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정식 ‘칠량’
한정식은 손이 많이 가는 상차림이다. 나물무침 하나 그릇에 담아내는 데도 여간 잔손이 많이 가는 게 아니다. 그 때문에 전 한 점 곱씹으면서도 그 안에 감춰진 정성을 음미하게 된다. 어머니의 따사한 손맛을 느끼면서 말이다. 이제는 전통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어진 서울 강남에서 남도의 그 살아있는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강남구 청담동 신영빌딩 지하에 위치한 한정식집인 칠량은 전라남도 강진의 농어촌 마을이기도 하다. 담백하고 정갈한 한정식을 선보이는 칠량은 남도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도 덤으로 판다. 모든 그릇은 옹기와 도자기만을 사용하는데 칠량면에 사는 무형문화재 37호인 정윤석,정영균 부자의 손끝에서 탄생한다. 음식에 정성을 담는데 그치지 않고 음식을 담는 용기에도 마음을 썼다. 눈길 닿는 곳마다 기품있는 청자와 백자가 궁 안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 게 한다.
칠량의 모든 식재료 또한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다. 물은 지장수요,쌀은 우렁이 농법으러 지은 쌀이다. 정윤석 장인의 손에서 300번 이상 거쳐 만들어진 참황토에서 나온 지장수는 몸안의 독을 해독하는 영약 중의 영약. 식탁은 유기농 농토에서 재배한 콩,고추,콩나물 등과 양식장에서 기른 굴,꼬막,매생이 등으로 풍성히 차려진다. 설탕 대신 당뇨환자에 좋은 조청을 사용하고,조미료로는 유자잎을 시루에 쪄서 가루를 낸 것과 한방 약재,무,다시마 등을 삶아낸 물을 쓴다.
전량 일본에 수출하는 검은 바지락으로 된 완자와각탕은 고소하고 꼬들꼬들한 맛이 좋다. 물에 불은 바지락이 아닌 생바지락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겨울철에는 살아있는 백합에 쇠고기완자의 담백함을 맛볼 수 있는 완자백합탕이 좋다. 재래식 시루에다가 볏짚을 태운 재를 뿌리고 콩 한켜를 넣고 직접 키운 자연식 콩나물로 만든 국도 시원하고 상쾌하다. 맛은 고기맛인데 향은 유자 냄새가 나는 쇠고기 유자 석쇠구이는 칠량에서만 맛볼 수 있는 최고의 별미.
가마솥에 불을 때 소주고리에 누룩을 끓이면서 한방울 한방울 떨어지는 칠량주도 꼭 맛봐야 할 메뉴. 칠량은 지난 9월 오픈했지만 10월에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사무총장이 다녀갈 정도로 한국의 맛과 문화를 전파하는 곳으로 이름나 있는 곳이다.
▲메뉴=완자와각탕 1만2,000원. 매생이국 정식 1만4,000원. 청포묵 탕평채 1만5,000원. 칠량두부와 삼겹살의 재래식 고추장무침 2만원. 갈비찜 정식 1만5,000원. 쇠고기 유자 석쇠구이 3만원. 간장게장 정식 3만원. 홍어찜 3만5,000원. 코스요리 4만5,000원∼12만원(02-516-7095).
발췌:스포츠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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