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을 기다린 만남
“종교는 다 똑같아. 불교도 마찬가지지.”
누군가 그렇게 말한다.
나는 고개를 천천히 젓는다.
말로는 다 담을 수 없기에,
그저 조용히 웃는다.
진리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그 문을 여는 열쇠는
아무 손에나 쥐어지지 않는다.
그 열쇠는 바람이 데려온다.
때가 되면,
산 너머 어딘가에서 불어오는 그 바람이
한 사람을, 또 다른 한 사람을
이끌어 만나게 한다.
그 만남은 흔하지 않다.
천 년을 기다린 끝에 찾아오기도 한다.
그제야 비로소
닫혀 있던 문 하나가 열린다.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한 줄기 빛처럼 스며든다.
하지만
문이 열린다고 모두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안으로 들어가려면
내 안에도 불이 있어야 한다.
그 불은
앎을 향한 열정이 아니라
진실을 살고자 하는 갈증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가 아니라
‘도대체 이 삶이란 게 무엇인가.’
‘어떻게 복락을 얻을까’가 아니라
‘그 복락조차 진정한 복락인가.’
그 물음이
가슴 속에서 조용히, 그러나 끊임없이 타오를 때
그제야 발이 땅을 벗어난다.
그리고 그 길은 외롭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어도,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그 물음 하나로
한 걸음, 또 한 걸음 걷게 된다.
그 외로움들이 모이고
그 갈증들이 모이고
그 질문들이 모이고
그 불꽃들이 모여
작은 군락을 이룬다.
홀로 가지만 함께 가는,
함께 가지만 홀로 가는,
그 소리 없는 행군에
나는 마음을 담는다.
천 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불어온 바람 하나.
그 바람이 문을 열고,
어떤 빛을, 어떤 사람들을
내 삶 안으로 데려왔다.
그렇게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아는 길 위에서
조용히 함께 걷는다.
첫댓글 눈꽃님을 보면 언제나 절절해서 안쓰럽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합니다. 저는 아직 이길 저길 헤매고 있는 날라리 중생이라서 그 마음 헤아릴 길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눈꽃님의 멋진 날개짓을 열렬히 응원합니다.
화이팅~!!
덩달아 나도 화이팅~!!
숨결님도 물론입니다.
홀로 가는 길이지만 함께 가봐요.
우리 모두 날라리 중생이지만 그래도 '이 뭐꼬?' 한자락은 알고 떠나야겠죠.
모습을 갖추지 않으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불교도 모습을 갖춰 종교라고 불리긴 합니다만, 현재 인류의 지평에서...
불교의 본질은 종교가 아니라, '메타'입니다.
종교라는 측면에서는 메타종교, 사상이라는 측면에서는 메타사상, 사실이라는 측면에서는 메타사실... 등등... ...
그래서 불교는, 스스로 취한 모습, 불교라는 종교의 모습에서 조차도 뛰어넘습니다.
이것은 희유한 가르침, 희론을 종식시키는 가르침, 일찍이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가르침입니다.
하지만 위와 같이 열변하면, 친구가 싫어할 수도 있으니, 상대가 불자가 아니라면 특별한 필요가 없는 한 혼자 간직하는게 무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