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제목으로 산행기 쓴 일도 참 오랫만이다
딸내미들이랑 백두대간을 2009년 3월에 시작해 2012년 11월에 마쳤으니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났구나
작은놈이 기어코 캐나다로 취업을 가는 모양이다
한번 가면 그 중 80%는 정착해 살아 버린단다
그 일이야 그때 생각하고 가기전에 백두대간 땜빵이나 하고 가라
그때 산행기를 뒤적여 보니 벌재에서 저수령 빼 먹었고, 그 다음 구간도 죽령에서 오다가 흙봉에서 하산해 버렸었네
그러면 벌재에서 죽령까지 걸으면 딱 맞겠다
오랫만에 도솔봉 정상석도 한번 볼 겸~
벌재로 가다가 보니 저수령에 배낭을 두고 맨몸으로 벌재에서 진행하면 되겠다 싶다
머리를 쓸라면 종합적으로 쓰야지
배낭만 두고 2통 더 내린다는 물은 빼 먹었다
소백산 목장 산장은 내 첫 대간때 한번 잔 곳이다
그때 저곳에서 내 인생이 바뀌는 전화를 받았었는데 지금은 폐업한지 아주 오래 되었다
(이번에도 그와 비슷한 문자 받은 걸 보면 저수령하고 나하고 무슨...?)
이때 아차 물~!!...,, 생각 났었는데,
귀찮아 배낭에 있는 물 6리터로 2박 3일을 해결하자 하였던게 잊혀지지 않을 추억(?)이 되었다
벌재에 차를 두고 산보하는 기분으로 저수령으로 항한다
내가 예전에 한번 묶으면 터지면 터질까 절대 끈 풀어질 일 없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는데도 다시 고쳐메고 있다
친구들이랑 이별주 마신다고 잠을 아껴가며 연일 과음이시란다
아주 기어 오더니 땅바닦에 철퍼덕이다
사진으로 보니 어데 중학생 같거만 멀리 캐나다까지 가서 일 하겠나
저거 외할머니 키가 150쯤이고 외할아버지가 190쯤이다
기 안죽는 거는 저거 외할매 닮았다
저거 외할매가 평소에 그러신다
'아이고~, 그때는 키 큰 사람 안쳐줬네. 장개도 잘 못갔네~'
항상 당당하다
'내가 백두대간 한 여자야~!!' 이런다^^~
스무 한살때 토익 935점 받아뿌는 아이 이기는 하다
희라 첫 취직할 때 저거 학교에 프랭카드 걸리기도 하고 그랬었단다^^
저수령에 이르니 마침 점심시간이다
이제 두세시간만 진행해서 적당한 곳에 집 짓자 하였다
시간이 널널하니 오침 한판 때린다
물이 문제로다
희라에게 그랬다
'아빠가 예전에 한여름에 물 500ml 한통으로 50km를 걸은 적이 있는데 물 안마셔도 안죽더라'
대신에 입이 쫙쫙 달라붙고, 입술에 하얗게 백태가 끼더라는 말은 안했다
산의 이 계절이 참 좋았다
마악 새싹들이 여기저기 돋아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웠다
저렇게 셀카에서 글짜가 꺼꾸로 나오는 거는 어찌하면 된다는데 머리가 안 돌아가 이해가 안가더라
요즘 한곳에 머리를 너무 쓴다
용량이 다 되었는지 다른곳으로는 생각이 잘 안돌아간다
그래 꿩의바람꽃이 이 언저리 산기슭에 피었었지
참 오랫만이다
두어시간 진행하고서 스톱이다
조금 더 가면 본격적인 잣나무 숲이 있다는 것을 이전에도 그곳에 집을 한번지어 알고 있지만 고마됐다
편평한 땅이 자주 나타나 주는것도 아니고~
우리는 항상 진솔한 대화를 한다
'아빠~, 방귀는 밀폐된 공간에서는 좀 참지~'
'소나무와 잣나무의 차이는 말이다~. 잎이 두개고 다섯개인 차이란다~'
쓸곳이 있어 새로 구입해 시동해 보았다
혼자 다니며 쓰기에는 딱이다
더구나 찜 기능이 있음에랴
따님은 연일 과음하신지라 12시간이나 잠을 자더라
이놈은 오줌도 안싸나?
