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티비프로에서 맥주 만드는 걸 보고 호기심이 동해서
맥주 만들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이번 목표는 날씨와 상황을 고려해 흑맥주로 정했습니다.
<라거계열의 1차 발효 온도는 5-12도, 에일계열의 1차 발효 온도는 15-24도>
맥주 만들기는 밑술만들기 부터 시작합니다.
원래 밑술은 맥주 만들기 중간에 나오는
끓인 맥즙을 식힌 뒤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지금은 맥주를 처음 만드는 과정이므로 비슷한 성분인 식혜를 이용합니다.
밑술은 1차발효에 필요한 효모를 대량으로 배양하는 과정입니다.
거름망을 이용해 밥알을 제거한 식혜 1L 를 끓여줍니다.
끓인 식혜는 잡균 증식을 예방하기 위해
가능한 신속하게 15~20도로 냉각해줍니다.
냉각한 식혜에 에일용 건조효모 1봉지를 넣고
외부와 통하지 않도록 에어락을 설치합니다.
에어락은 내부에서 발생한 탄산가스는 밖으로 내보내 주지만,
외부의 공기는 병 내부로 침투하지 못하게 하는 기능을 합니다.
사진상엔 냉각을 위해 10도로 설정되어 있지만
이상적인 발효 온도는 효모 포장지에 적혀있는 온도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일반적인 에일 효모는 15~24도에서 가장 잘 증식한다고 합니다.
항온 상태에서 1~2일간 발효시킵니다.
맥아를 준비합니다.
레시피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가 참고한 레시피에서는
페일맥아 4kg (베이스) , 카라무니치0.5kg (카라멜맛), 카라파2 0.5kg(검은색 + 초콜릿맛), 보리차 30g
이었습니다. (물 30리터 기준)
베이스 맥아는 발효에 필요한 당분을 제공하고, 기타 맥아는 색깔과 맛을 더해줍니다.
맥아는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내용물이 밖으로 드러나야 하고,
잔 부스러기가 생기지 않도록 맥아 원래 형태는 유지하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어차피 구입하실 때 분쇄된 맥아를 구입하시면 됩니다.
준비한 맥아를 16 리터의 물에 넣고
45~50 도에서 30분, (단백질 휴지기)
60~65도 에서 70분, (액화)
70-75도 에서 15분, (당화)
78도에서 5분간 가열합니다. (당화 종료)
온도 조절은 써모스탯을 이용하거나
가스레인지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가열 중엔 바닥에 가라앉은 맥아가 타서 늘러붙기 쉬우므로,
가열 중엔 계~~속 저어주고
원하는 온도에 도달하면 온도 좀 떨어질 때까지 가열을 멈추는 게 나은 것 같습니다.
(단백질 휴지기에서 써모스텟 1기 사망)
스텐망을 이용해 맥아를 거릅니다.
사진상엔 천도 깔고 했지만
맥아 자체가 쌓이면서 필터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굳이 깔지 않아도 2~3번 정도 걸러 주면 맑은 맥즙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맥아 층을 자꾸 건드리면 그 사이로 물길이 생기고
맥아 부스러기가 빠져나가므로,
인내심을 가지고 최소 한 번 거르는데 10분 이상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걸러야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77도로 가열한 14L 의 맑은 물로
맥아팩에 남은 엑기스를 추출합니다.
핸드드립 커피와 같은 요령으로
구석구석 천천히 물을 뿌려줍니다.
갑자기 많은 양의 물을 내리면
맥아가 쌓여 만들어진 필터층이 팽창하므로
역시 인내심을 가지고 15~30분에 걸쳐 물을 내려줍니다.
맥아는 생각보다 많은 양의 물을 머금고 있기 때문에
이 과정까지 얻는 맥즙은 24L 정도였습니다.
까맣고 맑은 맥즙이 얻어졌습니다.
이 맥즙을 스텐 용기로 옮기고 끓여줍니다.
맥즙이 끓기 시작하면 맥주의 하이라이트, 홉을 첨가합니다.
첨가량과 끓이는 시간은 대부분 레시피에 나와있습니다.
펠릿타입으로 가공된 홉을
다시망에 넣어서 끓이면 손쉽게 남은 잔여물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홉의 종류에 따라 쓴맛의 정도와 향이 결정됩니다.
전 제가 본 레시피 대로
노던브루어 17g 을 넣고 60분,
다시 노던브루어 8g 을 넣고 30분,
윌라멧 14g과 아이리쉬모스 1캡슐을 넣고 10분
을 끓였습니다.
노던브루어와 윌라멧은 홉의 일종이며,
아이리쉬모스는 나중에 맥주에 있는 침전물들을 응집시켜
보다 쉽게 가라앉도록 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 과정까지 맥즙은 21리터로 줄었습니다.
맥즙을 끓이는 동안
앞으로 이용할 도구들을 살균해줍니다.
맥즙이 냉각된 이후엔 더이상 잡균을 제거할 과정이 없기 때문에
꼭 소독용 락스나 오토클레이브로 도구 안팎을 깨끗이 살균해줍니다.
워터칠러나 기타 수단을 이용해 맥즙 15~20도까지 냉각해줍니다.
* 초반에 워터칠러 라인에서 나오는 물은 매우 뜨거우므로 조심하세요.
