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i0-kRt_l16M
어느 날,
당신이 급작스레 자신이 누군인지 모른다면 얼마나 황당할까 당신을 둘러싼 주위
가 전혀 생소하고 당신을 향한 그 모두가 낯설다면, 그리고 들리느니 공허한 어둠
의 울림뿐이라면 당신의 사색은 질식하고 당신의 움직임은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
질 것이다.기억의 소멸(消滅) 그 공포(恐怖)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쇠퇴해 가는 기억력에 대하여 남모를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이러다가 결국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한 기억이 완벽하게 붕괴되는 날이 올지 모
른다는 그런 공포(恐怖) 말이다.
얼마 전,
지인들과 소주 한잔을 놓고 '기억의 소멸' (the extinction of memory)에 대해
한참이나 이야기를 나눴다 모두가 고희(古稀) 줄을 넘은 나이들이라 이 문제는 누
구나 할 것 없이 절박한 현안이었다.나이 탓을 원인으로 드는 경우가 일반적이었
으나 개중에는 다소 보다 정밀한 분석을 요하는 주장들로 논란은 갑론을박(甲論乙
駁)을 거듭했다.
원래 기억력이 좋지 않거니 기억을 담당한 뇌세포(腦細胞)의 직무태만이거니 논
제의 결론은 좀처럼 합일점을 찾지 못하고 토론자 모두의 얼굴에는 허망한 그늘만
짙어 졌다.어느 시점인가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고해성사(告解聖事) 하듯 자
신의 기억력에 대한 비극을 하나 둘 안주삼아 꺼내 놓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이,
지난 대학 동창회에서 한 여자친구가 자신을 향하여 지나간 추억담을 이야기한다
도시로 유학을 떠나 오랫동안 소식이 없다가 돌연 밤기차를 타고 찾아와 자기 집
문을 두드리는 남자 그는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이야기를 들은 이젠 중년을
훨씬 넘긴 남자는 그 추억담 앞에서 잠시 혼란을 느낀다.
이상하다?
그녀는 자기가 아니라 자기 친구가 사랑한 여자였지 자신은 한 번도 사랑을 느껴
본 적이 없는 상대였는데 그렇지만 그 남자는 그런 적이 없다고 결코 말하지 못한
다.기억에 대하여 별로 자신이 없는 그는 그 기억의 불분명한 소멸에 대하여 그녀
에게 반박도 못하고 자기 책임으로 돌린다 그 사람 이름은 곧 그의 존재일 텐데 그
존재를 들어내는 이름에 대한 기억의 유지능력이 이것밖에 안 되다니.하는 자괴감
때문이었다'사랑의 기억'도 이러한데 고통의 기억 (memories of pain)은 어찌될
까?
미국의 전 대통령 레이건은 이 기억상실증 (amnesia)인 알츠하이머병으로 말년
을 불행하게 마감했지요 철의 여인(Iron Lady)이라고 불리는 마가렛 대처 전 영
국총리도 생전에 기억상실증 (amnesia)인 치매로 힘겹게 투병중 이라고 딸 캐럴
이 회고록을 통하여 공개했는 것을 다 아실 것입니다 당시 어머니는 75세였지만
나이 시간을 뛰어넘어 한치도 흐트러짐이 없는 '강철여인'의 모습만 평소 보였기에
이 일은 엄청난 충격이었다고 밝혔지요
이런 노인성
치매환자(癡呆患者)가 우리나라에서는 20만명이 넘어 지난 5년 동안 다른 노인성
질환자에 비하여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더구나 심각한 것은 고령자
뿐만 아니라 3-40대에서도 치매환자 (癡呆患者) 가 급증하는 추세라고 의료 통계
는 밝혔다 기억상실증 (amnesia)은 이제 연령을 가리지 않는 전천후질환이 된 것
이다.
