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순례길 이야기(12) - 오늘이 3월31일이다.
서울 떠난지 15일이 되었다. 쏜살같이 보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연일 좌.우파 소용돌이 속에서 흑백 논리로 겨루는 두 그룹의 하염없는 진흙탕 싸움이 먼 옛날 영화 장면 같다.
신선한 자연과 맑은 하늘, 푸르른 초원을 걷다 보면, 나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착각을 한다.
오르니요스부터 카스트로 해리스(Castrojeris)까지 21.2km, 5시간, 해발850~900~850미터를 가는 길이다.
처음부터 오르막 언덕을 넘어야 하고, 12km 까지는 마실 곳, 쉴곳도 없고, 그늘도 없는 , 허허벌판 평원을 가로 질러야 한다.
고도이기도 하지만, 바람이 세다. 온도계로는 영상 12도를 나타내지만, 체감온도는 3~4도 수준이다.손도 시렵다.
아드막한 먼 지평선을 향하여,발길을 내걸으며,깊은 사유의 늪으로 빠져든다.
나와 같은 여정으로 코스를 걷는 사람이 100여명 정도 되며, 서로 앞서거니,뒷서거니 하며 걷는다. 영국, 프랑스,독일 . 항가리, 스웨덴,대만 ,오스트리아 등등 국적이 다른 사람들 이다.
유감스럽게도, 나이가 된 듯한 사람에게 접근하여 나이를 물으니, 60대 초반이 대부분이다.
유럽 남성들도 젊을 때는 원기 완성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60대 이후에는 의외로 폭삭 늙은 모습으로 변하고, 여성도 얼굴이 젊었을 때 팔팔함이 금방 쭈그러져서 할망구 모습으로 많이 변한다.
나를 40~50대로 보인 다고 하다가 내가 70대 중반이라고 실토하면, 자기 아버지 나이대 라고 하며 놀라 한다.
나이 들었다고 소문이 들어서 인지, 만나는 사람마다 VIP 대우를 해 준다.
동양에서 온 젊은 할배에게 힘을 보태여 준다. 사진도 찍자고 하기도 하고.
얼마전 우리나라 승려.신도 108명이 38일간 인도 불교 8대 성지 1,187km를 도보 순례를 했다는 보도가 기억난다.
불교 신도는 인도로 성지 순례로 가는 모양이다.
반면,이슬람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Mecca)로 년 250만명이 순례를 간다.
하루 5회기도,구제,라마단 금식, 성지순례는 의무적으로 해야 하므로, 순례객이 넘치면서,이슬람 국가 별로 인원 할당을 하면서 년간 200~300만명의 순례객을 받는다.
기독교인은 신교 신도들은 주로 이스라엘이나 터키, 그리스, 이태리등으로 순례여행을 가고, 캐토릭 신도는 산티아고로 오는 것을 선호하지만 년간 방문하는 인원이 50만명이 안되는 수준이라서, 이슬람의 1/5수준의 불과하다.
오늘 묵을 카스트로 해리스는 유서가 깊은 시골 마을이다. 인구 수가800명 정도인데, 역사적 유물이 많다.
주변 제일 높은 언덕 정상에는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옛 성곽(Castle)의 잔해가 남아 있으며,마을 입구부터가 특이한 전략적 건축물이 있다. 인구는 적어도 성당의 규모는 웅장하다.
온라인을 통하여 Private 알베르게를 예약하고, 주소를 따라 구글 지도가 가르키는 대로 따라 간다.
"Orion 알베르기"다. 골목 입구에 광고 입간판이 서있다.라면과 김밥 사진이 들어 있다.호기심을 가지고, 들어서니 중년의 동양 마스크를 한 분이 체크인을 받아 준다. "한국 분이시네요~" 아, 중국인이 아닌 한국 여자 였다.
스페인 남자와 결혼하여 살고 있겠거니 하고 있었다.보름간 빵과 고기로 위를 체웠는데,라면을 안 먹고 못견디겠다.
신라면 하나를 늦은 점심 특식으로 하고,저녁도 여기서 해결한다 메뉴는 비빔밥과 된장찌게.역시 빵 힘보다는 밥 힘이 더 절실했나 보다. 고향의 맛에 취한다.
같이 식사를 한 덴마크의 23세 청년, 처음 비빔밥을 먹는다고. 자기는 Vegetalian 이라고 한다.소고기는 빼고, 비벼 먹는다.고추장, 간장도 넣고, 채식주의자가 덴마크에 많아 진다고 한다.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 비빔밥 맛이 어땠느냐고 물어보니, "이제껏 해외에서 먹어 본 중에서 최고~!" 였다고 한다.
외교적인 수사일 수도 있으나, 그래도 우리 음식 좋아한다니, 기분이 좋다.
알베르기 주인 아주머니(?)가 들어 선다.신랑이 스페인 남자여서, 님따라 이런 외딴 지역에 정착하였느냐고 물으니,정색을 하며, 싱글 이라고 한다.
파트너를 스페인 친구로 삼아서,사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대한민국 여자들, 대단하다.
세계 어디를 가도, 포진하고 있는 한국인중 한 명이지만,여성으로서 스페인 촌구석까지 진출해 있을 줄이야-.
밥 힘의 괴력을 믿으며, 남은 일정을 힘있게 나가야 겠다.
첫댓글 오랫만의 한식 축하합니다
라면과 비빔밥,,오늘은 행복한 하루!!!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