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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정말 바람 한 점 안 불면서 끈끈한 열기를 토해내는 8월 달의 열대야....
한 남자가 자신의 집에서 그 끈적한 더움을 이겨내려는 듯 소매없는 하얀 나시에 선풍기를 코앞에 들이대고 오징어를 씹으면서 "13일의 금요일"이라는 라벨이 붙여진 비디오를 구형의 VTR속에 집어넣었다.
곧이어 TV로 흘러나오는 80년대의 슬러쉬무비를 보면서 그는 더위를 쫓고 있었다.
확실히 재미있었다. 13일의 금요일 최고의 시리즈인4는 그의 기대에 충분히 부흥했다.
무감각한 제이슨이 도끼를 들어 어떤 사람의 머리를 내리치려는 순간
-치익-
-드드등-
딱딱한 잡음을 내면서 TV와 전등이 꺼져 버렸다.
순간 그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머리가 삐쭉서고 몸이 덜덜 떨리는 경험을 했다. 그러나 곧 그의 기분은 바꼈다.
"아...씨 뭐야?"
그는 짜증을 내면서 베란다로 나갔다. 밖은 예상 밖으로 환했다. 공원의 가로등은 환히 켜져서 열대야를 피하기 위해 나온 주민들을 밝히고 있었고 자신의 맞은편 건물의 불들도 켜져있던 것이다.
"어라? 다른 집은 전기 나오잖아."
그는 다른 아파트에선 전기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 의아심을 품으면서
자신의 집 현관의 두꺼비집을 향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비록 어둠이 집에 내려앉기는 했지만 밖의 환한 불빛 덕분에 목적지를 향해서 갈 수 있었다.
그는 두꺼비집의 초록색 플라스틱 뚜껑을 위로 올려서 자세히 쳐다보았다.
두꺼비집의 전원이 내려가 있었다. 그는 전원을 올렸다. 그러자 곧 집엔 밝은 빛들이 매워졌다. 그리곤 다시 오징어를 씹으면서 TV를 켜서 아까 보던 영화를 관람했다.
제이슨의 멋진 도끼샷이 화면으로 흘러나왔다. 그런데 그 순간 또다시 집안의 전기가 다시 끈겨 버렸다.
"아....씨 진짜 뭐야?"
그는 자신이 씹던 오징어를 질겅질겅 씹으면서 다시 두꺼비 집으로 갔다.
역시나 전원이 내려가 있었다. 그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다시 전원을 켰다.
곧 다시 집엔 환한 불빛이 들어왔고 그는 전원스위치 밑에 유리테이프를 발라서 다시는 꺼지지 않도록 해두었다. 그리고 후다닥 방으로 뛰어들어와서 TV스위치를 켜려는 순간
다시 집안의 전기가 팟 나가버렸다. 그는 알 수 없는 오한을 느끼면서 거실을 쳐다보았다.
자신의 거실에서 뭔가가 밖의 빛을 받고 그림자를 뿜으면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몸의 피가 찌릿하는 느낌을 받으면서 그것을 자세히 관찰했다.
그러나 거실을 다시 봤을땐 그 무엇도 있지 않았다. 그는 정말 이상한 낌새를 느끼면서 덜덜 떨리는 발걸음으로 두꺼비집으로 갔다. 정말 소름이 쫘악 돋았다. 그는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두꺼비집의 전원을 꽉꽉 매어났던 테이프가 땅바닥에 뭉쳐진 채 버려져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는 조용히 신발을 신고 문을 열어서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으로 6층 밑으로 후다닥 뛰어갔다.
"띵동띵동"
집밖에서 누군가가 벨을 눌렸다
"누구세요?"
곧 인터폰으로 굵은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나야! 영근이야, 어서 문 열어줘!"
영근이라고 이름을 밝힌 사람이 두려움에 일그러진 표정으로 인터폰에 입을 갖다 붙이고 다급하게 말을했다.
"어라! 영근이가? 잠만 기다리그라."
-딸깍-
문을 잠궈 놓은 자물쇠가 풀리는 소리가 나면서 문이 열렸다.
영근은 문이 열리자마자 집안으로 뛰어들어가서 문을 잠궜다.
-딸깍-
-딸깍-
-딸깍-
2개의 자물쇠와 안전장치까지 모두 잠그고 나서야 그는 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신이 들어온 집의 주인을 보고 말했다.
"살았다....휴..."
"무슨 일이고? 이 밤중에 뭐할라고 왔노?"
영근의 머리와 옷을 푹 적신 모습을 보고 당황한 표정을 짓는 집주인이 말을 했다.
"정진아 뭔가가 있다. 뭔가가...."
영근은 자신의 집에서 일어났던 일을 모두 정진에게 털어놓았다.
"말도 안된다..."
그러면서도 정진은 영근의 진지한 표정의 뭔가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정진이 다시 말을 했다.
"그래도...오늘은 걍 울 집에서 자고 가그라, 니가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뭔가 헛깨비라도 봤는갑다."
"그..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만약 그게 진짜 뭔가 위험한 존재였다면 어떡하지?"
"됬다! 쓸데없는 소리하지마라, 자 이불 펴줄꾸마 뒤비누우 얼렁 자라."
영근의 말을 정진은 막으면서 이불을 펴주었다.
"미안하다..."
영근이 조그맣게 자신의 입으로 되새겼다.
