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기타하라 하쿠슈
뜨거운 여름 볕에 푸른 고양이
가볍게 안아 보니 손이 가려워
털 조금 움직이니 내 마음마저
감기 든 느낌처럼 몸도 뜨겁다.
요술쟁이인지, 금빛 눈에는
깊이도 숨 내쉬며 두려움 가득
던져 떨어뜨리면 가벼이 올라
녹색 빛 땀방울이 가만 빛난다.
이렇게 한낮 속에 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느낌 숨어 있어라
몸 전체 쫑긋 세우고
보리 향그러움에 뭔가 노린다.
뜨거운 여름 푸른 고양이
볼에 비비어 대니, 그 아름다움
깊게, 그윽하게, 두려움 가득 -
언제까지나 한층 안고 싶어라.
[작가소개]
기카하라 하쿠슈
1885년 1월 25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태어나 1942년 11월 2일 도쿄에서 사망.
일본의 시인으로 본명은 기타하라 류키치이다. 감각적이고 상징적인 문체를 구사하여
현대 일본 시단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06년 신시햐(新詩社)에 가입하여 기관지인
<묘조(明星)>에 시를 발표하면서 촉망받는 시인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199년 당시 문학
계를 지배하던 연주의에 대항하여 문예간담회(文藝懇談會)인 ‘판노카이’(목양회)를 만들었다.
16세기 일본에서 활동한 그리스도교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처녀시집 <자슈몬(邪宗門)>
(1909년)은 이국적이고 감각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1911년 서정시집 <추억>을
출판하면서 다시 한번 극찬을 받았다. 31음절의 전통적인 단카(短歌)에 상징적이고 데카당적인
새로운 문체를 도입했으며, 다마단카카이(多磨短歌會)를 조직했다. 풍부한 어휘로 남국적 정서가 풍기는
감각적인 시를 썼으며, 시와 단가에 능하였으며, 동야적인 상징으로 기울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