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주 법주 방장 주지 등 소임 다양
시대와 사찰 상황에 따라 차이 있어
문 : 절에 가면 스님들을 부르는 호칭이 다양합니다. 뜻이 어려운 직함도 있던데 예전부터 쓰이던 호칭이 궁금하네요. 그리고 스님 법명을 부르기가 어렵던데 직함으로 부르면 되는지 알고 싶습니다.
답 : 질문처럼 불자들이 스님들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지도 걱정을 많이 하고요. 그래서 요즘은 보통 재가 불자들이 스님들을 호칭할 때 법명(法名)보다는 직함을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찰에서 스님들이 맡은 일을 소임(所任)이라고 하는데 몇 가지 소개해 보겠습니다.
먼저 주지스님입니다. 주지(住持)는 한 사찰의 주권자로서 절에 거주하면서 재산과 수행자들을 보호하고 유지시킨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안주호지(安住護持), 구지호지불법(久持護持佛法)에서 나온 말입니다. 주직(住職)이라고도 합니다. 사실상 절의 모든 관리와 운영을 책임지는 행정 책임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지스님을 보좌하는 기능으로 삼직(三職)이라 해서 총무, 재무, 교무의 소임도 있습니다. 총무는 사찰 업무 전반과 사찰 종무원의 인사, 재무는 재정, 교무는 법회나 행사, 교육 등을 주관하는 소임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삼직은 원래 율종(律宗)에서는 계화상(戒和尙), 갈마사(磨師), 교수사(敎授師)를 의미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일제시대 사찰령 때 감무(監務), 감사(監事), 법무(法務)를 말하기도 했습니다. 교구 본사나 규모가 큰 사찰에서는 여기에 포교, 호법, 사회, 문화 등을 더해 7직을 두기도 합니다.
회주스님의 회주(會主)는 커다란 한 회상(會上)의 주재자라는 의미입니다. 회상은 큰 법회를 의미하기도 하고 스님들의 모임인 문도(門徒)를 지칭하기도 하는데 이런 법회나 모임을 대표하는 큰 어른스님입니다.
법주(法主)라는 말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법의 도리에 도달한 사람, 진리의 주인을 가리키는 말로 구사론(具舍論)에서는 부처님을 의미했습니다. 중국에서는 스님들의 관직인 승관(僧官)의 하나였고, 지금은 회주와 마찬가지로 불법(佛法)을 잘 알아서 어떤 불사(佛事)나 회상의 큰 어른으로 추대된 스님을 말합니다. 법회를 주관하는 설법주(說法主)이기도 합니다.
방장(方丈)스님은 유마경에 유마거사의 거실이 일장사방(一丈四方)이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로 사방으로 한 자가 되는 방을 말합니다. 유마거사가 4방10척이 되는 방에 3만2천 사자좌를 벌려 놓았다는 일에서 비롯됐습니다. 중국에서는 선사(禪寺)의 주지가 쓰는 거실을 의미했고,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총림(叢林)의 최고 어른 스님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습니다.
원주(院主)스님은 원래 사찰의 사무일체를 주관하는 소임으로 주지의 다른 이름이기도 했는데 임제록에서는 감원(監院)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암자나 작은 규모의 사찰에서는 주지대신에 원주만 두기도 합니다. 큰 사찰에서는 공양을 준비하는 후원의 총 책임자입니다. 원주스님을 돕고 행자를 통솔하는 별좌(別座)라는 소임도 있습니다.
도감(都監)스님 역시 사찰의 살림살이를 총감독하는 스님입니다. 예전에는 사찰의 돈이나 곡식 같은 것을 맡아보는 일을 했고 각종 불사, 작업을 지휘하는 소임입니다. 노전(爐殿)스님은 향로전(香爐殿)의 줄임말로 대웅전과 그 밖의 법당에서 부처님께 향과 초 공양을 올리며 염불과 의식을 맡아보는 스님의 숙소를 가리키던 말인데 점차 변하여 스님의 직함이 되었습니다. 노전을 보좌하는 부전(副殿)스님도 있습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스님들의 직함도 많이 변하고 있습니다. 그 종류가 사찰마다 상당히 많고, 또 소임을 두는 경우도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사찰의 규모나 업무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지요.
남전스님
서울 정혜사 주지
[불교신문 2305호/ 2월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