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의 짧은 프레젠테이션이 끝나자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가격이 비싸다, 일반인이 살 수 있는 차는 언제 나오느냐’는 질문이 맨 처음 나왔다. 서춘관 이사는 “내년에 관공서 위주의 판매를 시작한다. 가격 때문에 일반 판매는 이르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공서 보급물량은 2500대로 예상한다. 가격은 (정부와의 보조금 지원 규모 협상에서) 굉장히 난항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예상 판매가격을 천만원 단위로 말해달라’는 요구를 받고서는 “2000, 3000 단위는 넘는다”고 했다. 레이는 경차, 그런데 4000만원대란 말이었다.
전기차에는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환경부 전기자동차보급추진팀 김효정 팀장은 주간조선에 “내년에 2500대의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할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레이EV의 시판 가격을 가능한 낮추자는 입장이고, 기아차는 일정한 가격 이상은 받아야 한다고 해서, 양측의 주장이 맞서고 있다. 관공서에 판매될 전기차 가격은 내년 초 결정될 예정이다. 일반 판매는 내년에는 사실상 없고, 내후년에나 가능하다.
기아차는 “연 1만㎞ 주행 시 가솔린은 114만7000원이 들고, 레이EV는 9만4000원이 들어 연 105만3000원이 절감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그러면 전기차를 10년을 타야 가격이 보전된다는 계산이 나온다’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서춘관 이사는 “하이브리드 차량보다 가격 보전 기간이 길다. 하지만 배터리 기술과 전기사용량 절감 기술이 향상되면 전기차 비용이 뚝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기술 혁신이 조만간 있을 것이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한 번의 배터리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나야 하고, 차량 가격 중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금보다 크게 떨어져야 전기차의 미래가 밝다. 이기상 상무는 “배터리 가격은 1~2년 새 급격하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환경부 김효정 전기자동차보급추진팀장은 “정부는 올해까지 493기의 충전기를 설치하고, 내년 중 2600기의 충전기를 추가로 설치한다. 이를 통해 전기차의 전국적인 이동성 확보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스형 경차인 레이 시승장에 가보니 차량이 10대 준비되어 있었다. 보통 시승회에는 기자들이 한꺼번에 모두 탈 수 있게 차량이 넉넉히 준비된다. 이번은 달랐다. 시승도 수킬로미터를 달리는 게 아니라, 주행시험장 안에서 짧게 몇 바퀴 도는 정도였다. 차량 내부를 충분히 돌아볼 시간도 안됐고, 차량을 제대로 느껴 보기에도 충분치 않았다. 그만큼 기아차 측이 전기차 홍보에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언론설명회에 나온 초고위 임원이 상무였다는 점은, 그전에 가본 행사에서 CEO가 나왔던 것과도 비교됐다.
차를 타보니 엔진 가속력이 좋아 가속페달을 밟는 대로 쑥 하고 나갔다. 전기차의 특성상 소음도 없었다. 하지만 차가 아무리 좋아도 사고 싶지 않았다. 가격이 너무 비싸 기자는 갖고 있는 1994년형 쏘나타를 계속 타야겠다고 판단했다.
편집장 일을 하며 분주함에도 짬을 내 자동차의 미래를 보겠다는 욕구 때문에 시승회와 설명회에 갔으나, 실망감을 안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