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는 독신남이며 60세다.
오래전에 이혼했다.
성격이 좀 모났다.
자기 감정이 좀 상하면 누구를 막론하고 필요 이상으로 심하게 공격한다.
누가 자신 곁에 오는 것도, 누구 곁에 자신이 가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늘 혼자다.
매일밤 10시 넘게 사무실에 혼자 있다.
집에 가본들 딱히 반겨줄 이가 없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데스크탑으로 유튜브 방송이나 TV를 본다.
신문을 뒤적이기도 한다.
다 좋다.
그러나 제발 자신의 책상정리및 주변정리만이라도 확실하게 했으면 좋겠다.
몇 번을 얘기해도 소귀에 경읽기다.
소유, 집착, 보관, 움켜쥠 등이 그의 캐릭터다.
문서기한이 이미 지나버린 A4 용지 하나라도 파쇄하지 않고 그는 쌓아둔다.
편집이 심하다.
급기야는 서류 한 장 놓을 공간이 없다.
의자가 들어갈 자리도 없다.
정말 큰일이다.
세상을 신뢰하지 못하고, 주변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면 본인만 힘들다.
모든 것을 움켜쥐는 게 몸에 뱄다.
이제는 고치지 못한다.
사무실의 다용도실은 모두의 공간이다.
각종 용품이나 비품들 그리고 문서들을 보관하는 곳이니까.
그런데 그 공간도 K의 개인사물함이 된 지 오래다.
압정 하나, 클립 하나도 버리지 못한다.
책상 밑으로 자신의 다리 하나 들어갈 공간이 없다.
그러면서 늘 싸움닭처럼 부딪친다.
언제나 하는 얘기지만 중년이 지났으면 '채움'의 단계가 아니라 '나눔'과 '비움'의 컨셉으로 살아야 한다.
좀 가볍게 살자.
같은 공간이라도 정리해서 버릴 건 버리고, 보관할 건 소량만 유지하면 매우 넓게 쓸 수 있다.
'지천명' 이후엔 그래야 한다.
하물며 '이순' 이후엔 두말해 무엇하랴.
나이가 들수록 공간을 줄이자.
더 넓은 사무실, 더 큰 집이 아니라 더 작은 집으로.
매일 쓸고 닦고 정리하는 일만해도 노인들에겐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의 처소를 깔끔하게 정리정돈하지 못하면 가족이나 주변사람들에게 심각한 민폐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현명하다면,
특히 마음을 비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좁은 공간이라도 넓게 쓸 수 있다.
그것이 삶의 지혜다.
비운만큼 은은한 달빛과 맑은 공기, 투명한 하늘이 우리네 거실에 가득할 테니까.
오늘도 행복한 목요일이 되길 빈다.
파이팅이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