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새벽 4시 55분에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밤새 하늘 위를 나르는 비행기 안에서 앉은 채로 잠을 잤습니다.
지난 10일에 필리핀으로 출국하여 7일 동안 JTS 사업장을 방문하고 필리핀JTS 20주년 기념행사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입국장을 나오자마자 이번에 험준했던 JTS 방문 일정에 동행해 준 김제동 님과 노희경 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와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생각보다 기자들이 아무도 취재를 안 나왔네요.” (웃음)
JTS 활동가들이 초대 손님들을 모두 집까지 모셔다 드렸습니다. 스님은 생방송 일정이 있어서 곧바로 서울 정토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차를 타자마자 스님은 그동안 밀린 보고 문서들을 점검하고 실무 담당자들과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외국인을 위한 영어 즉문즉설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하여 간단히 세면을 한 후 오전 8시부터는 외국인을 위한 영어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300여 명의 외국인들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저는 어젯밤 자정, 필리핀에서 출발해 조금 전 한국에 도착했고, 이렇게 여러분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지난 3주 동안 인도와 방글라데시 그리고 필리핀을 돌아봤습니다. 인도에는 불가촉천민 마을에 JTS가 운영하고 있는 학교와 병원이 있습니다. 그곳을 방문하고 아이들을 격려했고, 방글라데시는 미얀마에서 넘어온 로힝야 난민촌에 가스버너 10만 개를 지원하고 왔습니다. 그리고 필리핀 민다나오에서는 JTS가 원주민과 무슬림 마을에 학교를 20년간 60여 개를 지었습니다. 그 학교를 둘러보고 협력한 사람들과 20주년 기념행사를 했습니다. 오늘은 여러분과 대화하기 전에 인도와 방글라데시를 방문한 영상을 함께 보고 시작하겠습니다.”
이어서 지난주에 로힝야 난민캠프에 가스 스토브 10만 개를 전달하고 온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영상을 보고 나서 스님이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세계 곳곳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그들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생깁니다. 어른들은 어려움을 기다릴 수 있지만, 아이들은 자라기 때문에 배움이 없다면 기회가 없어집니다. 어떤 상황에 처하든 아이들은 제때 배울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제때에 제대로 배우게 된다면, 피부 빛깔이나 성별, 종교가 어떻든 다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처럼 우리들도 누구나 수행한다면 성별, 인종과 관계없이 다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오늘은 4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한 시간 반 동안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돈을 벌면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상황을 이야기하며 은퇴하기 좋은 시기는 언제인지 질문했습니다.
직장 스트레스, 은퇴하기 좋은 시기는 언제일까요?
“I suddenly had a couple of realizations or situations where I started to realize I'm getting older and hitting 40 now. The time shocked me, oh my god I'm already at this age and also did some review of my life and how I'm working right now. I was thinking, is this really how I want to live, and is there something else I need to be doing? I kept doing calculations and reviewing and then I realize there's a part of me that thinks maybe I should start considering retirement a little bit earlier or reducing of workload sooner than expected. To consider or pursue other kinds of projects. In Jungto Society, the organization you're running, there are a lot of volunteer projects and requests and I feel bad I can't really volunteer or participate in it. And also because going to work, there's always an exchange from making money, they're not going to give money for doing a stress-free job, it's always going to be a stressful job. I feel like in part ways. I'm trading my health for making money and that's eating at me, bothering me as well. Ultimately my main question was when is it really a good time to retire?”
(저는 최근 몇 가지 상황을 겪으면서 갑자기 제가 나이를 먹고 40대가 되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좀 놀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가 벌써 나이도 먹었고, 제 인생과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도 조금 되돌아보게 됐습니다. 정말 이렇게 살고 싶은가, 다른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저는 계속 계산하고 검토해보다가 은퇴를 조금 더 일찍 하거나 업무량을 좀 줄여야 하는 것은 아닌지 싶었습니다. 다른 일도 좀 해볼 수 있도록요. 정토회에서 봉사 활동과 요청들도 많은데 봉사를 하거나 참여할 수가 없어서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돈 버는 것에는 그만큼 스트레스가 따라오고, 돈 벌면서 스트레스 안 받는 직업은 없기에 늘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돈 벌기 위해 제 건강과 교환하고 있는 것 같아 그 점은 저를 계속 괴롭히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제 주된 질문은 언제가 은퇴하기에 정말 좋은 시기인가 하는 것입니다.)