다음날
"영근아 일어나라, 벌써7시다. 얼렁 일어나라. 학교 가야지"
영근의 귓사이로 정진의 큰소리가 들렸다.
영근은 찟어질 듯이 하품을 하고 옷을 챙겼다. 그러나 직장으로 입고갈 옷이 없었다.
그는 그제서야 자신이 어제 친구의 집에서 잤단 것을 깨달았다.
-펄썩-
"아나, 니 옷이다. 깨끗이 빨아서 낼 가지구 오이라."
정진이 영근이 입을 만한 옷을 던져주었다.
영근은 옷을 주섬주섬 입고나서 직장으로 가려고 현관으로 나왔다.
"마! 걱정마라, 니가 헛것을 본거니께.... 안그라믄 오늘도 우리집에서 잘래?"
정진이 물어봤다.
"아니다. 괜찮다. 네 말대로 헛것을 보았는걸꺼다, 미안하다. 다음에 술이나 한잔 살게"
영근은 그렇게 대답하고 밖으로 나오면서 자신이 좋은 친구를 뒀다는 것이 참으로 뿌듯했다.
영근은 초등학교 선생님이다. 지금은 방학이라서 그냥 학교에 가서 2시간 정도 잔 업무를 보고 나오는 것밖에 하지 않는다. 그러나 꼬박 월급은 나오기 때문에 정말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을 했다. 영준은 학교에 도착해서 학생들 당번을 지도했다.
"저...주사아저씨, 오늘은 애들한테 뭘시킬까요?"
그는 전등을 고치는 주사한테 말을 걸었다.
주사는 뭔가를 말하려고 밑을 스윽 쳐다봤다. 그런데 주사는 밑을 보고 순간 얼굴이 굳어지면서 전등을 밑으로 떨어뜨려 버렸다.
-챙그랑-
날카로운 유리음과 함께 전등이 산산히 깨져버렸다.
얼얼한 표정을 짓고 있던 주사는 전등깨지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는지 말을 했다.
"앗...죄송합니다."
"아..아네요..일하고 있는데 방해한 제가 잘못이죠."
영근은 주사가 전등을 떨어뜨린 것이 자신이 말을 건 것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대답했다.
"아까 뭐라고 말씀하셨죠?"
주사가 땅바닥에 떨어진 전등의 잔해를 쓸면서 말을 했다.
"아..오늘 아이들 오면 무슨 일을 시킬 껀지...."
주사는 오늘 아이들에게 시켜야 할 일을 설명해줬다.
"그러면 전 이만 아이들한테 가볼께요"
주사의 설명을 다들은 영근은 주사에게 말하면서 교무실 밖을 나갔다.
"이거...전등을 오래봤더니... 눈이 침침해서 그런건가... 별 희한한 광경이었어...헛깨비를 다보고..."
주사는 전등의 잔해들을 쓸면서 교무실 밖을 나가는 영근을 보고 으스스한 소름을 느끼면서 방금전에 자신이 본 현상에 대한 혼잣말을 내뱉었다.
영근은 일을 다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제 집의 문을 안 잠궜기 때문에 문을 열려있었다. 하지만 도둑의 침입흔적 같은 것은 있지 않았다.
모든 것이 어제 집을 나가기 전의 모습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현관의 테이프뭉치도, 집안의 오징어와 땅콩들도...
그는 테이프뭉치를 보면서 또 한번 으스스함을 느꼈지만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테이프뭉치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방으로 돌아온 그는 집을 꽤 난잡하게 어지러진 집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집안을 깨끗이 정돈하자 벌써 저녁시간이 다되어 왔다. 영근은 냉장고에서 라면을 몇 개 꺼내 끓여먹기로 했다. 밑이 쌔까맣게탄 양철냄비에 물을 넣고 불이 활활 나오는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뒀다. 그리고 그는 물이 끓을 동안 어제 보다가 그만둔 비디오를 꺼내들고 아파트를 나와 근처의 비디오 가게에 갔다. 조금 아쉬웠지만 연체료의 부담으로 인해 반납해야 했기 때문이다. 영근은 비디오를 반납하고 다시 6층으로 갔다.
-딸깍-
영근이 자신의 집의 손잡이에 손을 대는 순간 안에서 자물쇠가 잠기는 소리가 났다.
"어....뭐야?"
분명 누군가가 자신의 집안에서 문을 잠근 것이다. 영근은 관리실로 뛰어갔다.
"아저씨!!!아저씨!!!"
경비원은 그의 다급한 소리에 정신이 확깨었다.
"무슨 일이야?"
"우리 집에 도둑이 들었어요! 빨리 도와주세요"
"그래? 어서가자고"
경비원은 가스총을 허리춤에 차고 방망이를 들고 영근의 집으로 올라갔다.
-딸깍-
경비원이 영근의 집의 문의 손잡이에 손을대자 안에서 다시 자물쇠가 풀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영근은 그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그러나 경비원은 못들은 듯 했다.
-끼이이익-
영근과 경비원은 집문이 열 리가 그 안으로 들어갔다.
순간 집 안에서 모여있던 끈끈한 열기와 함께 매퀘하고 씁씁한 냄새가 그들의 콧속으로 스며 들어왔다.
"무슨 냄새지?"
경비원이 영근에게 물었다.
영근도 그 냄새가 뭔지 생각을 했다. 그러다 뭐가 생각이 났는지 급히 부엌으로 뛰어 들어갔다.
"무슨 일이야?"
