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13) - 눈을 뜬다.
꿈 속을 헤메다가.나도 모르게, 손이 핸폰을 찿는다. 새로 온 동네, 일기예보를 검색한다. 온도,바람의 강도, 습도,그리고 강우 가능성등..
오늘 걸을 거리와 마을 위치를 계산해 본다. 총25km. 첫 마을은 12km, 둘째 마을은 18km.셋째는 목적지인 25km에 있는 Fromista 라는 해발780미터에 위치한 작은 마을(인구770명)인데, 800~900~800미터를 걷는 평야이다.
숙소 주변에서 Cafe(Bar)를 찿는다.이른 아침이라, 문을 연 곳이 없다. 거의 마을 끝 부분에 카페 한 곳을 발견하고, 토스토와 커피 한잔으로 무장하고 출발 한다.아침8시다.
사람의 인적을 볼 수 없고 끝이 보이지 않는 시골 길, 길 치고는 까다로운 크고 작은 자갈로 덮인 길이 대부분이다. 발 바닥으로 팅겨 오는 자갈들의 촉감이영 맘에 안든다.
멀리 보이는 오르막 언덕길이 들어 온다. 저기를 넘으려면, 한없이 가야할 듯하다.
반바지 차림으로 씩씩하게 프랑스 친구들이 지나간다.
오르막 길에서 주춤하는 이태리 여인도 만난다. 무언가 공허함이 차 있는 사연도 있는 듯 하여 궁금하다.50대로 보이는데, 6개월 전에 남편이 타계하고, 심한 우울증과 불면에 시달린다고, 그래서 혼자서 걷기로 하였다고 하며, 2 주일만 지내고 가겠다고 한다.
위로의 말로서 "Bien Camino~!"를 대신한다.
가다 보니, 앞서 가던 사람이 머뭇거린다. 다가가서 보니, 동양인 이다. 젊어 보인다.어디서 왔냐니까, "코리아"란다 나이 32세, 앳된 젊은 이다.
성당이나 교회를 열심히 다니냐고 물으니, 종교가 없다고 한다. IT 부분의 보안 쪽 전공을 하였고, 포철의 협력회사에 근무하다가 산티아고 오려고 사표를 냈다고 한다.
언젠가 국내 TV 방송 프로를 보고 꼭 가야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여행 끝나고 돌아가면 새로운 직장을 구한다고 하며, 재취업은 어렵지 않다고 한다.
요즘 MZ 세대의 단면을 본다.
아마도 10번 이상은 한국사람이 많이 오는 이유를 질문 받았는데, 독실한 기도교 신자들이 많아서 였다고 대답했던 자신이 틀렸다는 자괴감도 든다.
가도 가도 평원의 연속이다. 3시간 여를 걸었더니, 드디어 작은 마을을 지나게 된다.
첫번째 마을, 카페도 눈에 띄지 않는다. 초입에 한 간판을 보았는 데 더 마을 안 쪽에서 하겠다고 스쳐버렸는데, 더 이상의 카페가 안 보인다. 뒤로 돌아갈 수도 없어서 다음 마을로 가려고 다짐한다
7Km, 한 시간 반을 더 걸어야 한다.
넓은 들판을 감상하며.,한 폭의 수채화 같은 구름과 하늘을 구경하며, 허허 벌판을 끝없이 걷는다.시야로 들어 오는 장애물도 없고,세찬 바람만이 몰아 친다.
두번째, 마을로 들어선다.시계를 보니, 12시반이다.카페를 찿아 보니 모두 문을 닫았다.오후 1시부터 영업한다고 안내문이 붙여 있다.4시간 반을 걷고,걸어서 오아시스 같은 곳에 도착했더니, 30분을 더 기다리라니, 쾌씸하기도 하고 허망하다. 오기가 발동한다.그냥 다음 마을로 또 행군하기로 한다
고행길이라는 말 중에는 자연 현상을 참아가는 인내심도 포함되지 않나 한다.
남자나 여자, 모두 길 가는 중에 해결할 마땅한 곳이 없다.작은 것도 그렇지만, 큰 것이나 설사를 만난다면 어떻게 해결할 까 궁금해진다.
판초나 우산이 없는데, 비가 온다면 이 또한 난감할 수 밖에 없다. 다리를 다치거나, 걷지 못하는상태에 있을 때도, 대응할 수 있는 묘책이 안보인다.
다음 마을이자 숙소인 목적지 동네에 6시간 만에 도착했다. 숙소 체크보다도, 허기진 것과 생리 현상(6시간 참고 왔슴)해결이 급하여,카페로 들어 간다.
점심(바게트 빵과 커피)을 시켜놓고,Toilet 로 뛰쳐 간다.시원하게 일 보는데,화장실 문이 열리고, 황당해 하는 여인네-,
아이쿠, 급해서 문고리를 걸지 않았다.문고리를 잠그고, 보던 일을 시원하게 마무리 하고 나선다.
문 앞에서 그 여인네가 우려스런 눈길을 준다.나도 모르게 뒤돌아 본다.아뿔사, 내가 들어갔던 곳에 여성 그림이 있네. 여자 화장실에서 문도 안 잠그고 실례를 한 것이다.
자세히 보니, 남녀 공용이 아닌 남녀 각자의 화장실이 있었다.
틀림없이,변태 성향의 남자로 인식되었을 것으로 생각하니, 고개를 못들겠다.
진작 허허벌판에다가 체면 불구하고, 고급 비료를 뿌려 주고 왔어야 했는데...
첫댓글 ㅎㅎㅎ 제 질문에 대한 답을 오늘에야 들었군요. 급하면 남녀 가릴 새가없지요.
ㅎ ㅎ ㅎ~~동양인 변태????그것도 추억입니다..계속 씩씩하게 갑시다..
저렇게 황량한 벌판에 볼일을 못본다니,,,,답답 막막하네요. 화이팅!!!
가끔은 실수가 매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