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도사들의 영어공부 칼럼 (이보영EBS강사)
영어를 잘하려면 2
"도전하지 않으면 영어는 오지 않는다" 이보영씨는 EBS의 인기있는 영어 강사이다. 미국이나 영국에서 살지도 않았으면서 나름대로 철저한 노력으로 오늘날 ‘한국에서 영어를 가장 잘하는 여성’으로 꼽히고 있다.
주변의 직장인에게서 “하아, 참. 나도 이거 어떻게든 영어 공부를 시작해야 할텐데...”라고 고민하는 목소리를 흔히 들을 수 있다. 그리고 며칠 있다 보면 “나 근처 학원에 등록을 했어. 기초회화반이라는데 뭐 한동안 다니다 보면 뭔가 결과가 있겠지”라고 자신있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몇달 뒤 다시 만나면 무엇엔가 잔뜩 화가 난 기색으로 “어이구, 우리나라 영어 교육은 도대체 어떻게 되고 있는 거야! 학원에서 제대로 가르쳐주는 것도 없고 이거 돈만 날린 것 같아서 원!”이라고 푸념한다. “그래서 지금은요?”라고 물어보면 “뭐 또 다시 방법을 찾던지 해야겠는데, 지금으로선 좀 쉬었다 하려고”라고 대답한다.
안됐지만 이런 분은 과연 영어를 정말 공부하려는 의지가 있는건지, 있다면 어느 정도로 진지한 것인지 되묻고 싶어진다. 일단은 확실하게 영어를 공부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분명한 동기나 목적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사실 직장인만큼 영어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는 경우도 드물다. 당장 상사의 주문으로 외국 거래처에 서신을 띄워야겠는데, 그것도 늘 하던 식의 물품 주문서 정도가 아니라(이러한 서식은 사실 어느 정도 형식이 갖추어져 있으므로 오히려 덜 어렵게 느껴진다) 왜 주문 날짜에 제때 물건이 도착하지 않는지, 도착한 물품에 왜 이런 하자가 생기는지, 더 나아가 앞으로 이런 실수를 더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식의 강한 의지가 담겨야 하는 경우라면 얘기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거래처의 거물급 인사가 온다는데 하루만 시간을 내어 서울 구경을 시켜주려면 뭔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얘기를 나눌 수 있어야겠는데 난감한 경우도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젠 정말 ‘남이 하니까 나도 해야겠다’는 식의 안일한 생각은 빨리 접어야 겠다. 정말 무언가 분명한 목적을 갖고서 확실한 성과를 염두에 두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다면 단순히 학원에 등록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자투리 시간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내가 먼저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영어 공부를 하겠다는 쪽으로 생각과 각오를 달리할 필요가 있다.
가령 아침에 일어나면 영어 방송이 나오는 TV나 라디오를 켠다. 그냥 틀어놓기만 하는 것으로 막연히 실력 향상을 기대해서는 안되고 ‘내가 영어 안에 있다’는 것을 의식적으로 느끼면서 머리 속에 있는 영어 회로를 틀어 ‘이제부터 영어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영어가 가지는 고유한 리듬감을 익혀야 한다. 점차 수준이 향상되면 좀더 들리는 내용에 귀를 기울여 ‘이해하려는’ 차원으로 넘어갈 수 있게 된다.
다음 출근길. 운전을 한다면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영어학습 오디오 테이프를 틀어놓고(이때 며칠 동안 같은 내용의 것을 반복해서 듣되 들을 때마다 접근법을 달리하며 듣는다) 큰소리로 따라 말하는 연습을 계속한다. 점심시간이 되면 조금만 시간을 내어서 아침에 들었던 내용을 글로 다시 확인한다. 그런 다음 같은 내용을 반복해 들어보라. 내용은 물론이고 단어나 숙어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질 수 있고 나름대로 요약 정리를 해볼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 이런 작업이 너무 지겹다고 느껴지면 관심이 있는 분야의 글을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읽거나 간단한 에세이를 느긋하게 읽는데, 이때에도 역시 소리를 내어 읽으면서 문장 하나하나가 어떤 형식으로 짜여져 있는지 눈여겨 보는 것도 좋다.
퇴근길. 이제는 조금 여유있게 팝송을 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또는 그다지 내용이 무겁지 않은 에세이(‘내 영혼의 닭고기 스프’ ‘리더스 다이제스트’ 류)가 오디오 북으로 나온 것을 (대형 서점에 가거나 인터넷으로 구입이 가능하다) 슬슬 들어보면 어느 샌가 영어 자체보다도 그 안의 감동적인 스토리에 심취하는 자신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 같은 내용을 또다시 들어보면 처음 들었을 때 놓쳤던 부분이 의외로 잘 들리는 경우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주말.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영어 동아리 모임에 나가본다. 거기에 가보면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들에게서 자극을 받을 수 있고(이러한 자극은 공부를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또 나보다 잘못하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는 것을 느끼며 일종의 용기도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실제로 발휘해보고 스스로 자가 진단할 수 있는 기회가 되므로 적극 권하고 싶다. 여기에다 짬을 내어 학원에 다니면서 자기의 영어실력을 객관적으로 점검받고 다시 공략할 바를 전략적으로 계획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겠다.
정리해보면 영어를 향해 언젠가 내 쪽으로 다가와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영어쪽으로 내가 스스로 적극적으로 다가가려는 자세가 관건이라고 하겠다. 수영을 잘할 때까지 절대로 풀장에 들어가지 않고 영어를 잘할 때까지 절대로 영어로 얘기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되지 말기를 바란다.
출 처: 주간조선 2000.10.26 /16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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