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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5년여에 걸친 소백.지리지구 빨치산 토벌전에서 피아 2만의 생명이 희생된, 그 처절함이 세계 유격전 사상 유례를 보기 드문 사건에 실록 하나쯤은 남겨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 남부군 저자 고(故) 이태 - "남부군..." 88년 군대시절 서울 교보문고에서 잠깐 읽어 내려가다 귀대 시간까지 놓치게 한 한권의 책 이름이다 어릴적 어른들로부터 듣고 자란 지리산의 아픈 전쟁의 역사를 분식(粉飾)없는 적나라한 사실의 기록으로 생생하게 표현해 내는 것이 분명 "태백산맥. 토지"와는 판이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또 읽고.... 언젠가는 한번쯤 소설속의 주인공처럼 똑 같은 그길을 걸어 보며 "살고자 하는 것"에 대한 그네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몸소 느껴도 보고 싶었다 그래서 오늘도 두어번은 나누어야 할 산행길을 혹사해 가며 지금은 흙이된 저자의 과거를 대신 회상해 보려한다.... 저녁나절.... "아들아!" 또 다시금 홀로 산행을 떠난다 하니 어머님이 평상에 불러 앉힌다 "꼭 가야겠나?" "어무이 저번에도 말씀 올렸듯이 아직은 자신감이 있을 때 돌아 볼랍니다" "알겠다! 니 마음이 그러하니 알겠고 .... 물 한모금 밥 한숟가락 뜨기전에 꼬~옥 "개시례"하거라.... 어느곳 한곳 소흘한데가 없다~! 아이고~오! 만다꼬 저 무서번데를....." <<덕교~감투봉~마근담~쑥밭재~달뜨기능선~웅석봉~왕재~밤머리재 9시간소요>>
내일이면 오를 감투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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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점을 잡다 산행 전날 삼년 넘게 장롱속에 묵혀둔 총을 꺼집어 내어 영점을 잡아 본다 무섭거로 ....산행에 무슨 총이나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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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산행 피톤치드 가득한 솔밭길을 오르다 일주일이 멀다하고 내달려가는 지리산 동남부능선... 뭐가 그래 마음이 들뜬지 선잠을 자고서도 몸이 가볍다 잠시 들른 마을 구멍가계 아제..... 걱정이 태산이다 "저기 눈이 쪼맨해가 어릴 때부터 겁이 엄더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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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향기도 잠시... 7부능선 산중턱이 얄궂다... 쪼매 전까지 한 덩치 하는 멧돼지넘이 삽질을 했는지 흙이 습한 듯 뽀송하다 8부능선... 낙엽 쌓인곳은 마치 밭을 쟁기로 간 듯 뒤집혀져 있다 땔감을 나른지가 20년이 다되어 가면서 찾는 이가 없고 잘 안 알려진 코스이니 인기척에 멧돼지 큰넘 두 마리 새끼 3마리가 양쪽 계곡으로 눈썹 희날리도록 내달린다 왜... 총을 준비 하시냐교? 5년생 숫돼지나 새끼 딸린 어미 멧돼지와 맞주쳐 본적 있으신가요? 상상을 초월하는 두려움이 있다 그땐 사람이 먼저 줄행랑 치는 것이 사는 길이니... ^^* 놀란 숨을 몰아쉬고 위협 사격으로 하늘을 향해 총을 한방 쏜다 에어 터지는 소리가 제법 날카롭다 *절대 모르는길 홀로산행 삼가 하시고 특히 7~9부능선은 무조건 피하십시오 녀석들이 쫘~악 깔렸더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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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목을 축이고 있으니 불과 30센티도 안되는 거리에서 독사 한 마리가 갈길을 비켜준다 월매나 깜짝 놀랐는지 .... 그냥 갔더라면 ... 가슴이 벌렁 벌렁..... 계속되는 산행에 독사 두 마리 커다란 꽃뱀 한 마리... 바위틈에 쉬고 있으니 전체가 노란 뱀 새끼 한 마리 뒹굴다 싶게 돌밭길을 내려간다....(구렁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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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인지 아닌지.... 옛날 ... 사람들이 오르든 길은 흔적 없고 토박이인 나도 헷갈릴 만치 잡목이 무성하다 나무 틈 사이로 보이는 감투봉을 곁눈질 해가며 어림짐작으로 오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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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투봉에는 감투가 없다 드디어 그 무서번 녀석들을 만나가며 오른 감투봉..... 자세는 멋있는데 속내는 혹시? 발아래 잡목속에서 뱀이나 벌들이 있지 않나????? ㅜㅜ 밖깥 풍경이 보이지 않게 자란 참나무들을 뒤로하고 얼릉 얼릉 산행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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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근담 계곡.... 