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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이 글은 한겨레신문 10월 10일(목)자 33쪽에 있는 고정 칼럼난인 [시론]에 김성진님이 "맹자가 지금 대통령에게"라는 제목의 칼럼입니다. 좋은 글이라 여겨 이곳에 그대로 옮겨 놓았읍니다. 읽으시기를 권합니다. |
▲ 김성진(변호사·참여연대 시민경제위
원회 부위원장)
김성진의 [시론]
맹자가 지금 대통령에게
대통령은 국민이 임명한 고위 공무원이다. 고위 공무원인 대통령이 할 일은 국민의 자유와 복리를 증진하는 것이다. 요즘 대통령이 일하는 모습에서 맹자가 고위 공무원을 질책한 옛이야기가 떠오른다.
맹자가 한 고위 공무원에게 “당신의 부하가 하루에 세번씩이나 잘못을 저지른다면 벌을 주겠소, 그대로 두겠소?” 하고 물었다. 그 고위 공무원은 “세번까지 기다리지 않고 바로 조처를 취하지요”라고 답했다. 맹자는 바로 “당신도 마찬가지로 잘못이 많았소. 흉년에 백성들이 굶어 죽고 가족이 이리저리 흩어진 집이 수천이 넘었소” 하며 질책한다. 그런데 그 공무원은 “그건 제 잘못이 아니고, 어쩔 수 없는 것 아닙니까?” 하며 뻗댄다. 이에 맹자는 “남의 소와 양을 맡아 길러주기로 하였다면 그는 소와 양을 위해 반드시 풀을 구해 먹여야 하오. 만일 풀을 구해 먹이지 못한다면 소와 양을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하겠소, 아니면 가만히 서서 소와 양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 있어야 하겠소?”라고 반문한다. 이제야 그 공무원은 “이것은 저의 잘못입니다”라고 잘못을 받아들인다. 맹자는 고위 공무원이 잘못을 인정하더란 얘기를 그 임명권자인 왕에게 해준다. 왕은 “아, 이게 다 과인의 잘못입니다”라며 자책하는 것으로 이 옛이야기는 끝난다.
지금 대통령은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이 일자 대번에 대변인을 경질했다. 당연히 세번까지 기다리지 않은 것이다. 맹자가 지금 대통령에게 추궁한다. ‘당신도 잘못이 많소. 모든 노인에게 매월 20만원씩 주겠다는 약속은 지키지 못한다고 하고, 4대 중병 치료에 드는 돈을 다 부담하겠다는 약속도 못 지키겠다 하고 있소.’ 지금 대통령은 답한다. ‘제 잘못이 아닙니다. 나라 곳간에 돈이 없기 때문입니다. 부자 노인은 지원 대상에서 빼자는 것이고, 창조경제를 위해서는 재벌과 부자들이 원하지 않는 증세를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맹자가 다시 묻는다. ‘도대체 노인 중에 부자가 얼마나 있단 말이오? 재벌 대기업에 깎아준 세금을 되돌리고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두어 그 돈으로 노인과 병약자도 살게 해야 하지 않겠소? 재벌 몇 집안 눈치 보느라 노인과 병약자가 비참하게 살다 가는 것을 방치해야겠소?’
맹자는 또 말을 꺼낸다. ‘전셋값이 3년 사이 56%가 올랐소. 집 없는 국민 다수가 살던 집에서 쫓겨나거나 쪼들린다고 아우성이오.’ 지금 대통령은 ‘그건 제 잘못이 아닙니다. 집 없는 서민들이 돈을 빌려 집을 사지 않기 때문으로 시장원리에 따른 결과입니다. 돈을 빌려 집을 사게 하면 해결됩니다’라고 답한다. 맹자는 다시 묻는다. ‘살던 집에서 계속 살게 하고, 소득이 오르는 것 이상으로 전세금을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게 맞소, 아니면 국민이 살던 집에서 내몰리도록 두고 대폭 오른 집세를 내느라 말라가는 것을 내버려 두어야 맞소?’
맹자는 마지막으로 묻는다. ‘국민은 복지국가를 만들어 달라고, 경제민주화를 실현해 달라고 하였소. 당신은 이를 약속하였기에 대통령에 임명될 수 있었소. 그러나 지금 국민은 살던 집에서 밀려나고, 장사가 망해 가족이 흩어지고, 노인들과 병약자들은 빈곤에 방치되고 있소. 이를 시정하여야 하겠소, 아니면 국민들이 서서히 말라가고, 죽어가는 것을 보고 있어야 하겠소?’ 그러나 지금 대통령은 맹자의 이 모든 질책을 듣고도 안타깝게도 아직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세금을 더 거두어 사람을 살릴 생각은 않은 채 ‘집권하고 보니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맹자는 지금 대통령을 질책한 다음, 그 임명권자인 국민에게 ‘지금 대통령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전하고 있다. 이때 국민이 해야 할 일은 ‘다 대통령을 잘못 임명한 제 잘못입니다’라고 고백하는 일뿐일까. 임명권자이자 주권자로서 고위 공무원인 지금 대통령에게 명령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국민을 살리겠다는 약속을 이행토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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