바쁠거야 없지만 그래도 가만두면 12시까지도 자겠기로 깨웠다
이날은 여섯시간쯤 걸으면 도솔봉정이리다 하였다
출발할 때 오늘 물 배정을 했다
500ml 한통씩, 나중에 아빠찬스고 뭐가 없다고 단단히 엄포를 놓았는데 딸찬스 쓸 뻔 했다
날은 왜그리 따신거야
어느곳에 한가하게 퍼지고 누웠는데 대간꾼이 한명 온다
전하기로, 국공에서 나무를 마구베어 길을 온통 막아놓아 진행해 오는데 아주 애를 먹었다 한다
쩝~
그 양반도 공단하고 사이 디게 안 좋은 모양이다
벤 나무랑 바람에 쓰러진 나무가 구분이 안될 정도이니..^
딸들 대간할때 굴참나무랑 자작나무 확실히 가르쳐 준것은 후에 한번씩 물어봐도 알데
이번에는 낙엽지는 소나무에 대하여 자세히 가르쳐 주니 질문도 해가며 외우는 모양이더라
그게 인생 사는데 무슨 도움이 되겠냐마는~*
인연이 많은 묘적령이다
난 여기만 오면 도솔봉은 지척이리라 싶었는데 많이도 멀더만
쩝~
이런 얼아가 외국까지 나가서 노동을 한다니.......,
아까 그 양반이 묘적령부터는 국공에서 본격적으로 나무를 베어 넘겨 놓았다더만 진짜네^^
내 산 다니면서 이래 무지막지하게 바람에 부러진 나무들 기억에는 처음이지 싶데
나무 뿌러지는 데도 공식이 있는데 이건 공식이고 뭐고 막 넘어갔더만
묘적봉에 겨우 이르르다
예전에 도솔봉 가다가 여기서 퍼져 집 지은적도 있구나
여기다 집 지을까 하니 희라 들은체도 안하기로 대견하다 싶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때 진짜로 못들었었군
저쪽 긴 계단을 보더니,
'어따~ 아빠 저기 계단봐라, 우째 올라가노~?'
'아이야.. 아빠는 아주 아까부터 저 계단이 보이기를 기다렸니라. 지금 이렇게 보이니 기쁘기 한량이 없구나'
'쯪쯔......'
이제 이 계단만 오르면 도솔봉은 지척이다(실은 1km 넘게 남았음)
마지막 남은 물을 시원하게 한모금으로 들이키자구나
그래봤자 각자 30cc도 안되는 물을 벌컥벌컥 마셔 제쳤다
백야초茶라는 말이 참 위안이 되었다
나는 보이는 풀마다 뜯어 입으로 가져갔다
아이에게도 권하니 고개를 돌린다
참꽃은 확실하다며 권하니, 먼 옛사람들이 먹었다는 이야기를 읽었다며 비로소 한두잎 씹어본다
우리 세대는 이미 요즘 아이들에게 먼 옛 사람들이 되었구나
지나온 헬기장에서 하룻밤 야영한 적도 있는데 전혀 기억을 못한다
'산에서 잔 곳이 한두곳이라야 기억을 하지~'
그래~,
아빠는 그래서 일부러 기억을 안한단다^^
이 하얀 돌은 기억이 난단다
아주 한참이나 보듬고 있더라
이제 우리에게 남은 물은 아직 얼음이 녹지 않은 2리터다
마시고 내리는 걸 한번 더 마시라 했다
그래서 아주 뿌듯했다
이 곳 도솔봉 정상을 그냥 지나치는 대간꾼들이 의외로 많다
저 아래 헬기장이 정상인 줄 알고 기념으로 사진 남기고 지나가곤 한다
하긴 모르는 바에야 그 의미가 다르지 않다
나는 내가 생각해도 텐트를 너무 잘친다^^
돌을 아주 많이 빼 내어야 하겠다는 아이말을 귓전으로 흘리며 딱 두자리만 다듬어 집을 지었다
그날밤 아이는 너무 편안한 잠자리라 하더라
세월은 흘러 가는구나
2005년 2월 27, 28 지고 올라 3월 1일 다들 이 자리에 모여서 세웠다
상판은 54.8kg이고, 하판은 22kg 쯤이다
도솔봉 저 음각안은 조은산님이 2010년 새로이 칠하셨는데 아직 확연하더라만 다시 몇군데 새로이 칠했다
'아빠~, 조은산님이랑 친했어?'
