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컨설팅'이란 상호를 내걸고 불법중개행위를 하고 있는 기획부동산 사무실. / 사진제공 = 한국공인중개사협회. |
이번 추석 고향에 다녀온 전지용(가명)씨는 고민이 생겼다. 얼마전 고향집 근처에서 문을 연 부동산 컨설팅업체에 고향 땅을 파는 게 어떠냐는 부모님의 말씀 때문이다. 농사일을 하시는 부모님이 갑자기 땅을 팔자고 하시는 이유는 부동산 컨설팅사에 다녀오시고 나서부터다.
해당 토지에 아파트가 들어서는데 지금 팔아야 제값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었다. 부모님은 동네 주민들이 벌써 땅을 팔아 이사 갔다며 내심 부러워하시는 모습이었다. 주변에서 고향 땅을 개발해 큰 돈을 벌었다는 소문을 듣기도 했지만 왠지 찝찝한 느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추석 연휴 고향에서 봤던 'OO컨설팅'이란 간판을 내건 부동산업체와 거래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이들은 대부분 고수익을 보장하는 이른바 '기획부동산'으로 부동산 중개·매매업을 가장한 사기업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획부동산은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사업성이 전혀 없는 땅을 매입해 있지도 않은 개발 계획 등을 앞세워 시세보다 비싼 값에 되판다. 일부 도심지역이나 보전녹지지역 등이 주요 대상이어서 지방에선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는 틈새를 노리고 분양 현장을 쫓아다니며 투기를 부추기기도 한다는 게 관련업계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불법으로 전원주택용 토지를 중개하는 현수막이 걸려져있다. / 사진제공 = 한국공인중개사협회. |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지방에 '부동산 컨설팅'이란 간판을 달고 갑자기 생겨난 대부분은 기획부동산이나 '떴다방'이라고 보면 된다"며 "이들은 실제 공인중개사가 아닌 경우가 대다수여서 피해자들을 구제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와 충청남도, 세종시 등 지자체들이 경찰청, 공인중개사협회, 국세청 등과 공조해 무등록중개업소와 매매업을 가장한 중개행위, 이른바 '딱지'로 불리는 분양권 불법거래 등을 단속한 결과 총 874건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 사업자가 없거나 불법으로 대여한 경우와 무등록·무자격자의 중개를 비롯해 '부동산 컨설팅' 등 유사명칭을 사용한 경우가 123건(14%)이다. 2011년에도 강원도와 경기 수원·여주 등을 대상으로 단속을 벌인 결과 1184건 중 134건(11%)이 같은 항목으로 적발됐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단속을 통해 적발하고 있지만 다른 명의로 위치를 바꿔가며 불법 영업 행위를 하고 있어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제대로 된 재산가치를 평가받지 못함은 물론, 불법거래로 낭패를 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윤 기자 트위터 계정 @mton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