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보우하사 연휴를 잘 끝마친 것 같아요. 신종 코로나로 난리인 상황에서 또
동해 펜 숀에서 가스 폭발로 6명이 죽고 마이클조던을 잇는 MBN농구 전설 코비
브라이언트(42)가 헬기 추락사를 당했다는 소식까지 정초부터 지구촌이 아비귀환입니다.
4일의 연휴를 잘 견뎌냈다고 특별 보너스로 보여준 ‘쎄시봉’을 보면서 분위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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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 이렇게 좋아도 되나 싶어 조금은 미안한 마음도 있습니다. 이미 개봉작을 보았고
후기도 썼는데 지금의 감정을 간직하려고 서둘러 컴퓨터 앞에 앉았어요. 오근태가 좋아
했던 민 자영이 윤 여정이었답니다. 지금은 할머니가 된 윤여정이 뭇 남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뮤즈이었다니 놀랍습니다. 오늘 이후로 윤 여사를 다시 보게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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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아요. 극중 오 근태나 민 자영 두 사람 이름은 설정입니다만 오 근태는 이익선,
민 자영은 조 영남이 그날 그렇게 빼앗아간 민 자영이 입니다. 과연 그 시절 젊음의
거리였다던 무교동 음악 감상실 ‘쎄시봉‘은 눈이 부시도록 찬란한 나의 청춘과 가슴
시린 첫사랑을 담은 영화였습니다. 제가 7080세대인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6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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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도 됩니다. 베이비부머세대(1946-1965)로 치면 턱걸이에 걸쳐있고 X세대로
하면 고문입니다. 사실 50넘어가면 60까지는 친구입니다. 한국 음악계에 포크 열풍을
일으킨 조 영남, 윤 형주, 송 창식, 이 장희, 김 세환 등을 배출한 음악 감상실이
‘쎄시봉’이었다는 걸 저만 몰랐네요, "트윈 폴리오"의 탄생 비화와 그들의 뮤즈를 둘러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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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틋한 러브스토리에 쏙쏙 빨려 들어갔습니다. 당시 트윈폴리오가 3명이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첫사랑에 상처받고 그 길로 첫 방을 펑크 내버렸던 비운의 주인공 오 근태를
응사‘의 정우가 멋지게 연기해냈습니다. 저는 포크 송(folk song)이 민속음악인줄로만
알았는데 트로트에 이어 기타를 치며 부르는 노래가 포크로 토착화 되지 않았을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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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듭니다. 무교동 거리나 ‘홀리데인 서울’ 그리고 O S T로 흘러나오는 “축제의
노래“가 80년대까지 이어져 갔지요. 어느 날 구로 동에 있는 음악 감상실에 갔다가
죽여주는 분위기와 규모 앞에 기절할 번 한 경험이 있습니다. 극중 ‘쎄시봉’에서 트리오로
음악을 시작하게 된 윤 형주(강 하늘), 송 창식(조복래) 그리고 오 근태(정우)의 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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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과 뭇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쎄시봉의 연인 민 자영(한 효주)에게 첫눈에 반해
신경전을 벌이는 이들의 모습이 내 젊은 날의 로망으로 대리만족을 하기에 충분했어요.
윤 형주 그 양반 온누리 교회 다니는 범 생이 인줄만 알았는데 젊은 날 비주얼과 죽이는
미성으로 여심 꽤나 울렸겠습니다. 소녀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오빠부대를 이끈 조영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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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일라‘ 도 놀랠 놀입니다. 대한민국 대표 싱어 송 라이터 이 장희의 ’그건 너‘는
또 어떻고요. 포크의 거성 송창식의 "담배 가게 아가씨"까지 저를 행복하게 해줍니다.
아니 영남이 형이 M65야상 입고 소녀 팬들을 울린 카사노바일 줄은 몰랐습니다.
