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홀로 떠나는 여행' 뒷이야기
2024년 甲辰年 1월 20일 토요일
음력 癸卯年 섣달 초열흘날
오늘은 24절기 중에 마지막 절기로 '큰 추위'이란
뜻을 가진 대한(大寒)이다. 그렇지만 소한 보다도
덜 춥다. 속담에도 있듯이 '소한의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라고 했다. 그런데 왜 큰 추위란 뜻을 가진
대한이 소한 보다 뒤에 드는 것일까? 굳이 알아야
할 필요까지는 없는 것이지만 갸우뚱거리게 된다.
대한 날 아침 기온은 겨우 영하 3도에 머무는데...
오늘의 화두는 어제에 이어 '홀로 떠나는 여행'의
뒷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예기치 못한 고속도로상
자동차 고장으로 인하여 곤욕을 치르기는 했지만
울산 친구와 부군이신 형님의 격려와 배려로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즐거운 하루를 가질 수가 있었다.
뿐만아니라 고향 친구 만나겠다고 인근 울주에서
달려오신 묘개 스님과 도반이신 또 한 분의 스님과
함께 태화강 국가정원의 십리 대밭길을 걸으면서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여행하는 것이 뭐 그리
특별함이 있어야만 하겠는가? 이렇게 멋진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눈으로 보고, 두 발로 걸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좋은 느낌을 마음속에
가득 담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여행이 아닐까?
태화강 국가정원을 둘러보고 인근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스님과는 57년
전인 초등학교 5학년 이후 재작년 하동에서 잠시
뵙고 이번에 만난 것이다. 지금껏 살아온 이야기는
물론 서로가 살아가는 느낌이며 어떻게 살아야만
잠시 소풍을 나온 우리네 삶을 올바르게 살아가는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로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스님 일행과 헤어져 친구와 형님은 모처럼 울산에
왔으니 좋은 곳을 구경시켜주겠다고 했다. 울산은
가는 곳마다 명소였다. 대왕암공원에 가자고 했다.
1906년에 높이 6m의 백색 팔각형 등탑 형태의
울기등대는 해송림과 함께 우뚝 서있는 것이 아주
멋있었다. 그 윗쪽에 1987년 촛대모양의 등대를
새로 만들었다는 그 등대 또한 너무 보기가 좋았다.
바닷가의 기암괴석들이 제각기 형형색색으로 들쭉
날쭉 어느것 하나도 똑같음 없이 서있는 대왕암은
그야말로 자연이 빚어낸 멋자 걸작이다. 비바람과
철썩이는 파도가 만든 경이로움에 '아~!!!'가 절로
나왔다. 자연의 힘은 위대함이란 것을 새삼 느꼈다.
대왕암 맞은 편에 위치한 회타운으로 이동을 하여
바다를 내려다보며 먹는 방어회는 제철 생선회의
진수를 맛보는 것이었다. 형님께서 이 겨울철에는
방어회를 먹고 지나가야 하는 것이고 강원도 산골
촌부에게는 방어회가 안성맞춤이라고 하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었다. 친구도 "산골에서는 이런 회는
없을기라, 그쟈? 고향 생각하면서 많이많이 묵게!"
라고 하여 너무 고마웠다. 형님과 술잔을 기우리며
생선회를 실컷 먹는 그 시간은 그야말로 생선회가
늘 그리웠던 촌부에겐 꿈같은 만찬의 시간이었다.
방어회 실컷 먹어 잔뜩 배를 불려보긴 얼마만인지?
잠은 밖에서 자겠다고 했더니 친구와 형님은 무슨
말이냐고 하여 친구네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때마침 스님께서 오랜만에 만난 속세 친구를 그냥
보내는 것이 아쉽다며 친구네 부근에 와 계신다고
했다. 그렇게 또다시 스님 일행과 만났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온갖 화제로 이야기 나누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졌다. 정말 이번 여행은 말 그대로 인연을
찾아 '홀로 떠나는 여행' 그 자체가 아니었나 싶다.
다음날 스님께서 수양하고 겨시는 울주의 사찰로
갔다. 이번에도 형님께서 자동차로 데려다 주셨다.