“은퇴하기 좋은 때는 특별히 없다고 할 수도 있고, 언제나 좋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특별히 좋은 때라고 굳이 정한다면 두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어떤 상황으로 더 이상 일할 수 없을 때입니다. 건강이 나빠졌든지, 직장이 폐쇄됐든지, 더 이상 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될 때 안타까워하지 말고 이때가 은퇴할 때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상황을 탓하게 되면 좌절하거나 내가 좀 초라해지게 됩니다. 그럴 때는 주어진 상황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서 ‘아! 은퇴할 때구나!’ 이렇게 받아들이는 게 좋습니다.
두 번째는 내가 하고 싶지 않거나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할 때입니다. 아마 질문자도 언제 내가 그만두면 좋겠는지 이렇게 생각하는 거 같아요. 그 시기는 본인이 알아서 결정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일은 늘 장단점이 있어요. 그래서 돈을 버는 것과 나의 시간을 갖는 것, 이 두 가지를 두고 견줄 수밖에 없습니다.
부처님도 출가하실 때, 왕이 되는 것과 출가해서 수행자가 되는 것, 두 가지 길을 두고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럴 때는 조금 기다리면 됩니다. 그러면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경우가 되든지, 내가 어떤 선택을 아주 분명하게 하든지, 두 가지 경우가 나타납니다. 문제는 질문자의 경우, 두 가지가 다 아니라는 거예요. 그럴 때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합니다. 지금 선택하면 나중에 후회하게 됩니다.
나이 50대가 되어 보면 40대는 한창입니다. 그런데 40대에는 ‘아! 인생이 이제 끝나가는구나!’ 하는 기분이 듭니다. 50대가 되면 인생이 다 끝나가는 것 같은데, 60대가 되어 보면 50대는 한창입니다. 70대가 되어 보면 60대가 한창입니다. 제 나이가 지금 70세인데, 80세가 넘은 선배들은 제 나이를 물어보고 ‘아! 이제 한창 일할 때구나!’ 이렇게 말합니다. (웃음)
그래서 은퇴하기 좋다고 정해진 때는 없어요. 다만 질문자가 기본적인 생활이 된다면 자신이 가진 기술을 돈을 버는 데만 쓰기보다는 필요한 곳에 더 널리 쓰는 것을 권장하고 싶어요. 한국에서는 교사가 남기 때문에 교사가 되려면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인도의 불가촉천민 마을에는 교사가 부족해요. 교사 수가 남는데 왜 계속 경쟁해 가면서 교사를 하려고 할까요? 바로 돈 때문입니다. 저는 오히려 교사가 필요한 곳에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는 의사가 부족하기보다는 남아돌아요. 그러나 제가 방문했던 인도, 방글라데시, 필리핀에는 다 의사가 부족합니다. 왜냐하면 그런 가난한 나라에는 의사를 해도 돈을 많이 벌 수 없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기본적인 생활이 된다면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가서 일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전문 기술을 가진 사람은 은퇴하기가 매우 어려워요. 왜냐하면 65세에 은퇴해도 그 기술을 가지고 계속 돈을 더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문 기술을 가진 사람들은 80세까지 은퇴하지 못해요. 그래서 저는 항상 주위에 권하기를, 보통 사람이 은퇴할 나이인 65세 전후에 은퇴해서 그 기술을 가지고 한 10년 내지 20년은 세상을 위해서 썼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그러니 지금은 은퇴를 고민하기보다는 오히려 일에 집중하면 어떨까 싶네요. 그리고 그것이 너무 힘들다면, 차라리 일하는 시간을 좀 줄이고 주말 시간을 이용하거나, 또는 1년에 한두 달은 봉사하는 시간을 확보해 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회사나 병원하고 계약할 때 월급을 조금 적게 받더라도 그런 조건을 제시하고 근무할 수도 있지 않겠어요?”
“I want to leave when I'm capable and use my last bit of health to help other folks or add value to those who need it, I think that's what I need. Negotiating free time is hard because my work really desperately needs me. I like my coworkers and they've been good to me, so I'm torn to leave them hanging, I guess is the best word. There's part of me that wants to do what you say which is to spend time doing more volunteering and reach out to those in need.”
