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화3: 가로, 세로, 삼원색의 기하학적 추상
…몬드리안의 〈노랑 파랑 빨강의 구성>
몬드리안은 추상미술에서 칸딘스키와 쌍벽을 이루는 화가입니다.
두 사람 모두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지만 표현 방식은 아
주 다릅니다. 추상화를 그리는 이론적 지식과 접근 방식이 서로 다르
기 때문이지요. 칸딘스키가 음악적 리듬의 추상을 선보였다면 몬드
리안은 기하학적 추상을 추구했지요. 〈노랑 파랑 빨강의 구성〉 같은
작품이 대표적입니다.
몬드리안은 다른 화가들처럼 어떤 대상을 그리는 데는 관심이 없
었어요. 사물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를 연구하고, 그것을 선과 면, 색
채로 구성하는 데 관심을 기울였지요. 그림을 보면 마치 수학의 도형
처럼 엄격하게 규격화되어 있어서 차갑고 딱딱한 느낌을 줍니다. 제
목도 매우 추상적이라 무엇을 그린 건지도 알기 어렵습니다. 그렇다
면 이 작품을 어떻게 감상해야 할까요? 결론적으로 말해 이 그림은
감상하는 그림이 아닙니다.
마음속의 감정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몬드리안은 그것이 자연의
실제 모습을 왜곡시킨다고 생각했어요.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볼
때, 기분이 좋은 사람은 나무가 춤을 추는 것 같다고 느끼지만 우울
한 사람은 슬픔에 몸부림치는 것처럼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는 자신의 느낌에 따라 달리 보이는 것이지, 나무는 그저 나무일 뿐입니다.
따라서 사람의 주관적 감정은 사물의 본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만든다고 생각했던 거지요.
몬드리안은 주관적 감정 상태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실제 자연의
본질적인 구조와 형태를 그려 내고자 했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보는 사물, 즉 나무나 집, 바다 등 갖가지 자연의 풍경은 서로 형태가
다르지만 본질적인 구조가 있으며, 예술가의 목표는 바로 그 사물들
속에 숨겨진 보편적 구조를 그림 속에서 표현하는 것이라 보았던 것
이죠. 그래서 찾아낸 것이 수직선과 수평선의 구성입니다. 세상의 모
든 사물을 극도로 단순화하면 수직과 수평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겁
니다. 예를 들어 사람이나 나무, 고층 빌딩 등은 수직선으로, 평평한
땅이나 지렁이, 바다 등은 수평선으로 나타낼 수가 있지요.
색채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에는 온갖 색깔이 있지만 근원을 따
지고 들어가면 노랑, 파랑, 빨강의 삼원색에서 비롯된 겁니다. 이런
까닭에 모든 색채를 극도로 단순화하면 삼원색으로 표현될 수 있지
요. 여기에 빛과 어둠의 정도를 나타내는 검정과 흰색, 회색을 추가
하는 것이지요.
몬드리안은 이런 자신만의 독자적 양식을 신조형주의라 이름 붙였
습니다. 구도에서는 수직선과 수평선으로 분할한 사각형을 기본으로
하며, 색채에서는 빨강, 노랑, 파랑의 삼원색과 흰색, 회색, 검정을 칠
하는 독창적인 그림 세계인 것이죠. 〈노랑 파랑 빨강의 구성〉은 바로
이러한 이론적 지식의 바탕 위에서 나왔답니다.
몬드리안이 처음부터 이런 고도의 추상화를 그린 건 아닙니다. 〈돔
부르크의 교회〉란 작품을 한번 볼까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교회의
건물을 소재로 삼은 그림입니다. 가로세로의 선들이 어지럽게 그어
져 있지만 아래쪽을 보면 교회의 상징인 십자가의 첨탑이 보이고, 그
위쪽으로 건물의 둥근 창 모양이 보입니다. 교회 건물과 주변의 풍경
을 단순화된 선들로 묘사한 것이지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가면 〈밝
은색의 타원형 구성〉과 같은 작품이 나옵니다. 이 그림은 사물의 윤
곽을 거의 알아볼 수가 없을 만큼 추상화되어 있지요. 이렇게 점점
단순화하는 작업을 진행한 끝에 마침내 〈노랑 파랑 빨강의 구성〉처
럼 완벽한 추상화가 탄생한 것이지요.
그렇다고 이 작품이 교회의 풍경을 추상화했다는 말은 절대 아니
에요. 몬드리안의 이론에 따르면 그 어떤 사물이든 극도로 단순화하
면 모두 수직선과 수평선의 형태가 남게 되니까요. 그의 그림에서 무
엇을 그렸는지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사물의 본질적인
구조를 본떠 수직선과 수평선을 조화롭게 배치하고, 그 사이에 생겨
난 사각형의 평면에 색을 입혀 작품을 구성할 뿐이지요. 따라서 그의
작품은 무엇을 그렸다기보다는 색채의 구성이라고 보면 됩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그렇게 구성한 작품이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정
말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돔부르크의 교회>
<밝은 색의 타원형 구성>
몬드리안(1872~1944년) |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화가예요. 20세기 추상미술 운
동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지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와 숙부한테서 그림을 배웠
으며, 암스테르담 미술학교에 들어가 본격적인 미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초
기에는 네덜란드에서 유행하던 풍경화나 정물화를 주로 그렸어요. 그러다가 피카
소가 창시한 입체파의 미술 기법을 익힌 뒤 ‘신조형주의’라는 새로운 양식을 개척
했답니다. 화면을 검은색의 수직과 수평선으로 분할하고, 그 속에 노랑, 파랑, 빨
강의 삼원색을 칠하는 그만의 독자적인 양식이지요. 그의 작품은 이후 20세기 미
술과 건축, 그래픽 디자인 등 여러 영역에 큰 영향을 미쳤답니다.
추상화
* 별첨 사항: 이 글은 <새콤달콤한 세계명화 갤러리>(길벗어린이)에서 일부 발췌 수록한 것입니다.
글과 도판은 길벗어린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싣는 것이며, 본 내용은 저작권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