오래 사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꿈이다.늙은이 죽겠다는 소리가 3대 거짓말에 속한
다 했듯이 인간은 누구나 단 하루라도 오래 살고 싶어 하지요 솔직히 개똥밭에 굴
러도 이승이 저승보다 났다고 하지 않는 가 옛날 우리 부모님들은 환갑을 넘기시
면 장수했다 하여 댓 청에서 뒷짐 지고 노인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 70은 나
이축에도 끼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지난 2023년 OECD 가입국 평균수명(平均壽命)을 넘어서서 한국인의 평균수명
은 80 세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일본과의 격차를 3.5세로 줄였다 한다 이제 80을
넘겨야 늙은이 대접받고 대청마루에 뒷짐 짓고 어험~소리 내는 세상이다 이토록
수명이 늘고 오래 사는 것이야 백번 좋은 일이다 그러나 건강이 뒤따르지 않는 장
수(長壽)가 무슨 소용이 있으랴,
기억을,
상실하고 가족도 세상도 그리고 자신도 모른 채 짐승처럼 산다면 80이 무슨 소용
이 있으며 100 수면 또 무엇하리 근자에 의학계에 '존엄한 죽음의 권리'에 대한 논
의가 활발해지는 것은 그 의미를 깊이 우리 모두 생각해 볼 일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안락사(安樂死)와 달리 존엄사(尊嚴死)는 자연사(自然死)라는 개념으로 받
아 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웰다잉 (well dying)이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죽음은,
필연이다 달라이라마는 "죽음이란 옷을 갈아입는 과정이다라고 말했다 죽음은 더
아름다운 앞을 위하여 거치는 Process(過程)라는데, 그러니 더욱 스산한 일이 아
네가 내생(來生)이 있건 없건 또 그것을 믿건 말건 이 필연적인 죽음 앞에서 다만
우리는 아름다운 죽음에 대처하는 꿈을 더욱 잃지 않아야 될 것이기에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무서워할 '기억의 소멸'(the extinction of memory)의 강
요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기가 아닐까,
단 결~!!
첫댓글
우리 님들 모두 그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망각(忘却)이라는 기억소멸증세'를 조금씩
이라도 느껴 볼 나이가 된것 같았습니다.
저 역시 다름이 없어서 이 글을 쓰면서
야단법석을 떨었습니다.잊는다는 것 잊어
버린다는 것 어느 날 내 앞이 온통 까맣고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망각(忘却)의 블랙홀
(bullack hole)에 빠진 다는 것.
황당함을 넘어 전율을 느끼지 않을수 없는
일이지요. 그래도 어쩌나요?
웰빙의 권리가 있듯이 웰다잉의 권리도
주어졌으면 좋겠다 싶습니다.인생이 길고
짧은 게 문제가 아니라 인간답게 살다가
떳떳한 모습으로 눈을 감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명연장만을
위한 의술이 진정 하늘에 순응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존엄사할 웰 다잉(well-dying) 할 권리는
인정돼야 하는 거 아닐는지?
단 결~!
오전 걷기방 모이에 왔다가
일찍나와서 잠시 카페에 들렀는데 마초님께서 현 노후에 치매에 관한 설명을
보게 되었는데 공감을 가집니다,
안그래도 보건소에서 치매검사를 받어러 오라고
연락이 왔지만 저역시 점차
쇠퇴해가는 기억력 때문에
걱정은 된답니다.
장수하는것 보다는 인간답게 살다가 조용히
가고 싶은 바램이지만 그리
될런지는 모르지요.
마초님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위의 글 중 내생이 있건 없건 필연적인
죽음 을 잊은 채 하루하루 겨우 버티고 있는
내 신세가 참 한심하지만 어쩝니까? 그게 운명인데요 별 도리도 없지 않습니까요?
그렇습니다
마초님 말씀대로 식물인간으로 기계에 의해 생명을 유지해 가는
이들을 볼 때마다 님과 같은 생각을 여 러 번 해 봤습니다.
직접 내 일이 아니어서 그런지 몰라도 참으로 답답한 일이라 여겨 젔거든요.
시사하는바가 큰 생각을 많이 하는 글속에 묻혀 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늘 건 행하시고요~^^*~
치매도 가족력을 중시하던데
아버님 치매.어머님 치매경증
은근 겁이 납니다~^^
마쵸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 입니다 사람답게 살다가 사람답게 마무리할수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좋겠읍니다
예전에는 '노망 들었다.'고 했지요.
오래전 일입니다만
요양사 자격증을 따고 2주일 요양원에서
실습을 했는데 많은 걸 배웠습니다.
치매는 살아왔던 습관과 버릇이 자연스레
나오는 걸로
평소에 화가 많았던 사람은
중얼중얼, 꿍시렁 꿍시렁, 욕설을 계속 되뇌입니다.
절약하며 살았던 또순이는 보이는 것
다 숨깁니다.
티슈나 양말이나 간식도 침대 시트 구석구석에
쑤셔 박죠.
편안하게 살았던 할머니는 노래를 부르며
빙빙 돌더군요.
혼자서 박수를 치면서.
나의 노후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