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같은 이유
최 병 창
부끄러운 색깔로
지그시 꽃을 여는 진달래
뿌리를 밑천 삼아 줄기를 기둥 삼아
실타래 꼬듯이 머리를 올리시네
바람 한 잎도 아까운 듯
이때다 싶은 눈물 같은 목젖으로
첫정이라 말하는 그대처럼
아름다운 말은 세상에 더는 없는 법
꽃잎보다 더 아픈 색깔로 피어나서
그런 눈물을 아느냐고 하겠지만
그런 눈물은 꼭 분홍 보석 같아
만지면 금세
부서질 것 같다는 분홍 새 몇 마리
아직 풀들은 눈도 꿈쩍 안 했는데
아직 지난 겨울옷도 벗지 못했는데
기어이 분홍 꽃은
진달래 꽃뿐이었노라
여기저기 두 손을 모으시네
봄이 온다는 소식은
설 익은 해 그림자가 아니라
봄을 알리는
설익은 그대뿐이었다고
어쩌랴, 그대 아니면
봄은 더욱 멀리 있으니
눈물 같은 첫정을 전하려는
가여운 몸짓이 전부인 것을
진달래, 그러면서 또 진달래꽃이라는.
< 2004. 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