(저는 제가 아직 능력이 있을 때 떠나서 다른 사람들을 돕거나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가치를 더하기 위해 제 마지막 건강을 사용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가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여가시간을 늘리도록 협상하는 것은 조금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병원은 정말로 저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동료들도 좋아하기 때문에 동료들을 어려움에 처하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좀 더 시간을 내고 봉사하고 싶은 마음도 듭니다.)
“일을 그만둔 다음에 봉사하는 길도 있지만, 지금 하는 일을 병행하면서 봉사하는 길도 있어요. 예로 들어 일주일이라면 4일은 직장에 다니고 3일은 봉사한다든지, 10개월은 직장에 다니고 2개월은 봉사로 일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일과 봉사를 겸하면서 여유를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봉사는 남을 돕기도 하지만 내가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도 가질 수 있게 해 주거든요. 그러니 일과 봉사를 겸하면 조금 여유 있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 여유라는 것이 그냥 논다는 뜻이 아니에요. 돈을 버는 일을 하면서 나누는 일도 병행하니까 건강에도 좋고 심적 안정에도 매우 좋다는 뜻입니다. 물론 세상은 그렇게 하는 것을 잘 허용하지 않지만, 내가 수입이 확 준다는 것을 각오하고 건의를 해보면 충분히 길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60세까지 죽도록 일만 하고 나머지 20년을 봉사할지, 80세까지 계속 일하면서 일부는 봉사할지, 이것은 본인의 선택입니다. 제가 볼 때는 후자처럼 두 가지를 겸하는 게 건강에도 좋고 오히려 여러 면에서 더 낫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돈을 버는 데만 목적을 두면 일이 됩니다. 그러나 돈보다는 다른 사람을 돕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 일도 봉사와 같습니다. 그래서 직장 생활을 할 때도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봉사한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돈을 벌게 되면 그 스트레스를 푼다고 또 그 돈을 써야 해요. 좋은 집과 좋은 차를 사거나 좋은 술을 먹는 것이 힘들게 번 돈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돈을 많이 번 사람은 사치나 낭비벽이 강할 수밖에 없어요.
질문자의 경우는 은퇴를 하기보다는 시간을 조금 나눠서 조절해보는 시도를 해 보면 좋겠어요. 그리고 회사의 조건이 도저히 안 된다면 아직 40대니까 한 10년은 돈보다는 전공 분야에서 사람들을 돕는 일에 즐거운 마음을 갖고 집중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항상 새로운 것을 연구하고 실험하는 마음을 가지면 훨씬 스트레스가 적어집니다.”
“I agreed. The residency program I participated in was really cool even though the pay would never match the amount of work that we do. I agreed that having something like that is helpful. So thank you.”
(동의합니다. 제가 참여했던 레지던트 프로그램은 급여가 다른 업무에 비해 한참 모자라지만 재밌었습니다. 그런 시간을 갖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저는 심리학과 불교가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심리학을 배우는 것이 불교를 배우는 데 도움이 될까요?
저는 스님이 종종 자연을 언급하시는 것을 봅니다. 제 아내는 왜 다람쥐의 마음이 보통 사람의 마음보다 더 평화롭다고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봐야 할까요?
친구들과 가족들이 제가 정토회에 집착한다고 걱정합니다. 주변의 걱정에 대해 가볍게 대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화를 끝내고 나니 약속한 한 시간 반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다음 2주 후를 기약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정토불교대학 입학식
곧바로 오전 10시부터는 정토불교대학 입학식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가을 정토불교대학에서는 국내와 국외에서 1800여 명이 입학하여 온라인 불교대학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
앞서 불교대학을 졸업한 선배들의 축하 메시지와 축하 공연을 함께 본 후 정토회 대표님의 환영사를 듣고, 다 함께 스님에게 입학 기념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먼저 축하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정토불교대학 입학생 여러분,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불교대학이 추구하는 바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불교대학에서 여러분이 배우는 것은 ‘주어진 조건에서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이 관점을 분명히 가져야 합니다. 졸업할 때 얼마나 많이 알았느냐? 이것이 졸업 기준이 아니에요. 6개월 후에 졸업을 하게 되는데, 그때 지금을 돌아보고 이렇게 살펴봐야 합니다.