조 영남(김 인권)부터 자유로운 영혼 이장희(진구), 마성의 미성 윤 형주(강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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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천재 송 창식(조 복래)까지 실존 인물과의 놀라운 싱크로 율을 과시하는 배우들의
모습도 노스텔지아 작열입니다. 아, 즐겁습니다. "써니" 이후로 최고의 타임 슬립입니다.
오 근태와 민 자영 역이 가장 멋지고, 한 효주, 김희애, 진구, 강 하늘, 조 복래, 김 인권
까지 환상의 캐스팅 조합도 신선했고, 장발, 스코트 길이 단속, 그리고 더벅머리 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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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과 복고풍 패션으로 완벽하게 변신한 배우들 중의 단연 최고는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의 탄생 스토리 입니다. 여기까지 제가 처음 쓴 후기 글인데 이번에 악당 김 윤식이
연기하는 20년 후 첫사랑과의 재연은 별 다섯 개를 주고 싶었습니다. 까메오 김 윤식, 김
희애의 케미는 저를 발광하게 만들었어요. 대마초 사건을 끝으로 20년 후 LA에서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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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을 하고 있던 이 장희에게 민 자영이 찾아왔고 비즈니스 차 샌프란시스코에 와 있던
오 근태가 방송을 듣고 찾아가 대마초사건 고해성사를 합니다. 자기가 배신자라고.
청년 정우도 호감이었지만 중년 오 근태는 고해도 멋집니다. 놈은 원래 악귀가 아닙니까?
오 근태 입장에서는 친구들이 미웠을 것입니다. 송 창식, 윤 형주, 이 장희는 음악에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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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이지만 통영 촌놈 오 근태는 민 자영이가 사는 이유였는데 그녀를 빼앗아 갔으니
뭔들 못하겠습니까? 나라면 탈영했을 것입니다. 우연히 공항에서 오매불망 그리운 사람들이
기적같이 만납니다. 민 자영(김희애) 과 김 윤식(오 근태)이 만났고 민 여사는 돌-싱입니다.
제가 해봐서 아는 대요 20년 만에 만난 첫사랑은 물불을 안 가리는 폭탄입니다.
근데 아귀 놈 비겁하게 그게 뭡니까?
아무런 임펙트도 없이 그냥 얼굴 한 번 보고 헤어져버리다니 제가 열 받더라고요.
민 여사가 귀국 길에 이 장희에게 전화를 하고 오근태가 얼마나 무모한 사랑을 했는지
민 자영이 20년 만에 알게 됩니다. “이 밤이 지나가면 나는 가네. 원치 않는 사람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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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흘리면서 나는 가네. 그대 아닌 사람에게로(중략)마지막 단 한번만 그대 모습 보게
하여 주오 사랑아“ 자켓을 어깨에 걸치고 장례식장에 나타난 아귀가 민 여사 어깨한번
만져주고 거만하게 떠나는데 와 개 쩌는 포스에 반해버렸어요. 아귀 너 김 희애랑
멜로 한번 해라. 후~미치겠습니다.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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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밤도 깊어 고요한데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
잠 못 이루고 깨어나서 창문을 열고 내어다보니
사람은 간 곳이 없고 외로이 남아 있는 저 웨딩 케이크
그 누가 두고 갔나? 나는 가네. 서글픈 나의 사랑이여
이 밤이 지나가면 나는 가네. 원치 않는 사람에게로
눈물을 흘리면서 나는 가네. 그대 아닌 사람에게로
이 밤이 지나가면 나는 가네 사랑치 않는 사람에게로
마지막 단 한번만 그대 모습 보게 하여 주오 사랑아
아픈 내 마음도 모르는 체 멀리서 들려오는 무정한 새벽 종소리
행여나 아쉬움에 그리움에 그대 모습 보일까 창밖을 내어다 봐도
이미 사라져버린 그 모습 어디서나 찾을 수 없어
남겨진 웨딩 케잌만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 흘리네
남겨진 웨딩 케잌만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 흘리네
음- 음- 음-음- 음- 음
2020.1.27.mon.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