경비원이 뛰어가는 영근에게 말했다. 그러나 영근은 대답하지 않았다.
경비원도 급히 뛰어서 영근을 따라갔다.
가스레인지 위에는 샛노란 양철냄비가 올려져있고 그 양철냄비 주위로 뜨거운 물들이 김을내면서 보글보글 거리고 있었다. 양철냄비의 물들이 흘러 가스불을 꺼트려서 가스가 쉭쉭 세어 나오고 있었다.
-뜨르륵-
영근이 가스레버를 돌렸다.
"아저씨 어서 창문들 좀 열어주세요"
영근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영근과 경비원이 창문을 열어 재치자 곧 밖의 시원한 공기가
집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집안의 공기가 정화되자 그때서야 그들은 도둑이 생각났다.
"도둑이 아직 집에 있을까요?"
영근이 경비에게 물었다. 경비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대답을 하려고 했다.
-쿵-
그들의 대화를 아주 큰 소리가 막았다.
곧 그들은 재빨리 그 소리가 나는 곳으로 뛰어갔다. 소리의 진원지는 베란다 쪽이였다.
커다란 발코니 창을 옆쪽으로 재쳐두고 그들은 소리가 났던 쪽을 봤다.
베란다 구석에 설치된 갈색 나무로 되있는 간이창고의 문이 있었다. 그 속에 무언가가 꼼지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그 안에 뭔가가 있는 것을 확실했다.
"도둑이 쫄아서 저 안에 숨었군"
영근은 생각했다.
"아저씨.. 제가 문을 열테니 가스총을 뿌리세요"
영근은 나지막하게 경비의 귀에 대고 말을 했다. 경비는 알겠다는 듯이 모자를 끄떡하고선 가스총을 장전했다. 영근은 살금살금 문에 다가가서 문손잡이에 손을 살며시 대고선 옆으로 몸을 기댔다. 영근은 손가락3개를 들어 보이고선 한 개씩 접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콰당-
영근은 간이창고의 문을 활짝 열어 재꼈다. 문이 열리자 경비는 그 속에 마구 가스총을 뿌려댔다.
"콜록 콜록"
영근도 그 가스총의 가스에 영향을 입어서 기침을 해댔다. 그들은 눈을 붉히면서 창고 속을 들여 봤다.
그런데 그 속엔 분명 있어야 할 뭔가가 없었다.
"어떻게 된거지?"
경비가 눈물이 찔끔찔끔 나오는 눈을 소매로 흘기면서 말을 했다.
영준은 말문이 막혔다.
"이봐, 도둑 따윈 애초에 없었던거 아니야?"
"....."
"총각, 정말 도둑 맞냐구?"
"...."
"총각? 뭐해? 도둑이 들어오는걸 봤어?"
"아니요....."
영근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굉장히 조그맣게 말했다.
"뭐여? 그러면 왜 도둑이 들어 왔다고 했나?"
경비원이 얼굴을 불그락거리면서 화를 냈다.
"집 문을 누군가가 잠궈서...."
영준은 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경비병은 잔뜩 기가 살았는지 더 큰소리로 화를 내려고 했다.
-쿵-
-찌그렁-
아파트 밑에서 뭔가 큰소리가 들려왔다. 영근과 경비는 난간에 기대서 밑을 쳐다 봤다.
아파트 밑쪽의 주차된 자동차가 몇 층에서 떨어졌는지 모를 화분에 맞아서 완전히 찌그러져 있었다.
"총각, 나중에 봐, 이것참 젊은 총각이 여간 큰일이 아니군, 아파트에 불까지 날뻔하게 만들고...."
경비원은 급히 1층으로 내려갔다. 영근은 소파에 기진맥진하게 털썩 누웠다.
정말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만큼 화가 치밀었다. 분명 문은 잠겨있었고 누군가가 안에서 열어줬다. 그리고 그 존재는 간이창고로 숨었던 것이 확실했다. 하지만 그 존재는 불가사의 하게 사라진 것이다.
"귀신?"
영근은 극단적으로 생각이 치닫자 과학적으로 설명 할 수 없는 존재로 그 모습을 돌렸다.
분명 귀신이라면 그 모든게 가능했었다. 그러나 귀신이 구태히 자기에게 들러붙을 이유가 없었다. 아닌 이유가 없기도 전에 그는 귀신을 완강히 부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면>이라는 글자가 머리에 박혀버린 영근은 집에대한 불안감에 급히 짐을 싸들고 친구인 정진의 집으로 몸을 옮겨갔다.
"뭐고? 아주 이사를 온기가?"
정진이 조금 짜증나는 투로 영근에게 쏘았다.
"어....미안....왠지 우리집이 이상해....당분간만 있을깨..."
영근은 힘이 다 빠졌는지 축늘어져서 말을 했다.
"뭐가 이상한대?"
정진이 약간의 호기심을 가지고 말을 했다. 영근은 정진에게 방금 전의 자신의 집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하나도 빠짐 없이 설명해주었다.
"귀신 아니가?"
정진도 그 불가능한 존재를 귀신으로 몰아갔다.
"어쩌면....하지만 왜 그 귀신이 나한테 온거지?"
영근이 당황스런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지박령? 있다이가 그 지가 죽은 자리에서 맴도는 귀신, 아니면 니한테 반한 처자귀신 이거나, 또 아니믄 니한테 피 한이 맺힌 귀신..."
정진이 농담이 섞인 투로 그 존재를 추리했다.