‘입학할 때보다 내가 조금 덜 불안한가?’ ‘아직도 불안하지만, 그때보다 덜 불안한가?’ ‘그때보다 화가 좀 덜 나는가?’ ‘그때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가?’ ‘그때보다 근심 걱정이 좀 적어졌는가?’ ‘그때보다 낙담이 좀 적어졌는가?’ ‘미움이 좀 적어졌는가?’ ‘원망이 좀 적어졌는가?’
이것을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6개월 공부해서 크게 변하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조금이라도 나아졌다는 사람도 있고, 내가 완전히 변했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될 수는 없어요. 그러나 누구든지 공부하면 조금은 나아집니다. 조금은 괴로움이 줄어드는 쪽으로 나아지게 됩니다. 물론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면 공부가 제대로 안 됐든지, 자기하고 안 맞든 지, 둘 중 하나이기 때문에 더 이상 공부를 안 해도 됩니다. 그러나 이 공부는 오늘 하루 한다고 오늘 당장 좋아지는 게 아닙니다. 최소한 6개월 정도는 시간이 필요하니까 수업에 빠지지 말고 꾸준히 공부해 보는 게 필요합니다.
불교대학에 다니는 목표
불교대학을 다닌다고 해서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출세를 하게 되는 것도 아니고, 시험에 합격하는 것도 아니고, 결혼을 하게 되는 것도 아니고, 이혼을 하게 되는 것도 아니고, 인생의 외부적 변화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죽어서 극락 가는 것도 아니고, 복을 받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이 공부를 하면 내가 조금 더 내 삶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조금 덜 받게 됩니다. 괴로움이 줄어드는 것이 불교대학에 다니는 목표입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들의 입학을 축하드립니다. 제가 부탁드리는 것은 너무 열심히 하려고도 하지 말고, 수업을 빼먹지만 말라는 겁니다. 중간에 그만두지 말고 끝까지 한번 해 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끝까지 해 보고 마음에 안 들면 그때 다른 공부를 해도 됩니다.”
입학식이 끝나자 참가자 모두 조별로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여 첫인사 및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습니다.
불교대학 입학식이 끝나자마자 스님은 곧바로 해외 입국자가 24시간 이내에 해야 하는 코로나19 PCR 검사를 받기 위해 강남구청 선별 진료소로 향했습니다.
검사를 하는 의료인들이 스님을 알아보고 스케치북을 들고 와 사인을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스님은 한 명 한 명에게 사인을 해준 후 진료소를 나왔습니다.
“휴일인데도 다들 고생이 많습니다.”
정토경전대학 입학식
오후 2시가 되자 스님은 다시 방송실 카메라 앞에 자리했습니다. 가을 경전대학에 입학한 52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했습니다. 입학생 소감과 축하 공연을 영상으로 함께 본 후 정토회 대표님의 환영사를 듣고, 다 함께 스님에게 입학 기념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경전을 배운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경전을 토대로 일상에서 어떻게 삶의 관점을 잡을 것인지, 실천 활동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특별히 강조하며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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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대학에 입학한 학생 여러분, 먼저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여러분들이 지난 8월 20일에 불교대학을 졸업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이제 다시 경전대학에 입학하셔서 경전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오늘 경전대학을 입학하는 사이에 인도와 방글라데시 그리고 필리핀을 다녀왔습니다. 그들이 사는 걸 보면, 아주 열악한 환경에서도 해맑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오늘날 우리들은 먹고 입고 자는 일상생활이 매우 풍요로움에도 불구하고 무거운 삶의 짐을 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생활이 곤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그곳을 한번 방문해 본다면 이 문제가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결혼을 하고 안 하고, 직장을 갖고 안 갖고, 돈이 있고 없고, 이런 문제 때문에 내가 고뇌에 차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좀 더 자유롭고 행복하고자 한다면, 첫째, 현재 우리가 가진 것 속에서도 얼마든지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걸 자각하는 게 필요합니다. 둘째, 현재의 내 상태로도 다른 사람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합니다. 이런 자각이 일어나면 삶이 가벼워지고 행복해집니다.
