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번 국도를 타고 태안 읍내를 지나 두야교차로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603번 지방도를 타면 안흥항을 거쳐 신진도항까지 들어갈 수 있다. 꽃게와 주꾸미 집산지로 명성을 떨치는 신진도는 다리를 건너면 들어갈 수 있는 섬 아닌 섬이다. 각종 수산물은 물론 ‘바닷속 경주’라 불릴 정도로 많은 해저 유물이 발굴된 마도, 그리고 서해 일몰이 장관이다. 신진도에서 여유로운 하루를 즐겨보자.
신진도항 마도방파제에서 본 일몰
신진도항 가는 길에 만나는 겨울 해변
태안 읍내에서 603번 지방도를 타고 신진도로 가는 겨울날의 여정은 참 한갓지다. 특별히 유명한 곳도 없고, 주꾸미나 꽃게철도 지나 항구의 분주함이 사라진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낚시꾼들을 실은 버스만이 흥겹게 신진도로 향한다. 하지만 겨울 바다는 즐기기 나름이다. 신진도로 가는 길에 겨울 바다의 진수를 보여주는 해변이 있다. 바로 연포해변과 갈음이해변. 신진도로 가는 길에 한번 들러볼 만한 곳이다.
가장 먼저 만나는 연포해변은 해안이 참 아름답다. 활처럼 휜 해변과 바다 한가운데 소나무가 자라는 솔섬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서해안에서 남쪽으로 향한 해변이라는 점도 독특하다. 소나무 숲을 지나면 바로 해변이 펼쳐진다. 연포해변은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매년 1월 1일 해맞이축제가 열린다. 태안반도의 낮은 산 위로 해가 떠오르면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솔섬이 운치를 더한다. 2016년 새해 첫날에도 해맞이축제가 열린다고 하니 일출도 보고 무료로 나눠주는 떡국도 맛보는 건 어떨까?연포해변에서 약 6km 떨어진 갈음이해변도 신진도항 가는 길에서 만날 수 있다. 갈음이해변은 고운 백사장이 인상적이다. 해변 입구는 모래가 쌓여 마치 사막처럼 바람에 모래가 날리기도 하지만, 해변에 올라서면 고운 모래가 딱딱하게 굳어 부드러운 백사장을 이룬다. 썰물 때면 게나 고둥 등 갯것들이 오랜 시간 그려놓은 흔적들이 해변 위에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갈음이해변은 1970년대 후반부터 군사지역으로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었다. 이후 민간인 출입이 가능해진 것은 1990년대 후반이다. 갈음이해변은 영화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유명해졌다. 이병헌, 고 이은주 주연의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남녀 주인공이 쇼스타코비치의 <재즈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 중 왈츠 2번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갈음이해변을 물들인 오렌지빛 낙조와 소나무 숲의 실루엣 사이로 펼쳐지던 두 사람의 춤과 음악이 여전히 기억에 새롭다. 그 밖에 사극 <용의 눈물>, <여인천하>, <공주의 남자> 등에도 갈음이해변이 등장했다.
연포선착장에서 본 연포해변 [왼쪽/오른쪽]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를 촬영한 갈음이해변 소나무 숲 / 썰물 때의 갈음이해변 풍경
안흥항 거쳐 신진도항을 즐기다
갈음이해변에서 나와 다시 603번 지방도를 타면 안흥항으로 가는 길과 신진대교 건너 신진도로 들어가는 길로 나뉜다. 두 길이 나뉘는 지점에 있는 안흥성도 잠시 들러볼 만하다. 남서쪽으로 내리뻗은 태안반도의 끝자락에 있는 안흥성은 조선 후기 효종 때 설치된 성곽이다. 지금은 수홍루라 불리는 서문만 남아 있고, 북쪽 경사면을 따라 성곽이 이어진다. 안흥항 뒷산에 축조되어 해안이 내려다보이는 전략적 요충지이자 조운선이 지나는 길목이었다. 안흥성 너머에 한때 큰 항구였던 안흥항이 있다. 신진도항이 1970년대 1종 국가어항으로 지정되면서 낚싯배와 작은 어선만 드나드는 한가로운 항구가 되어버린 곳이다.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항구 풍경이 쓸쓸하다.
신진대교를 건너면 섬처럼 느껴지지 않는 신진도에 닿는다. 정확한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지만, 신진도는 원래 안흥항과 이어진 육지였는데 섬이 되면서 새로 생긴 나루터라 하여 신진도라 불렀다고 한다.신진대교를 건너 바다와 인접한 신진도항까지는 지척이다. 잘 구획된 길을 따라 숙박시설과 음식점 들이 나란하고, 항구 앞에 두 팔로 감싸 안듯 방파제가 양쪽으로 길게 이어진다. 빨간 등대가 서 있는 방파제는 부억도라는 섬과 연결되고, 하얀 등대가 서 있는 방파제는 마도라는 섬과 연결된다. 신진도항에서는 가의도, 정족도를 돌아오는 유람선과 12km 떨어진 옹도로 떠나는 유람선이 운항한다. 특히 옹도는 2007년 국토해양부가 선정한 '전국의 아름다운 등대 16경' 중 하나가 있는 곳이다. 옹도행 유람선을 타면 섬에 내려 1시간 정도 등대를 둘러본 뒤 신진도항으로 되돌아온다. 날씨에 따라 운항 스케줄이 변경될 수 있으니 미리 문의하는 것이 좋다(신진도 안흥유람선 041-675-1603).