부처님을 뵙고 스님께서 손수 내려주신 보이차를
마시며 또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마음이 편안했다.
공양시간이 되어 모처럼 온 속세의 친구를 위하여
스님께서 식사를 대접하시겠다고 하여 밖으로 나가
메밀전과 옹심이 칼국수를 맛있게 먹었다. 스님의
사찰에서 부처님 뵐때 가진 것이 별로 없어 시주도
제대로 넉넉하게 못했는데 식사 대접까지 받고보니
많이 미안하고 많이 죄송한 마음이었다.
부산에서 친구가 손꼽아 기다린다는 문자, 전화에
형님께서 어서 가보라시고 하며 울산 친구와 함께
경전철 태화강역으로 데려다 주셨다. 또한 감사한
마음이었다. 약 1시간 가량을 걸려 부산 해운대에
도착했다. 넓은 바다, 철썩이는 파도 소리에 부푼
마음이고 설레이는 것이었다. 간만에 만나는 친구,
웃으며 악수하고 친구가 미리 예약해놓은 횟집에
들어갔다. 생선회가 나오기전에 차려놓은 서비스
음식이 한상 가득이다. 모든 것이 다 해산물이다.
강원도 산골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것들이다. 정말
싱싱하고 맛도 일품이다. 원님 덕분에 나팔 분다고
하더니 친구 덕분에 호사를 누렸다. 마치 사나흘을
굶은 거지처럼 걸신들린 듯이 마구마구 잘 먹었다.
빛축제를 하고 있어서 해운대 야경을 구경하면서
함께 밤거리를 걸었다. 이또한 여행의 참 묘미였다.
울산 친구와 아쉬운 작별하고 헤어짐이 아쉽다며
부산 친구가 간단히 호프 한잔하자고 하여 인근의
호프집에 들어가 2차를 시작했다. 해운대 야경과
함께 우정을 나누는 즐거운 밤이었다. 고향 친구를
위해 좋은 시간을 마련해준 친구가 너무나 고맙다.
이렇게 인연을 찾아 홀로 떠나는 여행은 이따금씩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번처럼 친구들에게 부담을 주게 된 것이
못내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다. 이다음에 은혜를
갚을 기회를 꼭 마련해야겠다. 비록 예정한 여정을
다 돌지못하고 자동차 문제로 중도에 포기를 하고
말았지만 대구, 울산, 부산 친구들의 배려로 인하여
즐겁고 보람된 여행을 마치게 되어 마음 뿌듯하다.
어제는 간밤에 조금 내린 눈을 바람돌이로 돌렸다.
잠시잠깐 해치웠다. 그리고 전화와 문자로 자동차
구입에 대한 협의를 하였고 저녁무렵 신차 구입을
결정했다. 다소 시간이 걸린다고 했지만 상관없다.
새차가 나오면 중단했던 여행을 다시 하려고 한다.
이젠 혼자가 아닌 아내와 함께 둘이서...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 ♧
첫댓글 저는 홀로 떠나고픈 마음은 있지만 막상 가지지가 않더라구요. 여자라서 그런가 봅니다.
홀로 하는 여행,
한번쯤 해볼만 합니다.
좋은 추억 만드셨네요
이번 여행은
잊지못할 여행입니다.ㅎㅎ
그래도 두루 다니셨네요
신차 나오면 두분의 오붓한 여행 하시라는 신의 계시인가 봅니다..ㅎㅎ
친구들이 반겨주어
그런대로 좋았습니다.
아마도 새차 나오면
아내와 함께 하라는 뜻이겠죠?ㅎㅎ
대방어 한 상 차림이
화려하네요.
인연 분들과의 만남도 좋지만
먹방은 빼놓을 수없는 기쁨이지요.
새로 만날 애마와
함께 두 분의 시승식도
기대합니다.
멋진 만남이였네요.
대방어회,
기가 막히더군요.
회로 배를 채워보긴 처음,
친구 부부에게 감사했습니다.
새차 나오면
다시 고고씽 하려구요.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