멀리 이방산이 보이고 능선까지 만들어진 소방 임도가 속상하다 여기서도 잡풀 사이에서 부시럭 거리는 것이 똥꼬가 급나게 땡긴다..... 얼릉 얼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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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밭실골과 홍계 달뜨기 능선 초입 그러니까 딱밭실골 삼거리 도착 즈음하여 겨우 하늘이 열린다 반대편이 청계(단석사지)동네 뒷산.. 퇴로가 막힌 북한군이 원지~청계(단석사지)~딱밭실골~홍계숲~죽전~평촌~소막골(대원사매표소)~유평~조개골 로 향했던 코스이고 식량을 구하기 위해 청계.길리.칠정.구만.소리당으로 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루트 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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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리버섯 잡나무 잎사귀 사이 참나무 뿌리 근처에 싸리버섯이 반갑다 급한 산행이면 놓칠 법도 한 녀석이니...... 우쨋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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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뜨기 능선에 도착하니 잡풀이 무성하고 넝쿨 나무가 제법 군락을 이룬다 혼자서는 제일 가기 싫은 곳이다 멧돼지가 쳐다 보는 듯도 하고.... 당쵀 땅이 보이질 않으니...... 여기서부터 웅석봉까지 등산로길 한가운데 짧게는 20미터 길게는 100~150미터 간격으로 변무더기가 수북하다 제법 큰 멧돼지 녀석이 간간히 오르는 등산객이 성가신지 아주 제대로된 영역 표시를 했다... 딱 두 번 밝았다 젠장! 불과 60여년전 웅석봉~달뜨기~딱밭실~이방산 능선은 토벌대에게도 빨치산에게도 어느 누구 양보할 수 없는 루트였다 능선 하나로 토벌대(특공대)는 지리산 초입인 홍계 삼장 대원 내원(장단골) 시천 중산리등을 포괄 통솔 할 수 있었고 빨치산에게는 원지 산청 단계 수곡등 식량과 군사정보를 얻을 수 있는 출구였으니 가장 많은 피 비린내를 풍긴 동부능선 줄기 중의 하나 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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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석봉 냐하하~ ! 드디어 6시간 10분만에 웅석봉 도착... 월매나 기분 째지든지 감투봉 오르다 나뭇가지에 걸린 안경이 부러지면서 뵈는게 흐릿하지만 그래도 좋아 죽겠다 ^^* 3~4시간 산행에 정상오른 아저씨들에게 멧돼지를 만나가 일전을 벌이다 안경이 부러졌다고 구라치며 부러진 안경을 눈에 갔다 대었다 말았다..... 근데 안 믿더라구 ㅜ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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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골 곰이 떨어져 죽었다는 바위.. 문디 자슥이 저기서 만다꼬 깝죽대다 떨어져가 전설을 만드노? 고마 내한테 쓸개 줬으모 먼당에 동상이나 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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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진고속도로 산청터널과 유유히 진양호로 흘러가는 경호강 곰골 넘어 지리산..... 천왕할매는 뭐가 그래 부끄러번지 아직도 뿌연 안개만.... 섭섭거로 |
싸리 버섯을 어쨋냐고?? 복짝 복짝 끓고 있는 라면에 싸리버섯을 한움큼 넣으니 참나무 향이 나는 듯도 하고 흙냄새도 나는 듯도하고... 라면특유의 기름기 맛이 없고 담백하다.... 저거 한그릇 뚝딱하고 밥을 한그릇 또 말았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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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머리재로 향하면서 바라본 웅석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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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머리재와 왕등재 ... 동부능선이 희미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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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을 하니 홍계가 고향인 일규란 칭구가 대기중이다 고맙거로..... 그기다 냉커피 한잔 먹여주니 9시간 산행의 피곤함이 솜녹듯하다... 담주.... 밤머리재를 시작으로 도토리능선~ 왕등재~고산분지~새제~유평으로 코스를 잡으면 동부/남부능선은 마무리 되는 듯하다 그땐 18세 청년 울 아부지의 목숨 내건 빨치산 탈주 이야기를 담을 수 있지 않나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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