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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의 시작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인물이 복희(伏羲)다.
그는 역사적 실존 인물이라기보다 중국 문명이 기억하는 태고의 성인으로 전해진다.
전설에 따르면 복희는 어느 날 하늘과 땅을 바라보고, 해와 달의 움직임을 살피며, 강과 산의 형세를 관찰했다. 새가 나는 모습과 짐승의 발자국, 바람과 구름의 변화도 그의 배움의 대상이었다.
그는 자연이 결코 혼란스럽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낮과 밤이 반복되고, 계절이 순환하며, 만물은 태어나고 성장하고 쇠퇴한 뒤 다시 새로운 생명을 맞이했다.
그 변화 속에는 일정한 질서가 있었다.
복희는 그 질서를 가장 단순한 기호로 표현하려 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팔괘(八卦)였다.
팔괘는 점을 치기 위한 부호가 아니었다.
우주의 변화와 자연의 원리를 여덟 개의 기본 상징으로 나타낸 최초의 구조였다.
하늘은 건(乾), 땅은 곤(坤), 물은 감(坎), 불은 리(離), 우레는 진(震), 바람은 손(巽), 산은 간(艮), 못은 태(兌).
이 여덟 개의 괘는 각각 하나의 자연현상을 뜻하는 동시에, 세상이 변화하는 기본 원리를 상징한다.
주역은 여기에서 출발했다.
세상을 외우려 하지 않고, 세상이 움직이는 원리를 이해하려 했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복잡한 세상을 수많은 데이터와 정보로 이해하려 한다.
그러나 복희는 단 여덟 개의 상징으로 자연의 질서를 읽어내려 했다.
그것이 팔괘가 수천 년 동안 살아남은 이유이며, 주역이 지금도 변화의 철학으로 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음 글에서는 **「팔괘는 왜 여덟 개였는가」**를 따라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