"그럴 리가 없어.... 내가 누구한테 해를 입힌 적도 없고....처녀 귀신이 왜 나같은 놈한테 붙겠어? 지박령? 흠....."
영근은 지박령에 가능성을 걸었다.
"전화기좀 빌리자."
"니 맘대루 해라, 글구 니 몸에서 내미난다, 좀 씻으라... 보일라 틀어 놓을 구마."
영근은 전화기를 돌려서 자신이 사는 아파트를 만든 회사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다 그는 전화를 끊었다. 어차피 회사에선 집 값을 우려해 그 사실을 비밀로 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형사문제가 되지 않는 이상 아파트에서 죽은 사람을 확인할 길이 없었다. 그는 "경찰에게 전화를 걸어볼까" 라구 생각도 해보았다. 그러나 경찰이 그런 확인이 되지도 않은 일에 비싼 시간을 투자해줄리도 만무했다. 그의 생각이 그렇게 꼬리를 물 때 정진의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물 받아 놨다. 빨랑 와서 목욕 하그라"
영근은 자신의 몸의 채취를 맡아 보았다. 정말 끈끈한 여름 날씨 탓인지 온몸이 땀에 젖어 퀘퀘한 냄새를 풍겼다. 그는 당장 옷을 훌러덩 벗고 욕실에 들어갔다.
-쏴아아-
시원한 물줄기가 샤워기에서 뿜어져 나와 영근의 후지끈한 몸을 깨끗이 씻어나갔다.
-뜨드등-
갑자기 욕실의 하얀색 백열등이 나가버렸다. 욕실은 금새 빛을 잃고 칡흙같은 어둠에 휘감겨 버렸다. 영근은 그냥 밖으로 뛰쳐나가서 정진의 머리를 한 대 때리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실오라기 하나 걸친 알몸으로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지만 그런 모습은 정말 꼴깝일 것 같아서였다.
"야, 정진! 장난치지마, 빨리 불켜란 말이야"
그는 밖에서 키득대며 웃고있을 정진에게 말했다.
-따다닥-
정진이 장난 짓을 그만 뒀는지 불이 다시 들어왔다. 다시 시야를 찾을수 있게 되자 그는 다시 목욕을 시작했다. 처음엔 천천히 하려고 했지만 정진이 다시 장난을 칠수있다는 생각에 손을 더욱 빨리 놀렸다. 그는 샤워를 다하자 수건으로 몸을 딱고 걸어놓은 새 팬티를 입으려고 했다.
-뜨드등-
다시 백열등의 전구가 꺼졌다. 그는 어둠속에서 침착하게 속옷을 입고 벽을 더듬거려 문손잡이에 손을 댔다. 그는 밖으로 나가 정진의 머리를 한 대 쥐어 박아주려고 문을 확 잡아 당겼다.
-딸깍-
-따다닥-
문이 열리자 스위치를 누르는 소리와 함께 불이 욕실에서 다시 들어왔다.
-후다닥-
영근이 밖으로 튀어 나오자 정진은 놀랬는지 부엌으로 달려가더니 숨어버렸다.
-띵동-
그가 부엌의 씽크대 앞에 서서 정진을 찾을 때 밖에서 벨소리가 들렸다.
"야 정진!! 누가 왔다. 어서 나온나"
그는 큰소리로 정진이 들을 수 있게 말했다.
그러나 부엌에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훗....좀있다 보자.."
그는 부엌의 틈 어딘가에 숨어있을 정진에게 으름장을 내놓고는 인터폰으로 걸어갔다.
"누구세요?"
"임마! 문열어라, 와 문을 잠그고 지랄이고?"
정진이었다. 영근은 소스라치게 놀랬다. 분명 정진은 집안에 있어야 하는데 밖에 있는 것이었다.
-철컥-
영근은 떨리는 손으로 문에 설치된 자물쇠를 풀었다. 곧 정진은 뭔가를 싸고있는 비닐봉지를 영근에게 넘겼다. 영근은 그것을 받고는 정진에게 말을 했다.
"야...어떻게 된일이야?"
"뭐가? 묵을게 없어서 반찬거리좀 사왔다 아이가."
정진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너가 어떻게 밖에 있을수 있지?"
영근이 굉장히 떨리는 음으로 물었다.
"귀신 시나라 까먹나? 무슨 헛소리고? 내가 왜 밖에 있기는.... 음식사러 슈퍼갔다 왔으니깐 밖에 있지."
정진의 대답을 듣고는 영근은 정진에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괜히 자신의 망상일지도 모르는 일 때문에 정진이 피해를 보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걸 어디다 둘까?"
영근은 표정을 가다듬고 정진에게 말했다.
그들은 새벽까지 빌려온 비디오를 보면서 새벽1시가 될 때까지 술을 퍼마셨다.
"야,...이몸은 잠이나 자러 가실란다...쿡..니는 저기 손님방 가서 자그라잉...큭..,."
정진은 영근에게 말하고 비틀비틀 거리면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영근도 술 덕분의 찝찝한 기분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었다.
영근도 비틀비틀 거리면서 자신이 잘 방으로 향했다. 그 방은 욕실 옆쪽에 붙은 방이었다.
아직 활용도가 높지 않아서인지 온갖 잡동사니가 쌓여있었다. 그 잡동사니 수풀을 헤쳐나가자 성인 한명이 잘만한 침대가 놓여있었다. 그는 얇은 이불 한 장을 덮고는 곧바로 잠에 곯아 떯어졌다.
