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섯만큼 원초적인 식물이 또 있을까. 버섯은 원래 심는 이, 돌보는 이 없이 자라는 식물이다. 적당한 온도와 수분, 산소만 있으면잘 자란다. 쉽게 생각하면 버섯이 좋아하는환경만 갖추면 버섯 재배의 절반이 끝난 셈이다. 하지만 버섯 생육의 단순성은, 반대로생각하면 사람이 인위적으로 기르기 매우 까다로운 식물이라는 뜻도 된다. 잘 자라던 버섯이 환경 문제로 하룻밤 사이에 몰살하는 경우도 있다. 병에 걸리면 쓸 만한 약도 없다. 아무리 가슴 아파도 손 쓸 새 없이 당하고 마는 게버섯 농사다.
왜 하필 그 어렵다는 버섯 농사를 시작했을까. 정득기 대표는“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쉬운 농사란 있을 리 없고, 좀 더 어려운 농사와 좀 더 쉬운 농사의 구분은 각각의 장단점으로 인해 무의미해질 뿐이다. 그럼에도 사람은 당장 좀 더 하기 쉬워 보이는 일을 선택하게 마련이다.
정 대표에게도 그런 유혹이 없었을 리 없지만 그는 유혹당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렵기 때문에 남들이 꺼리는 일, 남들이 꺼리기 때문에 가능성은 더 큰 버섯을 선택했다. 기왕 하는일 최고가 되기 위해서였다
현재 재배는 1996년부터 운영해온 초롱팜 농장과 2003년 가동에 들어간 머쉬라
인 두 곳에서 담당하고 있다. 초롱팜과 머쉬라인을 합쳐 3200평의 부지에 재배사를 갖고 있으며1일 3만 병, 1.5톤의 버섯을 생산하고 있다.
까다로운 버섯 기르기

버섯 재배는 적당한 산소와 수분 공급, 온도조절이 핵심이다. 이 세 가지만 충족시켜 주면버섯재배는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적당한 산소와 수분, 온도라는 것이 말처럼 쉽게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이 요소들을 적절히 유지하는 데는 기술과 노하우, 시간과정성이 필요하다.
초창기의 정 대표에게도 이런 노하우가 없었다. 버섯 재배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했다. 머리로는 기술을 이해했지만 실제 적용하기는 쉽지 않았다. 농장 상태를 제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했다.
사람들은 콩나물보다 새송이버섯이 저렴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콩나물은 늘 먹는 식품인데다 부피가 커서 양도 많고 저렴해보인다. 반면 버섯은 콩나물만큼 자주 먹지도 않고 왠지 비쌀 것 같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하지만 저울에 올려 놓고 같은 양의 두 식품을 비교하면 콩나물보다 새송이버섯이 싸다.
다시 말해 새송이버섯은 세간의 인식과달리 매우 저렴한 식품이다. 그런데 순간의 실수로 망치기가 쉬운 까다로운 농사다.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시간과 인력을 들여야 하는 기존 재배 구조로
는 수익을 내기가 힘든 작물이 바로 버섯이다. 정 대표는‘생산 자동화’만이 버섯재배에 성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판단했다.

1990년대 우리 농업계에 있어 최대의 화두는‘정보화’였다. 정보화는 생산된 작물을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판매하는 전자상거래로 인식되기도 했고, 그냥 단순하게 농업인이 컴퓨터와 인터넷을 다룰 줄 아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보화, 즉 디지털 농업은 생산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디지털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득기 대표는 자수성가한 디지털 농업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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