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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이야기] 오리백숙·삼계죽·민어곰국·부추양파무침
[고은정 약선식생활연구센터 대표]
삼복에는 동물들을 잡아 복달임해 기운을 보충했다. 오리백숙과 삼계죽, 민어곰국을 만들어 먹고 여기에 부추양파무침을 곁들이면 덥고 습한 여름을 건강하게 날 수 있다.
복달임란 여름을 나면서 자주 써 온 말이다. 삼복에 고기로 국을 끓여 먹는 일 자체를 복달임이라고 하고, 복날에 먹는 삼계탕이나 보신탕 등의 음식을 복달임 음식이라 부른다. 초복, 중복, 말복을 한꺼번에 일컫는 삼복은 여름 중 가장 무더운 날로 초복과 중복의 간격은 열흘, 중복과 말복의 간격은 스무 날이다. 조선시대에는 복날에 궁중에서 신하들에게 귀한 소고기를 내리기도 했으나 서민들은 이때를 대비해 봄부터 키우던 개나 닭을 잡아 복달임 음식을 해 먹었다. 주인과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지역에서 자라 같은 기운을 가지고 있는 동물들을 잡아 복달임을 해 부족한 기운을 보충했다. 그때 같이 먹는 채소도 직접 키운 것이거나 하루 생활권 안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라, 복달임 음식은 요즘 우리가 흔히 말하는 로컬푸드·슬로푸드라고 하는 음식 철학 안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설사를 고치고 열을 내리는 음식
복달임에는 개를 잡아 끓여 먹는 개장국(보신탕), 닭을 잡아 끓이는 삼계탕, 하사받은 소고기를 이용해 끓이는 육개장, 방아나 제피 등의 매운 향신료를 넣고 끓여 먹는 장어탕 외에 팥을 이용해 끓이는 죽이 있었다. 덥고 습한 여름은 잔병이 잦은 계절이라, 잔병을 쫓고 더위를 물리치기 위해 팥을 먹는 일은 아주 훌륭하다. 고온다습한 계절에 발병하기 쉬운 식중독 중의 하나인 설사를 고치고 몸 안에 쌓인 열을 내리고 해독하는 힘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입추(양력 8월 8일, 음력 6월 24일)가 지나 버렸으니, 가을을 코앞에 둔 말복에 복달임은 의미가 없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입하·하지·초복·중복을 거치면서 땀 흘리면서 빼앗긴 기운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일상의 소소한 일들조차 무기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름과의 이별은 역시 말복의 복달임 음식으로 하는 것이 진리다.
삼계탕만큼 만만한 것이 없지만, 오리도 꽤 괜찮다. 닭은 양기가 충천해 늘 머리를 곧추세워 다니고 물 한 모금 먹고 하늘을 보고 모이 한번 먹고 하늘을 본다. 심지어 잠을 잘 때도 땅에 몸을 붙이지 않고 횃대나 나무 위를 침대로 삼는다. 모두가 곤히 자는 이른 새벽에 어둠을 헤치고 가장 먼저 일어나 목울대를 흔들며 만물을 깨운다. 그러므로 자꾸 처지면서 의욕이 떨어지면서 만사 귀찮은 사람들에게 좋다.
하지만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나 열이 나는 질병에 걸렸다면 삼계탕은 적합하지 않다. 그럴 땐 오리가 좋다. 오리는 음기가 강하다. 다리의 길이도 짧아 뒤뚱거리며 걷고, 털에 물을 바르며 목욕을 한다. 질척한 곳에서도 잘 지내고 심지어 알을 물속에 낳기도 한다. 그러니 삼계탕을 먹으면 기껏 '밑져야 본전'인 사람들에게는 오리탕이 제격이다. 보음(補陰)하는 성질이 강한 잔대와 맥문동을 넣어 끓이면 잡내가 싹 사라진다. 오리는 땀은 많이 흘리지만, 수분대사의 저하로 소변불리(小便不利)를 느끼는 사람에게 유용하다. 변비에 좋고 더위로 인해 생기는 갈증에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유황을 먹인 오리는 인체에서 유기유황으로 인체 면역력을 높인다. 그러므로 가을의 문턱, 말복에 먹는 복달임으로 오리는 꽤 훌륭하다.
오리백숙
재료
오리 1마리, 잔대 20g, 맥문동 20g, 물 4ℓ, 후추·소금 약간
만드는 법
① 오리는 기름을 떼어 내고 물에 잘 씻는다.
② 잔대는 흙이 없게 깨끗이 씻고 맥문동은 체에 걸러 깨끗이 씻는다.
③ 큰 솥에 닭, 잔대, 맥문동을 넣고 다리에서 살이 분리될 때까지 푹 삶는다.
④ 오리를 꺼내 그릇에 담고 소금과 함께 낸다.
⑤ 남은 국물은 부추를 썰어 넣고 오리와 함께 내거나 죽으로 끓여 먹으면 좋다.
* 맥문동은 식재료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이고 잔대는 더덕으로 대신해도 좋다.