영근의 눈앞으로 학교운동장이 펼쳐졌다. 영근은 영문도 모른 채운동장 한가운데를 걷고 있다. 영근의 뒤로 누군가가 뛰어왔다. 그 존재는 영근의 뒤에 멈춰섰다.
영근은 그존재를 확인하려고 뒤를 돌아봤다. 자신이 가르키는 반의 학생중 한명이었다.
"선생님 술래~"
그 아이는 해맑은 웃음을 지으면서 영근에게 말하곤 급히 다른 곳으로 뛰어갔다.
"야~ 선생님이 술래야"
아이들이 꺄르르 웃으면서 영근을 피해서 도망갔다. 영근은 자신도 모르게 한 아이에게 뛰어가서 그 아이를 잡았다.
"네가 술래다"
영근은 잡힌 아이에게 말했다.
"아직 술래 아닌데...."
그 아이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들어 영준을 쳐다 보면서 말했다.
"음...으음...."
영준은 몸을 일으켰다. 주위엔 운동자도 아이들도 없었다. 꿈을 꾼 것이다. 영준은 아이들이 그리워 꿈을 꾼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영준은 자다가 깨서 그런지 목이 말랐다. 더운 날씨 탓도 있었다. 영준은 물을 마시려고 이불을 걷고 몸을 완전히 일으키려고 했다.
-콰당-
영준은 술에 덜 깼는지 몸이 말을 듣지 않고 침대 밑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영준은 몸을 침대에 둔채 머리만 침대 밑으로 박혀버렸다. 영준은 침대 밑의 어두컴컴한 공간과 눈을 마주쳤다.
'아고고'
영근은 머리를 문지르면서 고개를 들려고 했다.
'헉!'
영근은 소리를 지르려는 입을 양손으로 꾹 막았다. 침대 밑의 공간에서 뭔가를 본 것이었다.
어두워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사람의 모습을 하고 침대 밑에서 바짝 엎드려 누워있는 형태의 검은 존재였다.
영근의 심장이 마구 요동을 쳤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고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영근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몸을 침대위로 올린 채 조용히 바닥에 떨어져 있는 이불을 들어서 온몸을 가리려고 했다. 최대한 조용히 최대한 적은 움직임으로 이불 끝쪽을 집은채 힘겹게 들어올리고 있었다. 혹시라도 그것이 깨서 침대 밑에서 튀어 나올까봐 침대아래를 주시하면서 일을 했다.
이불을 거의다 들어 올렸을때 영근이 침대바닥을 다시 보자 어둠에 익숙해진 그의 눈으로 그 검은존재가 손을 쭉 빼내는 것이 보였다. 영근의 몸은 너무 놀란 나머지 마비가 된 것같이 움직이지 않았다. 눈도 깜빡하지 못하게된 그는 그 광경을 모두 보았다.
검게 탄 것처럼 되 있는 손을 빼낸 그것은 그 손을 바닥에 짚고 몸을 쑤욱하고 빼내었다. 온 몸을 다 빼낸 그것은 성인남자의 몸과 비슷한 크기였다. 그것은 곧 몸을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
-철커덕-
그리고 그 검은 물체는 몸을 흔들흔들 거리면서 방문을 열고 빠져나갔다. 그것이 가고 나서 몇 분이 지나서야 몸이 조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영근은 이불을 덮어쓰고 이빨을 딱딱거리면서 다시 돌아 올 것만 같은 존재를 두려워하며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철커덕-
이불을 뒤집어쓰고 벌벌떨고 있는 영근이 있는 방의 문이 열렸다. 영근의 방을 연 존재는 영근에게 다가가서 이불을 뒤집어쓴 영근을 툭툭 건드렸다.
"야.....일어나보이라...."
정진이였다. 그런데 왠지 정진의 본래 목소리완 달리 축 가라 앉아있었다. 영근은 머리를 이불에서 살며시 빼내서 바깥을 보았다. 날이 밝았는지 방안이 환했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표정이 굳은 정진이 서서 영근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정진은 영근에게 다시 말했다.
"무서워서 그라나?"
영근은 정진에게 대답했다.
"아니다...추워서 그렇다."
지금의 날씨는 전혀 춥지가 않았다. 그러나 괜히 창피 당하고 싶지가 않아서 말도 안되는 변명을 했다. 그러나 정진은 그 대답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말을 했다.
"내두 귀신 본 것 같다, 자고 있는데 쓰댕 뭐가 꼬라보고 있는 것 같은기라....그래서 눈을 떳거덩 그니깐 내 방에 있는 의자에 뭔가 거므틱틱한게 내를 꼬라보고 있드라....뭐고?
니따라온 귀신 맞제? 쓰벌, 무서버 죽긋다. 이 나이에 바지에 오줌 싸는줄 알았다이가."
"......."
"으짤끼고? 우리집에 귀신 붙은는 갑다. 얼렁 때그라!!!"
"어떻게....."
영근이 개미만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몰라! 니가 뭣 땜시 귀신이 붙었는지 잘 생각해보그라"
-쾅쾅-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영근과 정진의 기이한 소재의 대화를 막았다.
"아....뭐고? 벨은 안 눌리고 와 두드리노, 눈까리는 폼으로 달구 댕기는가?"
정진은 화를 내면서 현관으로 나갔다.
"누군교?"
정진이 말했다.
