 복지 비용 축소, 경찰관의 시민 살해 같은 사회, 경제적 문제들이 한 몫했을 것임은 부인할 수 없겠습니다. 할 일이 없고, 돈이 없어 불평불만이 쌓여 가는 상황에서 계층적, 인종적 갈등을 첨예하게 일으킬 수 있는 사건이 일어나게 되면 기름에 불을 붓는 격이 되니까요.
그러나 이와 같은 사회, 경제적인 간접 배경에 오른쪽 시각의 사람들은 그다지 비중을 높게 두지 않는 듯하군요. 가정과 학교, 사회의 `도덕적 실패'에 그 책임을 묻습니다.
2010년 토니 블레어의 노동당으로부터 정권을 뺏은 현 영국의 중도 우파 보수당 수상 David Cameron 은 해외 휴가를 중도에 취소하고 귀국, "소수의 불법 폭력배, 도둑들을 끝까지 추적, 잡아내 처벌하겠다"고 천명하면서 "심각한 도덕적 실패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돈의 장벽으로 막아선 안된다"고 의회 비상 토론회에서 말했군요.
현대 민주주의 국가 사회의 문제라고 한다면 과거처럼 가족을, 학생을, 국민을 일사불란하게 통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통제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큰 반발에 부딛치게 되지요. 권위의 실종, 가치의 실종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약을 남용하는 사람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늘고 있고, 해체된 가정이 주변에 한두 곳이 아니지요.
여기에 런던 폭동의 주요 메신져가 되었다고 하는 블랙베리를 비롯한 이른바 소셜 미디어의 대중화는 이번 같은 폭동, 혁명, 선거, 전쟁 등 앞으로 세계 주요 문제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섬뜩한 느낌이 들 만큼 폭발력이 큰 문명의 이기로 등장했습니다. 정보를 전달받고 교육이 이뤄지던 사람들과 공간이 종래 가정, 교회, 학교 등지에서 노트북, 블랙베리, 아이 패드 등 전자기기로 바뀌면서 그 내용과 질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걸러지지 않게 돼 폭력적, 퇴폐적, 향락적, 소비적으로 흐르는,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지요.
이러는 와중에 세계 경제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먹고 사는 데 여유가 있고 미래에 희망이 있을 때는 위에 열거한 문제들이 크게 부각되지 않지만 먹고 살기 어렵고, 나라에서 기존에 주던 것들을 자꾸 깎고, 오히려 더 거둬 가고 하게 되면 사회는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되는 거지요. 역사적으로 혁명의 직접 도화선은 위정자들의 `가렴주구'인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경제 문제뿐이 아니지요. 북미와 유럽에는 아시아, 중동계 이민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또 인종적 갈등까지 커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노르웨이에서 일어난 비극이 바로 그런 경우지요.
결론적으로 경제가 안정되고 가정, 학교, 교회, 사회가 제 위치를 찾는 게 중요한데, 저는 탐욕을 버려야 이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치인, 기업인, 종교인들이 너무 많은 것을 가지려 날마다 싸우고 경쟁하는 풍토, 그것을 본받아 보통 사람들도 좋은 것, 큰 것, 빠른 것, 많은 것, 비싼 것만을 가지려 애쓰는 데서 오늘의 갈등, 비극이 비롯되는 측면이 많으니까요.
농담 삼아 말한다면, 이 세상에 이민자들같이만 모두가 산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일심히 일하고, 검소하게 살고, 자식 교육 똑바로 하고... 말하자면 대개의 경우 전통적인 좋은 가치를 그대로 유지하고 계승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이민자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러한 건전한 이민자들이 주류가 될 때 선진국 사회들이 점잖은 모습을 되찾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첫댓글 ^^* 글 감사합니다.
씁쓸 합니다...극악한 범죄자의 소행일까??? “청년실업률 상승과 복지혜택 축소 등 정부의 긴축 정책이 근본 원인” 일까....
깜짝 놀랬습니다. 벤쿠버 스텐리컵 때랑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캐나다 사람들은 신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