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국내 의료 전문 매체 코메디닷컴 정은지 기자의 6일 오후 7시 4분 기사를 다듬은 것이다.
"그날 이후 나는 장례 절차의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해야 했다. (남편의) 유언도 없었고, 장례에 대해 한 번도 깊게 얘기한 적이 없었다. 유일하게 기억에 남았던 건 예전 TV 프로그램을 보며 남편이 농담처럼 '난 라탄(rattan, 등나무 줄기나 껍질을 엮는 등공예) 관이 좋겠어'라고 했던 한 마디였다."
영국 리즈에 사는 루 하인즈(48)는 남편 피트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그날 이후, 미리 죽음에 대해 대화하지 못했던 것을 두고두고 후회한다고 데일리 메일 인터뷰를 통해 털어놓았다. 건강하던 40세 남편 피트를 하루 아침에 잃은 그녀의 충격과 슬픔은 '준비하지 않은 채'여서 더 큰 혼란과 부담을 동반했다.
유언도, 장례 방식도, 마지막 인사도 정해지지 않았던 상황에 배우자가 직접 장례를 준비해야 했다. 어쩌면 "죽음에 대해 얘기를 해본 적이 없어요"란 그녀의 독백은 모든 이들에게 닥칠 현실일 수도 있다.
루와 피트는 같은 회사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며 인연을 맺었다. 출장에서 돌아온 날, 술 한 잔 나누며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눴고, 그 순간을 시작으로 둘은 서로의 삶에 깊이 들어섰다. 자녀를 낳았고, 2017년에는 결혼식을 올렸다. 루는 "피트는 영리하고 유쾌한 사람, 매일을 기쁘게 해주는 사람이었다"고 돌아봤다.
평온한 일상은 2022년 겨울, 너무도 갑작스럽게 깨졌다. 감기 기운이 있었던 피트가 "귀가 뭔가 이상하다. 일찍 자겠다"며 2층 침실로 들어갔다. 몇 시간 뒤 2층에서 '쿵' 하는 큰 소리가 들려왔고, 그는 의식을 잃은 채로 발견됐다. 급히 출동한 구급대원은 뇌전증 발작으로 판단했고, 피트는 병원 응급실을 거쳐 곧바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의료진은 강력한 약물치료를 시도했지만, 뇌 부종은 빠르게 진행됐고 결국 뇌간 기능이 정지됐다. 검사 결과는 예상을 훨씬 벗어났다. 그는 뇌전증이 아닌 세균성 수막구균 뇌염(Meningococcal Encephalitis)이라는 희귀 감염질환에 걸린 것이었다. 진단 받은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피트는 세상을 등졌다.
TV를 보던 피트가 자신이 죽으면 가장 값싼 라탄관을 썼으면 좋겠다고 내뱉은 농담 같은 말이 루가 확신할 수 있었던 유일한 단서였다. 실제로 'RATAAN COFFIN'을 검색하면 아름답고 인상적인 관 사진들과 판매하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장례 준비는 생각보다 훨씬 고되고 구체적인 절차였다. 관에 쓸 꽃, 장례식 음악, 조문객 복장, 키까지 따져 운구자를 골라야 했다. "운구자가 모두 비슷한 키가 아니면 관이 기울거나 떨어질 수 있다"는 말에 루는 친구들과 가족에게 키를 물어야 했고, 결국 피트의 부친은 키 차이로 관을 들지 못했고 대신 루의 부친이 손을 보탰다.
장례 당일, 루는 "조문객들이 모두 나와 대화를 원했고, 정서적으로 너무 지쳐서 결국 집에 돌아와 무너져 버렸다"고 말했다. 장례와 슬픔이 겹친 일상은 상상 이상의 피로를 안겼다.
실제로 메트라이프 UK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 중 절반 가까이가 장례 절차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으며, 25%는 슬픔 속에서 결정을 내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루는 이후 슬픔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사람들이 죽음이라는 주제에 미리 준비하고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장례식에서 듣고 싶은 음악, 화장인지 매장인지, 운구는 누가 맡을지, 이런 것들은 나중이 아니라 미리 가족과 이야기해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녀들이 아버지 장례식에서 직접 추도사를 하길 원했기에, 아이들의 발언문을 준비하는 과정 또한 감정적으로 큰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피트를 기리기 위한 장소로, 그가 생전 좋아했던 진(gin)과 에일 맥주를 제공하는 펍을 선택했고, 크리켓을 사랑했던 그를 위해 크리켓 클럽 대관도 고민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그 사람답게, 가장 그 사람스러운 방식으로 보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갑작스럽고 예고 없는 죽음 앞에서 남겨진 가족이 겪는 정신적·물리적 고통은 결코 작지 않다. 하지만 슬픔과 함께 삶을 이어가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담담한 '죽음에 대한 준비'일지도 모른다. 루는 "그 사람을 위한 진심을 다하는 작별은, 언젠가 반드시 마주해야 할 얘기"라며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