여러분 모두가 경전대학 6개월 과정을 통해 인생의 이치를 터득해서 좀 더 자유롭고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여러분들이 이 세상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임을 자각해서 자신에 대해서 좀 더 자존감을 느끼기 바랍니다.”
이어서 스님은 경전대학에서 무엇을 배우게 되는지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경전이란 성인의 말씀을 적어놓은 책입니다. 그중에 불경은 부처님의 말씀을 모아놓은 것입니다. 불경에는 크게 소승경전, 대승경전 이렇게 둘로 나눕니다.
경전대학에서 배우는 내용
소승불교라는 것이 본래 있었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부처님 이후에 그 전통을 계승한 불교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불교가 지나치게 경직되고 기득권화되고 관념화돼서 이런 불교에 반대해서 새로운 불교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이때 기존의 불교는 새로운 불교 운동에 대해 ‘너희는 가짜다’ 이런 관점을 가졌고, 새로운 불교 운동을 일으킨 사람들은 기존의 불교 운동에 대해 자기밖에 모른다고 봤습니다. 이런 개념에서 소승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대승이니 소승이니 하는 말은 큰 수레다, 작은 수레다, 이런 뜻인데, 모두 대승불교에서 붙인 이름입니다.
소승불교 사람들은 자기들을 소승이라고 말하지 않고 ‘오리지널’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다른 불교는 무엇이 됩니까? 약간 사이비라는 뉘앙스가 풍기죠. 대승불교 사람들은 자신들을 큰 수레라고 부르면서, 기존의 불교에 대해 작은 수레라고 표현했습니다. 이것은 모두 정당성 경쟁, 정체성 경쟁에서 나온 이름들입니다.
이 두 불교의 집단에서는 소중하게 여기는 경전이 조금 다릅니다. 깊이 들어가서 내용의 본질을 보면 똑같은데, 어쨌든 주장하는 것이 좀 다릅니다. 여러분이 불교대학에서 배운 내용들은 모두 소승 경전 또는 근본불교 경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경전대학에서 배우는 내용들은 대승불교를 배운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대승불교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부르는 대승불교가 있고, 그 안에 또 ‘선불교’라는 것이 있습니다. 선불교에서 소중하게 여기는 경전이 또 따로 있습니다.
대승불교 경전 안에서 한국 불교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경전이 금강경입니다. 원제목은 금강반야바라밀경이고 줄여서 금강경이라고 부릅니다. 두 번째가 반야심경입니다. 원이름은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인데 줄여서 반야심경으로 부르는 경전입니다. 그리고 선불교에서 소중하게 여기는 경전은 육조단경입니다. 그래서 경전대학의 주 내용은 금강경과 반야심경과 육조단경, 이 세 개를 배운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내용적으로는 대승불교와 선불교에 관해서 공부한다고 말씀드릴 수가 있겠습니다.
이렇게 공부한 뒤에 불교의 역사에 대해서 공부를 하게 됩니다. 이러한 불교가 우리 한국에는 언제 전래가 되었고, 어떤 역사적 과정을 거쳐서 지금에 이르렀는가 하는 한국불교의 역사를 요약해서 공부합니다.
그다음에는 전 세계에 불교가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 배웁니다. 그리고 기후 위기가 닥치는 미래 사회, 빈부 격차가 급격하게 벌어지는 양극화 사회, 그리고 갈등이 점점 심해지는 공동체 붕괴의 사회, 또 자살률이 높아지는 인간성 상실의 사회에 불교는 어떻게 미래 문명의 해답이 될 수 있겠는지 살펴봅니다. 이렇게 전체 강의가 마무리되도록 짜여 있습니다.
