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꽃향기 속에서(414) – 며느리배꼽 외
며느리배꼽
2023년 9월 9일(토) 외, 세곡근린공원 주변
며느리배꼽(Persicaria perfoliata (L.) H.Gross)은 마디풀과 한해살이풀이다.
길가나 빈터에서 흔하게 자란다.
며느리배꼽이 뒤덮인 곳에는 아무도 접근할 수 없을 정도다. 무섭게 뒤엉켜 있어서다. 뱀도 얼씬하지 않는다.
날카로운 가시, 그것도 아래로 향한 억센 가지(역자 逆刺)가 부드러운 피부를 파고들기 때문이다.
영어명은 신속하게 퍼져가는 양상으로부터 ‘1마일이나 퍼져가는 풀’이라는 뜻을 가진 ‘Mile a minute weed’ 라고
하고, 유럽인들은 ‘악마의 꼬리를 닮은 풀(Devil’s-tail tearthumb)’이라 부른다.(김종원, 『한국식물생태보감1』)
마종기(馬鍾基, 1939 ~ )의 꽃에 대한 시 몇 편을 함께 올린다.
김주연의 비평집 『그리운 문학 그리운 이름들』(문학과지성사, 2020)의 ‘이슬과 꽃, 그리고 시인’에서 인용한 시를
재인용하였다.
꽃이 피는 이유를
전에는 몰랐다.
꽃이 필적마다 꽃나무 전체가
작게 떠는 것도 몰랐다
4. 며느리배꼽
5. 며느리밑씻개
나는 그러니까 창문이었겠지
보랏빛 꽃이 안개같이 많이 보이고
비 속에서 그 꽃이 지고 있었다.
나는 문득 튼튼한 사내가 되고 싶었다.
6. 닭의장풀
7. 나팔꽃
8. 애기나팔꽃
그래서 내 꽃은 긴 여행을 했다.
당신은 그 모든 꽃 위에 의미를 주신다.
피어나고 낙화하고 열매 맺는
당신의 향기
9. 수까치깨꽃
10. 분꽃
(……)
그 많은 전생(前生)의 기억 속에서도
언제부터 이렇게 혼자 있는 꽃
11. 돌콩, 가느다란 거미줄도 타고 올라가는 돌콩이다.
내가 그대를 죄 속에서 만나고
죄 속으로 이제 들어가느니
아무리 말이 없어도 꽃은
깊은 고통 속에서 피어난다.
14. 유홍초
가령 꽃 속에 들어가면
따뜻하다.
수술과 암술이
바람이나 손길을 핑계삼아
은근이 몸을 기대며
살고 있는 곳.
16. 유홍초
17. 가시박덩굴
이제 알겠다, 왜 저 꽃이 흐느끼고 있는지
바람 같은 형상으로 스쳐지나 가는 것 보며
아쉬운 한기로 왜 고개를 숙이는지.
18. 추명국(대상화)
당신은 이제 시련을 이겨낸 꽃이 된 것인지요?
아니면 아직도 도망간 당신을 찾고 있는지요.
가슴이 아파옵니다. 혹시 당신이 꽃의 얼굴입니까.
20. 누린내풀
어느 해였지?
갑자기 여러 개의 봄이 한꺼번에 찾아와
정신 나간 나무들 어쩔 줄 몰라 기절하고
평생 숨겨온 비밀까지 모조리 털어내어
개나리, 진달래, 벚꽃, 목련과 라일락,
서둘러 피어나는 소리에 동네가 들썩이고
지나가던 바람까지 돌아보며 웃던 날.
그런 계절에 죽고 사는 소식조차
한 송이 지는 꽃같이 가볍고 어리석구나.
23. 아메리칸 블루
24. 자주달개비
25. 들깨풀
열차가 어느 역에서 잠시 머무는 사이
바깥이 궁금한 양파가 흙을 헤치고 나와
갈색 머리를 반 이상 지상에 올려놓고
다디단 초록의 색깔을 취하게 마시고 있다.
정신 나간 양파는 제가 꽃인 줄 아는 모양이지.
26. 낭아초
27. 누리버들
29. 메도우클라리세이지(샐비어 프라텐시스), 블랙앤블루세이지
꽃을 흔드는 미풍이 내 주름살까지 펴주네.
내 옆의 저 장미는 피는 이유를 알 만도 한데
길 건너 저 풀은 왜 흔들리는지.
30. 새박
우리들 사이로 옛 시간이 지나가고
녹슨 경학원 자리에는 등나무 꽃 가게.
연보랏빛 꽃송이가 눈물겹게 여리다.
33. 이질풀
그거야,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상에서는 꽃의 나머지가 피어나고
온기를 기다리는 저녁이나 밤중,
37. 명아자여뀌
어디 있니?
꽃이었던 모든 날들이
말없이 옷을 적신다.
39. 고마리
밤이여, 내 정든 타인,
뼛속에 깊이 감추어둔 꽃잎
이 나이까지 나를 살려준
고맙고 살가운 비밀이여.
이른 아침의 작은 꽃은, 결국
잠들어 있던 이슬이었지만
그래도 꽃향기는 몰려와
눈부신 하루를 만들고
시간의 폐허에서 나를 구해주었다.
첫댓글 유홍초도 흰색깔이 있더라구요^^
흰색 유홍초가 있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입니다.
혹시 다른 꽃과 착각하신 게 아닐까요.^^
잘 담으셨네요
그럴려고 노력합니다.^^
고마리가 마치 유리세공품 같습니다.
구경 잘 했습니다.
고마리가 작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척 예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