복날엔 역시 닭
여름내 저마다 더위와 싸우지만 아무리 시원한 바람을 쐬고 찬 음료를 마시고 찬 음식을 먹어도 갈증만 더할 뿐, 더위가 쉬 가시지 않아 찬 것에만 집착하게 된다. 온난화 현상으로 해마다 더 더워지고 삶에도 스트레스가 많아져 스스로 몸 안에서 열을 발생시키니 여름을 건강하게 나기가 아주 힘들어졌다. 냉방시설을 이용해 실내에서는 봄가을과 같은 온도로 지내지만, 실외의 온도는 더욱 올라간다. 우리 몸은 냉방시설에 의존하지 않고는 여름 더위를 제대로 이기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자연에 순응하지 않고 문명의 이기에 우리의 몸을 맡긴 결과이다. 땀을 많이 흘리고 축축 늘어져 일에 대한 의욕이 반감되고 심해지면, 가슴이 답답하고 몸에서 열이 나 잠을 잘 이루지 못하게 된다. 몸에 열이 성해져 땀을 내 체온을 조절하는데, 그때 몸속의 양기도 같이 빠져나가게 되며 그로 인해 진액이 손상되고 기가 허해져서 생기는 현상이다.
<동의보감>에서는 "하절에는 천기가 서열하여 땀이 항상 많으므로 인체의 양기가 기표와 피모로 들떠서 흩어지므로 복부 중의 양기가 허약해진다"고 기록하고 있다. 중국에 현존하는 의학문헌 중 가장 오래된 <황제내경>에는 "태양이 뜨겁고 비도 많이 내리는 여름은 천지의 기운이 서로 어우러져 만물이 번성하는 계절로, 사람들은 마땅히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 긴 낮을 즐기면서 심신을 유쾌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열치열(以熱治熱)'한 음식으로 삼계탕만 한 것이 없다. 우리가 먹는 동물 중 가장 양적인 동물이 닭이므로, 한여름에 뜨거워진 외기로 인해 빼앗긴 양기를 보충하려고 삼계탕을 먹는다. 닭고기는 육류 중에 지방 함량이 적고 포화지방산이 적으면서 풍부한 단백질로 노인이나 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도 비교적 좋다. 성질이 따뜻하고 단맛이 있으며 소화기를 보하는 효능이 있으므로 허약 체질이나 병을 앓고 난 사람, 산후 조리하거나 기혈이 부족한 사람이 먹으면 좋은 보양식품이다.
특히 오골계는 면역력을 높여 암세포의 생장, 발전, 전이 등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어 생존 기간을 연장한다니 자주 먹으면 좋다. 또 부인병에 좋으므로 여성에게 권할 만하다. 하지만 닭고기는 따뜻해서 감기 등으로 열이 있거나 가래기침이 많은 사람, 급성세균성 장염을 앓고 있는 사람, 몸에 열이 많은 사람들이 과식하면 눈이 충혈되고 건조하며 두통이 생기거나 어지럼증이 생기는 등 부작용이 따르므로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말복엔 역시 인삼, 대추 넉넉히 넣고 삼계탕을 끓여 가족들 건강을 챙겨봄 직하다. 닭은 꺼내 백숙으로 즐기고 남은 뼈를 삼계탕 국물에 다시 한 번 푹 고아 나온 진국으로 복달임의 마지막은 죽으로 장식하는 것이 예의다.
삼계죽
재료
찹쌀 2컵, 닭육수 10컵, 밤 2개, 불린 표고버섯 2개, 닭살 1컵, 소금 약간
고명 : 대추채, 수삼채
만드는 법
① 닭을 손질하여 3배의 물과 대파 1뿌리, 마늘 20알, 대추 2개, 수삼 1뿌리, 통후추 등을 넣고 푹 삶는다.
② 닭은 건져 살을 바르고 남은 물은 기름을 걷어 내고 살을 바르고 나온 뼈와 함께 다시 한 번 더 끓여 면보에 걸러 육수를 만든다.
③ 찹쌀은 씻어 한 시간 이상 불린다.
④ 준비한 육수를 불에 올리고 끓기 시작하면 찹쌀을 넣고 센불에서 끓인다.
⑤ 밤은 편 썰기를 한다.
⑥ 불린 표고버섯은 얇게 채 썬다.
⑦ 준비해둔 밤, 표고버섯을 넣고 중불에서 찹쌀이 퍼지게 푹 끓인다.
⑧ 찹쌀이 퍼지면 닭살을 넣고 한소끔 더 끓이고 소금으로 간을 하여 마무리한다.
⑨ 남은 대추 1개와 수삼을 채 썬다.
⑩ 그릇에 담아 대추채와 수삼채를 고명으로 얹어 낸다.