수돗물만으로는 15도까지 냉각시키는데 무리가 있기 때문에
냉각수 순환 장치를 이용해 온도를 낮춰주었습니다.
냉수 순환장치가 없는 경우 대형 항온조를 이용하시면
간단하게 맥즙을 식힐 수 있습니다.
정말 마땅한 대책이 없는 경우 대야에 얼음물 받아서 식히셔도 됩니다.
침전물을 걸러내기 위해서
식힌 맥즙은 사이펀 방식으로 뽑아서
1차 발효조로 옮겨줍니다.
냉각 과정에서 침전한 물질들이 바닥에 깔려있기 때문에
맑은 맥주를 얻기 위해선 액면에서부터 조심스레 뽑아 내려가야 하며
최종적으로는 피같은 맥즙 1~3L 정도는 일식집 된장국 같은 상태로 버리게 됩니다.
맥즙은 끓이는 과정에서 내부의 용존산소가 크게 감소하므로,
효모가 생장하기 위한 산소를 식힌 맥즙에 공급해 줍니다.
라인에 0.45um 필터가 포함된 고순도 산소 공급장치를 이용하면
세균 오염 걱정 없이 간편하게 산소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혹시나 산소 공급장치가 없는 경우
와트 수 높은 어항용 공기 공급장치에 마이크로필터를 달아쓰시면 됩니다.
정 마땅한 수단이 없는 경우 살짝 거품이 일정도의 강도로 5~10분 정도 저어주셔도 됩니다.
산소공급을 마친 맥즙에
기존에 만들어둔 밀숱을 섞고 밀폐한 뒤 에어락을 설치하면
1차 발효 준비가 끝납니다.
이 상태로 20도 전후에서 일주일간 발효시킨 후
1L PET 병에 설탕 6~10g을 넣고 밀봉해서 냉장고에서 일주일간 2차 숙성을 하면
맥주 만들기가 끝나게 됩니다.
참 쉽죠?
맥주 맛에 대한 결과 보고는 2주 뒤에 뵙겠습니다.
일전에 곡물로 맥주 만들기 올렸던 후기 입니다.
7일간 알콜발효 후 15g 정도 홉을 넣고 2일간 드라이호핑까지 마친 후,
소독한 PET 병에 10g 의 설탕과 1L의 원액을 넣고 병입했습니다.
이후 20도에서 5일간 탄산화를 마치고,
PET 병이 단단해진 것을 확인한 후 3일간 냉장보관함으로써
거품을 곱게 하는 라거링 과정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시음일 !!!!!!
1차 참여 인원은 동료직원 8명,
2차 참여 인원 지인 6명.
10점만점으로 시음회를 기획하였으나
10점 이상 점수가 속출하면서
평균 10.5 점.....의 경이로운 스코어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최고점 12점, 최저점 9점)
일단 최종 결과물 까지 보면서 느낀 점 몇가지를 적어보겠습니다.
1. 왜 기근에 금주령을 내렸는지 실감이 갑니다.
평균 30L 맥주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보리만 7kg.
이걸 밥으로 지으면 16kg.......
상업용 맥주랑 농도부터 다릅니다.
2. 최종 목표는 위스키였는데 안될 것 같습니다.
2주 기다리는 것도 목 빠지는 데
술 담가놓고 10년씩은 못 기다리겠네요.
3. 일전에 어지간히 맛있지 않으면 재도전은 못하겠다고 했습니다만....
1차 시음회 이후 2주간 3번 더 만들었습니다.
만들 수록 요령이 붙어서 생산량은 늘고 시간은 줄더군요.
<만들어진 맥주>
<다른 맥주 제조도 당연 가능>
;; 헉 개인도 맥주 만들기 가능하군요! 목표가 생겼다~!!!!
30리터 만드는데 10만원 정도 들었고 장비는 30만원 정도 들었다고 합니다.
효모 5천원, 보리 3만원, 홉 2~3만원, PET병 1만원, 생수 30L,
기타 설탕 및 첨가제 해서 얼추 10만원 당 30L 나옵니다.
맥주 종류 및 홉 첨가량 기호에 따라 차이는 있겠네요.
거품양은 생각보다 적었습니다.
목 넘김에도 탄산 느낌은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약하지만
거품은 잔 비울 때까지 몇 mm 는 계속 남아있고 엔젤링이 생길 정도의 점성도 있습니다.
예전에 맥주는 목에 싸한 느낌으로 시원하게 넘긴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탄산이 약하고 맥주가 농밀하니 '진짜' 목 넘김이 좋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안에 있는 탄산이 약간 볼륨을 키워주는 끈끈한 느낌을 줘서
입안 꽉차게 넘어가는 느낌이 있습니다.
맛은 여러가지 맥아가 섞여 있고 보리차와 압밀, 흑설탕으로 뒷맛을 더해서
카라멜과 커피향이 진하게 느껴지고 끝맛은 살짝 초콜릿과 스모키한 설탕맛이 남습니다.
이번에 이용한 홉은 스타우트와 비슷한 인상입니다만
훨씬 파릇한 식물의 쌉싸름한 맛을 냈습니다.
맥주에서 '홉' 이라는 게 무슨 맛인지 맥주를 잘 모르는 사람도 짚어낼 수 있을 정도로
맥주 전반이 곡물의 맛이라면 확연한 식물의 맛이 따라 옵니다.
^^
첫댓글 기다리다 ....숨 넘어 가것따!....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