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샘산방 뒷쪽 가파른 길을 올라 주차장에 차를 두고 내려온다.
혼자라도 반겨주니 좋다.
자주 오는 단골이라고 내가 말하는데 정작 여주인은 여전히 몰라본다.
된장찌개에 막걸리 한병으로 열심히 점심을 먹는데 천천히 드시라며
잡채와 계란 후라이를 해 주신다.
12시 반에 탐방안내소를 통과하는데 통제하는 이는 없다.
단풍은 없고 색없는 이파리를 가진 나무들이 햇볕을 많이 보내준다.
계곡에 여름처럼 물이 소리내며 흐르고 나무 사이 흰 물줄기기 보인다.
쉴 틈이 없다.
첫나들이 폭포 지나 가내소 폭포 아래서 길을 벗어나 한번 쉰다.
물통에 따뤄 온 소주를 한모금 아껴 마신다.
오층폭포는 희물줄기가 저 아랫쪽으로 나무 사이에 보인다.
단풍도 없어 전망데크도 지나친다.
1.5km 정도 대피소 남겨두고 작은 철다리를 건너니 이제는 고드름이 계곡 바위에 붙어 있다.
가파른 돌계단이 시작되는 지점엔 나무에도 고드름이 붙었다.
바람이 없어 그리 춥지는 않다.
바위 위사이 얼음과 물이 반쯤씩 흐르는 폭포 아래서 쉬고 마지막 힘을 낸다.
그 동안 용감하게 걸었던 것이 무색하게 몸은 힘이 빠졌다.
4시가 지나 고개를 넘어 백운산 줄기를 본다.
바깥 탁자에 배낭을 벗어놓고 쉬고 있는데 두 남자가 화장실 쪽에서 내려온다.
1년에 한번씩 종주를 하는데 갈수록 힘들다고 한다.
내 나이를 묻기에 답하니 자기가 한살 아래라 한다.
새벽 3시 지나 성삼재에서 출발해 여기까지 왔다고 하니 나도 대단하다고 해 주는데
날 보고 얼굴에 주름도 없이 젊게 보인다고 해 준다.
그들이 대피소 안응로 드어가 방표를 받는다는데 난 배낭을 취사장에 두고 영신봉으로
술병을 들고 오른다.
4시 반이 지나 아직 해는 구름 띠 한참 위다.
길 오른쪽 봉우리로 가 바위에 서니 바람이 차다.
장안산 성수산 등 전북의 산군 뒤로 덕유능선을 보고는 내려와 길 아래 바위로 간다.
바람 없는 곳을 잡아 몸을 기울여 소주르르 마시며 해 지길 기다린다.
5시가 조금 넘자 수평선같은 구름 띠 위로 해가 들어간다.
석양이 변하는 건 보지 못하고 내려오는데 한 여성이 해가 벌써 져 버렸냐며 서둘러 올라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