여름 보양식의 백미 민어
퇴색한 흑백사진 같은 내 어린 시절 여름 풍경 속에는 퇴근하는 아버지의 손에 들린 커다란 민어가 있다. 꼬맹이였던 내 눈에 민어는 양팔을 쫙 벌려야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아주 큰 것이었다. 어린 탓에 민어 맛을 제대로 알 리 없으니, 어머니가 어떻게 요리를 해 주셔도 그저 비린 생선이라 여기고 잘 먹지 않았다. 어른이 되고 민어의 진가를 알게 되었지만, 막상 비싸고 귀해서 이제 구경조차 힘들어져 한여름 보양식으로나 한 번쯤 엄두를 내보는 생선이 되었다.
민어(民魚)를 민어(?魚) 또는 면어(?魚)라고도 부르는 것을 보면, 제대로 음미하며 먹으면 대구나 조기의 맛을 함께 느낄 수 있을까 해서 자꾸 음미하게 된다. 민어는 닭처럼 성질이 따뜻해서 설사를 하거나 기운이 없어서 쉽게 피로를 느끼는 사람에게 좋다. '민어가 천 냥이라면 민어의 부레는 구백 냥'이라는 말이 있다. 부레를 먹지 않았다면 민어를 헛먹었다는 말이다. 민어의 부레로 만든 한약의 이름이 아교인데 아교는 천연접착제의 대명사로, 콘드로이친의 함량이 높아 노화를 방지하고 피부와 조직세포의 탄력을 좋게 한다. 또한 민어는 지방이 적고 담백하면서도 달아 소화 흡수가 빨라 어린이들의 발육과 노인과 환자의 건강 회복에 좋다. 봄 주꾸미, 여름 민어, 가을 낙지, 겨울 숭어라는 말이 있다. 즐비한 생선 가운데 민어가 여름 생선으로 등극한 것을 보면, 여름의 더운 외열로 인해 체내의 양기가 소진되고 그로 인해 떨어진 체력에 민어만 한 것이 없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민어곰국
재료
민어 1마리, 육수 2ℓ, 감자 2개, 들기름 1큰술, 간장 1작은술, (청주 1큰술), 대파 1뿌리, 쑥갓 한 줌, 청홍고추 각 1개, 소금 약간
만드는 법
① 감자를 굵게 썰어 달군 냄비에 넣고 들기름에 볶는다. 천천히 잘 볶아 기름이 겉돌지 않게 한다.
② 냄비에 육수를 넣고 분량의 간장을 넣는다.
③ 육수가 끓고 감자가 2/3쯤 익으면 민어의 머리부터 넣고 살을 넣고 끓인다. 거품을 걷어 내면서 끓이면 국물 맛이 더 깔끔하다.
④ 대파, 고추는 어슷하게 썬다.
⑤ 쑥갓은 다듬어서 깨끗하게 씻어 놓는다.
⑥ 민어와 감자가 다 익으면 대파, 쑥갓, 청홍고추를 넣고 불을 끈다.
⑦ 간은 소금으로 한다.
* 국물의 잡내를 없애기 위해 필요하면 청주를 1큰술 넣고 끓이면 좋다
집 주변에서 찾는 음식 보약 부추
선풍기나 에어컨, 냉장고가 없던 시절의 우리 조상들은 집 주변의 텃밭에 50여 가지의 채소들을 길러 먹으면서 여름 더위쯤은 거뜬히 이기고 살았다. 여름에 텃밭에서 자라는 채소들은 대부분 성질이 차므로 몸이 더워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장독대 곁에 자리 잡은 부추가 꽃 피기 전에 한 줌 배다 양파와 함께 버무리면, 말복에 먹는 복달임 음식이 오리여도 괜찮고 닭이어도 훌륭하고 민어면 더 좋다.
부추양파무침
재료
부추 100g, 양파 100g, 통깨 1/2큰술
김치 양념 : 멸치 액젓 1큰술, 들기름 1큰술, 고춧가루 1큰술, 식초 1작은술
만드는 법
① 양파는 껍질을 벗겨 씻어 얇게 채 썬다.
② 채 썬 양파는 찬물에 10분간 담가 매운맛을 뺀 다음 물기를 제거한다.
③ 부추는 다듬어 깨끗이 씻고 4~5cm 길이로 채 썬다.
④ 김치 양념을 모두 모아 잘 섞는다.
⑤ 준비해 둔 부추와 양파에 양념을 넣고 잘 버무린 후 통깨로 마무리한다.
* 멸치 액젓 대신 집에서 담근 간장을 사용해 양념을 해도 된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우리나라 대표 생협 한살림과 함께 '생명 존중, 인간 중심'의 정신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살림은 1986년 서울 제기동에 쌀가게 '한살림농산'을 열면서 싹을 틔워, 1988년 협동조합을 설립하였습니다. 1989년 '한살림모임'을 결성하고 <한살림선언>을 발표하면서 생명의 세계관을 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살림은 계간지 <모심과 살림>과 월간지 <살림이야기>를 통해 생명과 인간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바로 가기 : <살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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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정 약선식생활연구센터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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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네.
오늘 집에서 엄마랑,조카들이랑 해 먹었다요
ㅎㅎ 잘 하셨어요 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