"앞집에 사는 사람인데요, 잠시 문 좀 열어주세요"
화가나있는 듯한 여자의 목소리였다.
-딸깍-
-딸깍-
정진이 자물쇠를 풀고 문을 열자 밖에는 어떤 여자가 서있었다. 그다지 예쁜 다고 말할만한 여자는 아니였다. 아니 예쁠 수도 있지만 눈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굉장히 빨갛게 충혈 되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몰지각하시군요?"
그 여자가 다짜고짜 우리에게 말했다.
"네?"
"아니, 어떻게 나이도 있으신 분들이 그런 유치한 장난을 치시죠?"
"무슨 말입니꺼?"
"어제 밤새도록 벨 장난을 치셨잖아요!"
"우린 어제 술 마시고 뻗었었는데...."
"아... 취해서 장난 치셨군요! 술을 마시려면 남한테 피해는 안줘야 될꺼 아닌가요? 어제 계속 벨을 누르고 도망치시길래 제가 문 앞에 서서 벨을 누르자마자 문을 열고 나가니깐 후다닥 님 집으로 들어가시더군요!!"
정진은 그여자의 말을 듣곤 뭔가 생각을 하더니 그 여자에게 말을 꺼냈다.
"정말 죄송합니더..... 저희가 어제 술에 취해서 사리구별을 못했나 봅니더....담에 저녁한끼 대접 할테니 용서해주이소..."
정진이 허리 굽혀 사과를 했다.
"인정하시니 다행이네요! 한번만 더 이런 일이 있으면 경찰에 연락할 꺼에요"
그 여자는 샐쭉하게 우리를 쏘아보곤 앞집으로 들어갔다.
"니도 그 놈이라 생각하제?"
정진이 내 얼굴을 보고 말했다.
"누구?"
정진은 곧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으이구 등신아, 귀신 말이다, 귀신, 니한테 붙은 귀신 말이다."
"......"
"귀신이 장난 치는게 재밌는갑다. 니 점쟁이한테 가볼래?"
"싫어! 점쟁이나 무당들은 분명 말도 안되는 부적이나 써주면서 돈이나 뜯어갈걸!"
난 확실히 나의 입장을 밝혔다.
"그라믄 맨날 귀신을 업고 댕길래?"
"......"
"니 땜시 내까지 죽긋다이가!! 사내자식이 뭐꼬? 와그리 책임감이 없노?"
정진이 화가 났는지 영근에게 목에 핏줄을 세우면서 말했다.
"아우....진짜 돌겠다. 어쩔꺼고? 대답을 해봐라! 귀신이 언제 무슨 짓을 저지를지 우예아노?"
그때서야 영근은 귀신을 물리쳐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귀신이 정말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를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단순한 장난일지도 모르지만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맞아 죽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언제 큰 사고가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야...혹시 이게 귀신하고 관련이 되있을까?"
영근은 정진에게 어제 꾸었던 꿈에 대해 설명해줬다. 언젠가 책에서 몸이 위험을 알리기 위해서 꿈에서 뭔가를 말해준다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꿈에서 해답이 나올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정진과 영근은 토론을 나누었다.
"야 니 학생중에 죽은 아 있나?"
"아니, 없다."
"그라믄 초딩 귀신도 아니구만"
"혹시 운동장에서 죽은 아이 아닐까?"
"말이 되는 소리가? 학교 지은지 얼마나 됬다고? 2년도 안됬다이가"
"도대체 뭐 그런 말도 안되는 귀신이 있노? 지맘대로 귀신이네..... 내가 볼땐 그냥 니한테 달라붙은 처자 귀신인갑다. 제사나 지내줘라"
영근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정진의 말을 무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근은 분명 꿈에서 완벽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단 예감이 들었다.
영근은 찝찝한 기분으로 학교로 왔다. 오면서 누군가가 쫓아오는 기분을 떨쳐버릴 순 없었지만 아침이라서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영근선생님"
교무실에 들어간 영근에게 누군가 인사를 건네왔다.
"네 안녕하세요"
김 선생 이였다. 나이가 지긋하게 든 중년의 김 선생은 땀이 줄줄 흐르는 얼굴에 노트로 부채질을 하고있었다.
"저....영근선생님, 그것 압니까?"
"뭐요?"
영근은 호기심이 들어서 금방 대답했다.
"글세 주사가 그러던데 선생님 그림자가 선생님 뒤를 떠나서 걸어 다녔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그 말을 듣고 정말 우리들이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교장선생님도 정말 기차게 웃더라고요"
"제 그림자가요?"
"네, 주사도 그다지 심각하게 말하진 않았으니 그렇게 신경 쓰진 마세요, 하하하 그런데 지금 선생님 그림자를 보니 움직이기는 움직이는군요 선생님을 따라서"
영근은 김 선생의 농담을 심각하게 생각했다. 어쩌면 주사가 뭔가를 알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손을 가리고 웃고있는 몇몇의 선생들의 시선을 뒤로하고 급히 교무실을 빠져나와 주사를 찾았다.
"주사아저씨"
창고에서 물건을 정리하는 주사를 영근이 불렀다. 주사도 더운 날씨 탓에 땀에 몸이 흠뻑 젖어있었다.
"사실인가요?"
영근이 다짜고짜 묻자 주사는 당황하며 대답했다.
"아..아니.. 그건 선생님 욕하려고 말한게 아니라 회식자리서 그냥 제가 헛것을 본 것을 농담삼아 한거에요. 아이구 선생님 화나셨으면 정말 죄송합니다."