'아빠가 어느 해 세어보니 1년에 102밤을 산에서 같이 잤더라'
'오~ 엄마보다 더 많이 잔거보니 친했네~'
'아빠 술 마시는 거 가지고 한번도 뭐라고 한 적이 없어~'
'어~? 그러면 별로 조은 사람이 아니었는데......,'
'그러면 너는 조은산님 돌아가셨다는 말 필리핀에서 듣고 왜 울었어~?'
'........,'
그렇게 희라는 또 10시간을 자더라
이날은 해뜨기 전에 짐 챙겨놓고, 해 뜨는거 보자마자 하산하자 하였다
360도가 두루 조망되는 도솔봉에 해님이 떠 오른다
6시도 아니되어 하산을 시작하였다
그 길은 내가 열번도 더 걸은 길이다
어느 지점에 이르러,
'희라야 이곳이다. 이제 내림길이 시작되고 30분이면 우리는 그곳에 닿을 수 있다. 남은 물을 기분좋게 원샷하고 가자'
똑똑한 희라가 주저한 이유가 맞았다
그곳에서 다시 삼형제 봉을 넘어야 되는 길이 시작되더라
몇번의 오르막과 내리막과 다시 오르막을 오르니 비로소 그곳이다
여기가 그곳이다하니 그대로 드러누워 버린다
아주 제법 그대로 두었다
그 내림길도 내 걸음에는 반시간이더만 아이 걸음으로는 한시간도 넘게 걸린다
예약한 택시는 제법 기다린 모양이다
그 미안함은 벌재로 향하는 40여분간 이어진, 그 아지매 기사의 수다로 각대각이 되었다
첫댓글 카메라설정(톱니바퀴)~
보이는대로 셀피저장 이것을
비활성화 시키면 글씨가 똑바로 나옵니다.
희라가 캐나다를 가던
달나라를 가던 한번도 안 본
희라지만 똑띠기 잘 할겁니다.
머 그럴 거라고 생각은 하시겠지만
어디 부모맘이 마냥 편해지지는
안것지요.
벌재 구간은 추분날 도로에서
아가들 춤춘 기억납니다.
조은산님이 돌아가셨을 때
산친구(나이와 상관없이) 떠나보낸
상실의 마음이 저에게까지 와 닿습니다.ㅠ
캐나다 어드메로 가는지...
조카딸이 벤쿠버에 이민가서 잘? 살고 있어서요.
질문요
제가 소주 한잔만 마셔도
힘들어 했는데
금년 1월 달 하얼빈에가서 빠이주를 계속 먹어도 견딜만 해지고
그후
소주 한병을 후딱 마시네요.
이게 왜그러죠?
진짜 체질이 변하는가요?ㅎ
술이라는건 본래 몸은 누구나 상관없이 마시는건데,
마음이 제각각 달라 안마시고(못마시는 걸로 생각할수도) 있었던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의 몸으로 술을 마시지 못하는 체질은 있기야 하겠지만 그리 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 이런저런 이유로 안 마시거나 참고 있거나 하는 것이겠지예~^^
잘 들어가면 계속 마시십시오
세상 부러운게 맛나게 술 마시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날 도솔봉 사진을 보내오길래
이 친구 또 "조은산 이 생각나서 갔구나! .... 했는데 딸내미랑 추억 챙기기 산행 나섰구먼
건데 참 생각 오래납니다
둘이서 너무 뽈뽈거리고 돌아댕긴 것도 있긴 하지만예~^^
이번에는 희라 땜빵챙기기 였십니다
가다가 보니 생각이 나서 그런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