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인 모든 중생을 위해 올리는 차례
조선새대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에 정착한 유교적인
관혼상제 의례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제례일 것이다.
고조부모까지 기일에 지내는 것을 기제사라고 부르고, 이들 4대까지의
조상을 대상으로 설이나 한가위 같은 명절에 지내는 것을 차례라고 부른다.
가정의례준칙이 선포된 수에는 이들 제례가 간략해져서 제주로부터
2대조의 조상, 즉 조부모까지를 그 대상으로 삼아야 하지만,
이런 준칙이 그대로 지켜지는 경우는 드물고 지역마다 집안마다 제례에
참가하는 사람의 범위와 대상, 음식의 종류와 순서 등이 각양각색이다.
명절에 지내는 차례의 경우도 4대를 넘어
돌아가신 조상 전체를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최근에 조계종 포교원에서 재가불자를 위한 제례 지침서인
《불교상제례안내》를 발간하였다.
제사상에 고기나 생선과 같이 살생을 통해 얻어진 음식을 올리는 대신에
육법공양에 해당하는 향 초 꽃 차 과일 밥을 올리고,
오계 가운데 불음주계에 저촉되는 술 대신에 차를 올린다.
참으로 여법한 제례 지침이며 앞으로 불자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에게도
이를 널리 알리고 실천을 독려해야 하겠지만, 이렇게 새로운 '불교제례'를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제례방식으로 정착시키려면 참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다. 그런데 티베트인들이 '불교적 의미부여'를 통해
샤머니즘과 힌두교의 의례, 도구, 존상 등을 불교적인 의례와 성물(聖物)로
재창출했던 방식을 벤치마킹하여, 우리의 전통적인 제례에 대해서
불교적으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줄 경우 보다 빠르고 쉽게 불교적인
제례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을 것 같다.
티베트불교의 《보리도차제론》에서는 모든 생명체를 향한 우리의 자비심을
강화시키는 수행법으로 '칠종인과(七種因果)의 명상'을 제시한다.
'칠종인과의 명상'이란 '일곱 단계로 이어지는 명상'이란 뜻으로
'①지모(知母)→ ②염은(念恩)→ ③보은(報恩) → ④수자(修慈) →
⑤수비(修悲) → ⑥강화(强化) → ⑦보리심(菩提心)'의 순서로생각을떠올린다
먼저 모든 중생이 전생에 한 번 이상 나의 어머니였던 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모〕, 모든 어머니들이 자식에게 베푸는 은혜를 생각하며〔염은〕,
전생에 어머니였던 모든 중생에게 그 은혜를 갚겠다고 다짐한 후〔보은〕,
모든 중생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자심(慈心)을 닦고〔수자〕, 모든 중생에게
괴로움 없기를 기원하는 비심(悲心)을 닦고〔수비〕, 자심과 비심의 두 가지
마음을 더욱 강화시킨 다음에〔강화〕, 어머니였던 모든 중생의 은혜를
갚는 최고의 방법은 내가 부처가 되어 그들을 제도하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보리심을 발한다〔보리심〕, 어머니였던 모든 중생의
은혜를 갚기 위해 성불을 지향하는 보살의 삶을 사는 것이다.
이러한 칠종인과의 통찰을 우리의 전통적인 차례에 적용할 경우 새로은
불교적인 차례가 창출 될 수 있다. 차례에서는 4대조까지만 모시는 것이
원칙이지만, 일반적으로 나의 조상 전체를 대상으로 삼는다.
나에게는 무한한 조상이 있었을 것이다.
모든 생명체가 윤회하기에 나의 모든 조상들 역시 계속 몸을
바꿔가면서 현재 인간이나 짐승 등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만나는 어떤 생명체든 전생에 나의 조상이었을 것이다.
차례에서 모시는 나의 조상들은 내가 만나는 모든 생명체에 다름 아니었다.
차례에서 향을 피우고 절을 하고 술을 올리 때 나의 조상이었던
내 주변의 모든 생명체들이 행복하고 고통이 없기를 기원한다. 외형은 전통방식을
따르지만 그에 임하는 마음가짐만 바꿈으로써 불교적 차례가 창출된다.
김성철 교수의 불교하는 사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