주사가 고개를 조아려 사과를 했다.
"아니요, 주사아저씨를 나무라려고 하는 것이 아니에요, 그냥 본 것을 말씀해주세요"
"네?"
주사의 얼굴에 황당한 표정이 드러났다.
"그게..... 헛것이 확실한데.... 뭐, 말씀 드리자면요, 저번에 전등고치고 있을때요 선생님이 오셨잔아요?"
"네"
"그때 말입니다, 제가 선생님을 내려다 봤을 때 선생님 그림자가요 선생님 뒤를 떠나서 왔다갔다 거리지 않겠나요? 그래서 제가 놀래서 전등을 떨어뜨리자 그 그림자가 다시 선생님 뒤로 붙더라구요. 하하하 더위를 먹어도 유분수지...."
주사가 그때 생각이 났는지 웃음을 내보였다.
영근은 사무실에 앉아서 교무실의 창가에 기대서 밖을 내다보면서 운동장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사색에 잠겼다. 아이들...아이들....
영근의 입술이 기묘한 웃음을 머금었다. 그는 교무실의 전화기로 다가갔다.
-따르르르....따르르르르-
-처커덕-
"여보세요"
"정진이냐?"
"어, 무슨 일 이대?"
"혹시 그것이 지금 안보이지?"
"어....와?"
"그것의 정체를 안 것 같다."
"뭔데?"
"너 피터팬 알지?"
"어..알구말구"
"거기서 웬디가 어떻게 피터팬이랑 친해졌지?"
"피터팬의.....어!? 그라믄 고것이...!"
"맞아! 바로 그림자!, 내 그림자 였던거야!"
"......"
정진은 꽤나 놀랬다. 정진은 지금까지 귀신인줄 알았던 그 존재가 영근의 그림자였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럴수가 있다냐?"
정진이 침묵을 끈고 다시 질문을 했다.
"그게 문제야, 어떻게 그림자가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까? 도데체 그림자를 어떻게 다시 붙이는 거지?"
"아! 알긋다. 그림자를 어케해야 될지 알긋다. 야 지금 당장 우리 집으로 당장 오이라.!"
"알겠어, 지금 간다."
영근은 전화기를 끈고 급히 교무실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서둘러 정진의 집으로 달려갔다. 검은 영근도 영근의 몸에 잘 붙어서 따라오고 있었다.
-처커덕-
집으로 헐레벌떡 뛰어 들어간 영근은 어떤 글이 적힌 8절지의 종이를 들고 있는 정진을 보았다.
-어서 옆방으로 들어가-
영근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영근은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안은 아무것도 없었다. 대신 밝은 빛을 낼 수 있는 후레쉬가 굉장히 많았다.
-아무 말도 하지마-
-지금부터 그림자를 떼낼꺼야."
-구석에 있어봐-
영근은 정진이 종이에 적은 대로 구석으로 가서 붙었다. 영근이 안전하게 서있자 정진은 갑자기 방안의 불을 켰다, 그리고 모든 후레쉬들을 밝혔다. 그때서야 정진이 말했다.
"그림자는 분명 어둠이 빛의 역할을 할끼라, 그니깐 밝은 것은 어둠이갔제? 그래서 그림자한텐 방안이 어둡도록 했다. 어서 꼬매라, 웬디처럼"
영근은 바늘과 실을 가지고 그림자를 꿰매려 했다. 당황한 그림자는 바닥에 붙어서 마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움직임을 멈추고 벽에 찰싹 달라 붙었다.
영근은 그런 그림자를 바늘로 꿰매려 했다. 그러나 그림자에게 바늘이 찔려질 리가 없었다. 그림자는 영근을 무시하고 벽을 더듬기 시작했다. 점점 문 쪽으로 더듬어갔다. 영근과 정진은 그것을 막으려고 온몸을 다해서 벽을 사수 했지만 그림자를 잡을 방법이 없었다, 그림자는 문을 열고 자신에게 밝은 거실로 가서 모습을 감춰 버렸다. 영근은 자신의 그림자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그들은 허탈하게 그 모습을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이런, 바늘로 꼬매는게 아닌가벼..."
정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정말 황당한 표정이었다.
영근도 확실하다고 생각한 방법이 아무런 효과도 없자 실망의 표정이 가득해졌다.
-쿵-
갑자기 거실에 있던 TV가 쓰러졌다.
-쨍그랑-
거실의 진열장이 열리면서 그 속에 있던 양주들이 땅 바닥에 떨어지면서 깨뜨려 졌다.
그림자였다, 옅은 검은색을 띄고 있는 그림자는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벽에 걸린 뻐꾸기 시계, 각종 물건들을 미친 듯이 날뛰는 그림자가 건드렸다.
거실의 물건을 다 깨뜨리자 그림자는 정진의 방으로 들어가려는 듯 정진의 방을 향해 몸을 돌렸다. 정진은 굉장히 분노에 찬 얼굴을 한 채 부엌으로 갔다. 그림자는 정진의 방에 들어가서 난장판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 게쉐키야, 씨부렁놈아!!! 니놈이 죽고잡구나"
화가 난 정진은 부엌에서 시퍼렇게 날이 선 식칼을 들고 그림자와 싸우려는 듯이 방으로 들어갔다.
영근은 정진을 말리기 위해서 같이 방으로 뒤따라 들어갔다.