미래에는 모든 인류가 가야 할 길
여기에다 하나 더, 경전대학에서는 반드시 사회적 실천을 해야 합니다. 기후 위기가 어떻다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내가 조금이라도 에너지를 절약하는 실천 행동을 해야 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걸 아는 게 목적이 아니라 직접 가서 구호 활동을 한번 해 보고, 모금 활동도 해봐야 합니다. 이런 실천 활동을 직접 해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평화에 대해서도 ‘전쟁이 없고 평화로워야 한다’ 이걸 이해하는 것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평화 캠페인에 참여해 봐야 합니다. 이런 사회적 실천은 여러분들이 경전대학을 다니는 과정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그 속에서 여러분들은 점점 사회에 대한 정의로운 안목을 갖게 되고, 기후 위기나 환경 위기에 대해 작은 실천이라도 하는 사람이 되어 갑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절대 빈곤에 처한 사람들과 배우지 못한 아이들을 돕는 것을 나의 책임으로 인식하고 점점 세계 시민이 되어갑니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이 길은 특별한 길이 아닙니다. 미래에는 모든 인류가 가야 할 길입니다. 다만 지금 우리가 한 발 앞서갈 뿐입니다. 한 발 앞서가다 보니까 이것이 특별해 보이는데 저는 특별한 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은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이 특별한 일인 것처럼 여겨집니다. 그러나 한 세대가 지나고 돌아보면 이 길은 특별한 길이 아니고 모든 사람이 다 가야 할 길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다만 지금의 시점에서 우리가 한 발 앞서가는 길이기 때문에 특별한 길처럼 보일 뿐입니다.
그런 면에서 수업을 듣고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험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내가 다른 사람보다 한 발 앞서 경험해서 한발 늦은 사람들에게 이 길을 전하고 그들도 함께 이 길을 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러니 이 길을 너무 특별한 길이라고 여겨서 부담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공부는 세상 사람들과 경쟁하거나 갈등 관계에 있는 공부가 아니라 우리의 삶을 더 편하고 원활하고 미래지향적으로 갈 수 있도록 해주는 그런 공부입니다. 그러니 직장 생활, 가정생활과 겸한다고 해서 결코 부담이 되는 공부가 아닙니다.
세상살이에 여유를 주는 공부
여러분들은 지금도 살아가면서 시간이 늘 부족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공부를 하려면 시간이 더 부족하지 않으냐?’ 이렇게 생각하는데, 이 공부를 하게 되면 세상살이에 오히려 여유가 생깁니다. 똑같은 일을 해도 돈을 받고 하면 노동이라고 부르고 일을 하고 나서 힘들어 합니다. 그런데 돈을 주고 같은 일을 하면 놀이라고 합니다. 무대에 올라가서 돈을 내고 춤추는 사람들은 논다고 하지만, 돈을 받고 춤추는 사람은 일을 한다고 표현하죠. 그것처럼 우리는 늘 노동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생이 고단한 거예요. 놀이를 하듯이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경전대학에서 배우는 공부는 여러분에게 일을 놀이화 시켜줄 것입니다. 대상화 하는 게 아니라 주체화 되고, 노동이 아니라 놀이가 되는, 그런 삶의 자세를 경전대학에서 배우시길 바랍니다.”
사홍서원으로 입학식을 마친 후 참가자들은 교실별로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여 첫인사와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렇게 오늘로써 정토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이 새롭게 출발을 했습니다. 입학식을 모두 마치고 나서야 스님은 지난 3주 동안 인도, 방글라데시, 필리핀의 오지를 다니며 쌓였던 피로를 잠깐이나마 풀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온라인 일요명상
저녁 8시 30분부터는 일요명상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128회째 진행되는 온라인 명상 시간입니다.
지난주에 올라온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한 후 곧바로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자세를 바로 하십시오. 가부좌를 하고 허리를 곧추 세웁니다. 고개를 반듯하게 들고, 눈을 편안하게 감습니다. 두 손은 앞으로 가지런히 모읍니다. 몸의 동작도 멈추고, 생각도 멈춥니다. 어떤 생각이 떠올라도 그것에 아무런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오직 관심을 호흡 알아차림에 둡니다. 숨이 들어올 때는 들어오는 줄 알고, 숨이 나갈 때는 나가는 줄 압니다....”
탁, 탁, 탁!
죽비 소리와 함께 명상을 하고, 죽비 소리와 함께 명상을 마쳤습니다.
“명상을 해본 후 어땠습니까? 경험한 이야기를 나눠 주십시오.”
실시간 채팅창에 올라온 소감들을 스님이 직접 읽어준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밤 10시가 다 되었습니다. 아주 긴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주간반 활동가들을 위해 전법활동가 법회를 하고, 오후에는 정토회 기획위원회 회의와 2차 만일준비위원회 회의, 공동체 법사단회의를 연달아 한 후 저녁에는 저녁반 활동가들을 위해 전법활동가 법회를 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