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쉽게 잠들지 못 하고 이리저리 뒤척이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뭐라도 하는 게 낫겠다
싶어 컴퓨터를 켜 나중에 읽어 보려고 모아두었던 글들을 찾아 제목부터 읽어 보던 중 , 그
중에 '나태주'시인이 모 월간지와 인터뷰한 기사가 눈에 띄길래 파일을 열어 읽어 보니 이 분
이 쓰신 시가 쉬워 보여도 얼마나 오랫동안 공을 들여 쓰시는지, 또 연세가 많으신데도 얼마
나 순수한 마음을 지니셨는지를 알게 되어 더욱 더 그 분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의 함자를 대하다 보니 이 분만큼이나 따뜻한 마음씨를 지니신 어떤 분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오늘은 이 분에 대한 얘기를 해 볼까 합니다.
이 분은 박태주란 함자를 쓰시는데 바로 제 고모부님 되십니다. 이 분을 제가 처음으로 알게된
건 우리 고모와 선을 보러 오셨을 때인데 좀 말하기 그렇지만 사실 우리 고모가 제 어릴 때 생각
으로는 외모도 볼품없고 약간 모자라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우리 고모와 선을 보러 오신다니
누굴까 무지 궁금했습니다. 혹시 소문을 못 들어서 몰라서 선 본다고 하신게 아닐까?, 이 분도
약간 모자르신게 아닐까?,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쳤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오셨는데 아니 멀쩡하니 인물도 괞찮으시고 말씀도 잘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
래서 우리 가족은 저렇게 괜찮으신 분이 우리 고모와 결혼하겠다고 하실리가 있겠느냐며 다들 포
기하고 있었는데 이게 웬걸 놀랍게도 우리 고모와 결혼을 하시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소리를 듣자 우리 집에서는 너무 기뻐서 난리가 났습니다. 특히 제 어머니는 평생 시누이를 모
시고? 살아야하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는데 좋아서 눈물까지 글썽이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데 집안의 단 한 사람, 사춘기의 반항심 가득한 저는 기뻐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우리 고모가 그 분에 비해 너무 모자라 보이는데 결혼하시겠다니 무슨 꿍꿍이가 있나 의심의 눈길
을 거둘 수가 없었습니다.
그 후 일이 잘 진행되어 마침내 두 분이 결혼하시게 됐는데 그의 진면목은 이 때부터였습니다. 아
무 것도 할 줄 모르는 우리 고모를 잘 건사하시며, 부모님까지 모시고 잘만 사시는 것이었습니다.
거기다 양식장을 하셨는데 정말 고된 일인데도 불구하고 불평 한 마디 하지 않으시고 어떤 도움도
마다하시며 스스로 일어나려 하시기까지...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분이 있다면 바로 이 분이십니다. 제가 왜 이런 말을 하느냐면 한 번
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양식장에 도둑이 들어 키우고 있던 고기를 몽땅 다 털렸는데 보통
사람 같으면 혼이 나갈 것 같은데 뭐라고 말씀하시냐면 “도둑맞은 사람은 발 뻗고 자도 도둑
질한 사람은 발 뻗고 못 잔다.”며 “평생 얼마나 괴롭겠냐?”는 것이었습니다. 허허 참! 뭐라고
해야 할지... 그러다가 마침내 도둑을 잡았다는 소식을 듣고 경찰서로 갔는데 우리 모두 뒤로
나자빠질 뻔하지 않았겠습니까? 아! 글쎄 도둑의 사정을 들어보시고는 사정이 너무 딱하다면
서 없던 일로 하자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경찰에서 이런 일은 그럴 수 있는 일이 아
니라 하니 그러면 변호사 비용을 당신께서 대주시겠다는 것이 아닙니까? 당신도 돈이 없으시
면서...
이 분의 마음의 크기는 얼마만 할까요? 저 같은 범인은 따라갈 길이 없습니다. 믿기 어려우
시다고요? 그럼 증명 가능한 얘기 하나 더 해 드릴게요. 이 분이 아주 규모가 큰 모 사찰의
신도회장을 지내신 적이 있는데 어떻게 해서 그 직을 맡으셨냐 하면 그 자리가 명예롭기도 하
고 이권도 많아 사회적으로 성공하신 분들도 여간 탐을 내는 게 아니었나봅니다. 그러다보니
선거과정에서부터 잡음이 끊이질 않고 또 당선된 사람마다 여러 가지 부정한 일에 연루되면서
문제가 커지자 그동안 힘이 없어 지켜만 봐오던 신도들이 뜻을 모아 이것을 바로잡고자 올바
르게 일 할 사람을 추대하기로 했다는데 과연 누구를 추대했을까요? 말씀 안 드려도 아시겠지
요?ㅎㅎ 사회적으로 내놓으라 하는 사람들 다 배제하고 돈도 지위도 학력도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그래서 자신은 자격이 안 된다며 극구 사양하시는 이 분을 추대했답니다.(특정 종교
를 미화하려한 것은 아니니 오해는 마십시오.)
세상이 아무리 물질을 중시하고 인간 상호간의 정이 메말라 간다고 해도 찾아보면 아직도 우
리 주변에는 좋은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런 분들이, 공부 많이 하고 돈 많고 지위가 높은
사람이 아니라 인성이 훌륭한 그런 분들이 대우받고 또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수 있는 그런
세상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라며 여기 시 한 수를 인용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김종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 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남대문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첫댓글 이 글은 오늘 새벽 임희정
아나운서와 평생을 건설
노동자로 일해 오신 그녀의
아버지가 함께 한 인터뷰
기사를 보고 감동받아 썼습니다.
제 가족 얘기라 다소 민망합니다만
좋은 뜻으로 올린 글이니 부디
너그럽게 이해해 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