-수수숙-
정진의 방에 들어간 영근의 몸에 시뻘건 피가 튀었다. 정진이 침대 밑에 쓰러져있었고 그위에 희끄므리한 검은 그림자가 정진이 들고간 식칼을 들고 정진을 내리찍고 있었다.
영근은 몸이 움직이지 않는지 꼼짝도 못하고 벽에 기대서 그 광경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콜록,콜록"
정진이 피가 섞인 기침을 몇 번 뱉더니 조용해졌다.
그렇지만 그림자는 정진이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진의 머리를 잡아채더니 바닥에 마구 찍어대기 시작했다. 정진의 머리가 퍽퍽 소리를 내면서 으깨졌다. 그의 붉은 피가 온 방안에 튀었다.
그림자는 정진을 피떡으로 만들어 놓고는 벽에 쓰러져서 바지를 적신 영근에게 다가갔다.
영근은 그림자가 자신에게 오는 것을 보고 도망가려고 몸에 힘을 주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벌벌 떨면서 죽음의 그림자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안되...."
영근은 두 눈을 꼭 감았다.
영근의 눈앞으로 학교운동장이 펼쳐졌다. 영근은 영문도 모른 채운동장 한가운데를 걷고 있다. 영근의 뒤로 누군가가 뛰어왔다. 그 존재는 영근의 뒤에 멈춰섰다.
영근은 그존재를 확인하려고 뒤를 돌아봤다. 자신이 가르키는 반의 학생중 한명이었다.
"선생님 술래~"
그 아이는 해맑은 웃음을 지으면서 영근에게 말하곤 급히 다른 곳으로 뛰어갔다.
"야~ 선생님이 술래야"
아이들이 꺄르르 웃으면서 영근을 피해서 도망갔다. 영근은 자신도 모르게 한 아이에게 뛰어가서 그 아이를 잡았다.
"네가 술래다"
영근은 잡힌 아이에게 말했다.
"아직 술래 아닌데...."
그 아이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들어 영준을 쳐다 보면서 말했다
"내가 왜? 술래가 아니니?"
영근이 말을 했다.
"그림자를 밟아야죠, 술래잡기가 아니잖아요"
그 아이가 말했다.
"아, 맞다.... 그림자밞기였지...."
영근은 중얼거렸다.
그리곤 아이들의 그림자를 밟기 위해 뛰었다.
"이봐, 이봐!"
영근은 누군가가 자신의 뺨을 치면서 부르는 소리에 꿈에서 깨어서 눈을 떴다.
"당신을 살인혐의로 긴급 체포합니다....."
영근의 팔에 수갑을 채운 형사인 듯한 사람이 미란다원칙을 부르면서 영근을 일으켜 세웠다. 영근의 주위로 많은 경찰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살인?....'
"살인 이라뇨?"
영근이 눈을 크게 치켜뜨고 말했다. 검은 가죽잠바를 걸친 형사는 손가락으로 어떤 것을 가르켰다.
검붉은 피에 적셔져있는 정진의 처참한 광경의 시체가 보였다. 영근의 끈겼던 기억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영근은 자신이 죽이것이 아니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따지고 보면 그 그림자도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영근은 순순히 형사를 따라 체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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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근은 순순히 살인죄를 자백했고 사형을 선고받게 되었다. 세간에서는 교사의 살인이 다뤄줘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하였다.
영근은 교도소에서 2달간의 생활을 보내게 됬다. 그림자는 교도소에서도 자주 말썽을 일으켰다. 그의 그림자는 교도소의 명물이 되었다. 독방에서 목이 졸려 죽은자, 심장마비로 죽은자들은 모두 그림자가 저지른 일이다. 영근은 그림자를 내쫓는 방법을 알고 있다.
2달후
"이봐, 방금 10871이 나한테 뭐랬는지 알아?"
방금 사형을 집행한 간수가 책상에 느긋하게 앉아서 커피를 홀짝이는 동료에게 말했다.
"뭐라고 했는데?
"내 뒤에서서 느끼하게 '네가 술래다' 라고 말하더라고, 미친놈이지...내가 조금 더 패줬어야 하는 건데...아쉽단 말야..."
"하하하 신경 쓰지 마라구, 자네가 조금 괴롭혔나? 하긴 그런 놈들은 마구마구 괴롭혀줘야해"
두 명의 간수가 교도소 안에서 떠들고 있다.
-End-
ㅡㅡ;;;
후후...습작입니다!!!
어거지가 너무 심했나 ㅡㅡ
첫댓글 그림자라~ 잘 봤어요. 바이러스님이시죠? 백신을 맞았다니-_-;;;;; 건필하셔요~
호옷! 신선한 소재네요.....자신의 그림자라....빠튕!!
안되==> 안돼...입니다..잘봤습니다.
재밌게봤네요^^
안돼 입니다
중간중간에 섬뜩섬뜩..잼있게 잘봣어요...^^
아앗..잘 읽었습니다. 딱 좋으네요!!! 오타가 조금 있었지만 멋지십니다!!
와 재미있네요^^
오.. 좋아요~^0^
글솜씨가 나날이 발전하시는 바이러스님 글 잘 봤습니다^^* 백신 조심하세요^^ ㅋㅋ
아..그림자라...제그림자 잘붙어 있는지 항상 확인을...ㅋㅋ
아..그림자라...제그림자 잘붙어 있는지 항상 확인을...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