[왼쪽/오른쪽]안흥성 서문인 수홍루 / 부억도와 마도로 연결되는 방파제와 등대
유람선 선착장 주변으로는 건어물 판매점들이 자리하고 있다. 서해안에서 잡히는 멸치를 비롯해 배에서 직접 말린 오징어도 판매한다. 우럭, 갈치, 성대 등 해풍에 건조시킨 생선도 쉽게 눈에 띈다. 특히 마른 멸치는 빛깔이 곱고 맛이 좋다. 수산물이 집산되는 항구답게 횟집도 밀집해 있다. 대부분 밑반찬이 함께 나오는 일반적인 횟집이다. 회 마니아들은 신진도 위판장 인근에 있는 신진도 어촌계 수산물직판장을 이용한다. 각종 활어는 물론 해삼, 멍게, 조개류를 판매한다. 회를 떠서 2층 식당으로 가면 차림비를 내고 먹을 수 있다. 큰 항구치고는 규모가 작은 편이다.
603번 지방도를 타고 신진도로 가는 길에 '화해당'이라는 간장게장 전문점이 있다. 봄철 안흥항으로 들어오는 알이 꽉 찬 암꽃게로 간장게장을 담그는 집이다. 게살이 원래 형태를 유지할 정도로 꽃게 손질에 정성을 들인다. 덕분에 비리거나 껄끄러운 맛이 전혀 나지 않는다. 게 본연의 맛을 그대로 살린 짜지 않은 간장게장이다. 조미료와 방부제를 넣지 않아 부드럽고 담백하다. 가격은 비싸도 밑반찬이 허투루 나오지 않아 제대로 대접받는 느낌이 든다.
[왼쪽/오른쪽]신진도항 건어물 판매점들 / 어선에서 바로 말린 오징어 신진도항에서 출발하는 유람선 신진도 어촌계 수산물직판장 ‘화해당’의 간장게장
마도에서 즐기는 아름다운 일몰
겨울철에는 마도방파제에서 보는 일몰이 장관이다. 마도 해역은 ‘바닷속 경주’라 불릴 정도로 해저 유물이 많이 발굴된 곳이다. 올 8월에는 조선시대 조운선인 마도4호선이 발굴되었고, 2007년에는 신진도항 인근 죽도에서 주꾸미가 고려청자로 보이는 대접을 끌어안고 올라온 이후 2만 5,000여 점의 유물이 발굴되기도 했다. 마도 해역은 고려시대부터 전라도에서 올라오는 조운선의 길목이었다. 또 고려시대에는 송나라와의 무역선이, 조선시대에는 중국 사신들이 들어오던 국제항이었다. 하지만 조수 간만의 차가 크고 조류가 빨라 선박들의 사고가 잦았다. 그래서 이 해역은 지나기 힘든 바닷길이라 하여 ‘난행량’이라 불렸고, 이후 뱃길이 평온하기를 바라는 뜻에서 ‘안흥량’이라 했다고 한다.
보물섬이 된 마도는 신진도항에서 마도길을 따라 연륙교로 이어져 쉽게 갈 수 있다. 리츠캐슬리조트를 지나자마자 우측으로 난 길을 따라 1km 정도 가면 마도방파제에 이른다. 마도방파제는 낚시 포인트로 유명해 평일에도 낚시꾼들이 줄지어 서 있다. 특히 고등어, 학꽁치 등이 잘 잡혀 인근 가게에서 간단한 채비를 구입하면 쉽게 낚시를 즐길 수 있다. 겨울이면 마도방파제에서 서해로 떨어지는 일몰이 장관이다. 해가 서서히 기울기 시작하는 오후 4시 반 무렵부터 바다가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조업을 마친 어선들이 서둘러 항구로 들어오는 모습도 장관이다. 어선이 태양과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황금빛 물길 위를 지날 때 특히 아름답다. 마도 서편에 자리한 가의도의 남쪽으로 해가 서서히 떨어진다.
[왼쪽/오른쪽]마도방파제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과 신진도항으로 들어오는 어선 / 마도방파제에서 본 일몰
여행정보
- 주소 :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부두길 일원
- 문의 : 041-670-2772(태안군청 관광진흥과)
첫댓글 잘 보았습니다
아름답고,소중한 인연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