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산의 일각"… 신고 꺼려 실제 피해는 더 클 듯
BC주 관련 핫라인, 물리적 학대 신고 85% 폭증
캐나다 내 노인 대상 가정폭력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 전역의 노인 대상 가정폭력 비율은 2018년 이후 49%나 급증했다.
지난 2024년 한 해 동안 경찰에 신고된 가정폭력 피해 노인은 전국적으로 7,622명에 달한다. 피해 노인들은 주로 자신의 자녀에게 가장 많은 폭력을 당했으며, 약 4분의 1은 배우자나 다른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반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노인 학대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온다. 특히 인지 기능 저하와 신체적 쇠약 등 건강 관련 문제를 겪는 노인일수록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학대당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노인 학대가 증가하는 배경에는 높은 생활비와 주거비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 경제적 문제로 인해 성인 자녀가 부모의 집을 떠나지 못하면서 세대 간의 긴장과 갈등이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경제적 스트레스와 세대 간의 의사소통 문제 등이 캐나다 노인들의 취약성을 높이는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경찰에 신고된 데이터는 실제 발생하는 모든 학대 사건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많은 피해자가 문제가 충분히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피해 사실을 겪는 것에 대한 수치심 때문에 신고를 꺼리기 때문이다.
특히 가해자가 가족 구성원일 경우, 이들을 가해자로 노출시키고 싶지 않아 신고를 포기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현재 통계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 또한 2018년 이후 경찰이 노인 폭력 관련 데이터를 기록하는 방식이 변경된 점도 통계상 증가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BC주의 상황도 심각하다. 시니어 지원단체 ‘시니어스 퍼스트 BC’(Seniors First B.C.)에 따르면, 신체적 학대 관련 상담 전화는 2019년 145건에서 268건으로 늘며 85% 급증했다.
같은 기간 재정적 학대 관련 신고는 1,410건으로 43% 증가했으며, 정서적 또는 심리적 학대 신고도 1,420건으로 24% 늘어났다. 2020년 약 5,300건이었던 핫라인 전체 상담 건수는 올해 약 8,000건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친 손길이나 강하게 붙잡는 행위도 폭력에 포함되며, "자녀가 부모를 살해하고 싶다고 언급하는" 충격적인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노인 학대가 늘어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연령 차별’이 지목된다. 노인을 사회적 가치가 낮은 존재로 보는 인식이 결국 학대와 무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노인들은 종종 학대 사실을 숨기려 하므로, 주변 사람들이 생활 방식의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식단, 현금 흐름, 위임장 등에 변화가 생기거나 노인이 갑자기 은둔형으로 변한다면 노인 학대의 징후일 수 있다. 행동의 변화가 감지될 때, 이들이 학대의 피해자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적극적으로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