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효숙의 3관왕, 로드의 여왕 이슬, 멋진 은메달 남유종"
로드 대회 둘째날, 500m 주니어 남녀 예선을 시작으로 또다시 뜨거운 열전의 날이 열렸습니다. 아쉽게도 한국 선수들은 로드 단거리 500m 결선에 진출하지 못했습니다.
오후 4시부터 시작된 결승전.
20,000m 제외경기. 한국의 이슬, 강유진 출전. 주니어 여자부에서 또 하나의 값진 금메달이 나오는 순간이었습니다. 무리없이 순조로운 스타트로 경기가 시작되었지만, 어제 10,000M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우리 한국의 이슬 선수에 대한 경계와 눈치 작전이 역력히 보였습니다. 강유진 선수는 초반부터 여러차례 어택을 시도하며 다른 팀들의 혼을 빼놨습니다. 미국, 콜롬비아, 이탈리아가 게임 중반까지 선두에서 게임을 풀고 한국의 두 선수는 엄청난 몸싸움 속에서도 선두팩에 함께 가며 여유있는 플레이를 했습니다. 지나친 몸싸움에 조금 거세게 반응한 강유진 선수가 심판들의 눈에는 몸싸움을 주도한 것으로 보여 경고 하나가 주어졌지만,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한국의 어택-호흡조절-어택-호흡조절을 반복하며 피니쉬 대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게임 내내 최선을 다하며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었던 강유진 선수는 10바퀴를 남기고 갑자기 지쳐가기 시작했고 아쉽게도 제외되고 말았습니다. 경기게 "제외" 경기이니 만큼 피니쉬까지 제외없이 안전히 레이스를 해야했습니다. 김기홍 로드팀 감독은, "3,4 코너에서 아웃코스로 넘어오란말이야! 피니쉬는 아웃에서 안전하게 타야지. 계속 기억해!"라고 계속 라디오로 주문을 넣었습니다.
강유진 선수가 제외된 상황에서 콜롬비아, 독일, 이탈리아, 칠레의 강력한 우승후보들과 경쟁해야 했던 이슬 선수는 이를 악물고 레이스를 펼쳤습니다. 그러던 중 3바퀴를 남기고 칠레 선수가 4코너에서 넘어지며 제외가 되었는데, 본인이 생각해도 너무나 억울했던 나머지 엉엉 울고 말았습니다. 선수로서의 강한 승부욕과 실수에 대한 후회가 칠레선수의 가슴을 울렸을 것은 당연합니다. 보는 저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제 두번째 남은 랩을 돌고, 드디어 마지막 종이 울렸습니다. 1코너 돌아가기까지 다들 눈치를 보다, 2코너를 빠져 나오자마자 콜롬비아가 먼저 치고나오기 시작했고 두 스탭 뒤부터 튀어나가는 콜롬비아 선수를 따라잡기위한 이슬 선수의 역주가 시작되었습니다. 독일도 함께 스프린팅을 시작했습니다. 직선주로가 끝나갈 즈음 이슬 선수는 콜롬비아 독일 선수들을 제치고 있었고 3,4코너를 리드하며 피니쉬 라인으로 질주했습니다. 세 선수가 넓게 벌어져 각자 스프린팅을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이슬 선수, 주니어 로드의 여왕! 두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이슬. 정말 독하게 달리더군요. 자랑스러웠습니다. 독일의 마리케 덤 선수가 은메달, 콜롬비아의 멜리사 라미레즈 선수가 동메달을 가져갔습니다.
주니어 남자. 곽기동 심인기 출전.
선두를 달리던 스페인, 콜롬비아는 눈에띄게 몸싸움을 많이 했습니다. 주니어 장거리 챔피언인 벨기에 바트 선수를 경계하는 플레이도 당연했습니다. 몇 바퀴를 지날때 마다 계속되는 크래쉬로 선수들이 트랙에 넘어지고 살이 까지고, 크래쉬가 있을 때 마다 관중석에서는 "오우~노우~"가 연발이었습니다. 한국의 곽기동 심인기 선수도 바트와 함께 선두에서 여유있는 플레이를 했고, 메달권에 들 수 도 있겠다 싶을 만큼 믿음직하게 경기를 풀어나가고 있었습니다. 콜롬비아, 벨기에, 이탈리아, 한국이 계속 선수권 차례를 바꿔가며 리드를 했고, 14바퀴가 남을때 까지 특별한 브레이크어웨이나 어택없이 순조롭게 경기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던중 6바퀴를 남기고 곽기동 선수가 피니쉬를 앞두고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곽기동 선수는 제외 되었고, 심인기 선수가 마지막 5명에 홀로남아 벨기에, 이탈리아, 콜롬비아 최강의 주니어 선수들과 대등한 플레이를 하며 메달의 희망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마지막을 알리는 종이 울렸고, 그 마지막 한 바퀴를 전력질주하여 3위안에 들어오면 메달은 그의 것이 되는 겁니다. 아쉽게도 마지막 스프린팅에서 바트의 벽을 넘지 못하고 5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금 - 바트 스윙스(벨기에) 은 - 리카르도(이탈리아) 동 - 안드레아 안드레오티 (이탈리아)
500M 결승
아쉽게도 한국 주니어 선수들은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습니다.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미국, 벨기에 4개국에서 단거리의 메달을 모두 가져갔습니다.
주니어 여자
금 - 카롤리나 마가나(콜롬비아) 은 - 빅토리아 로드리구에즈(아르헨티나) 동 - 마리아 리차드슨(미국)
주니어 남자
페드로 카우실(콜롬비아) 은 - 세바스찬 아르체(콜롬비아) 동 - 바트 스윙스(벨기에)
벨기에의 바트 선수. 어제도 말씀 드렸다시피 장단거리가 모두 가능한 선수로, 20,000m 경기를 마치고 20여분 후에 500m 결승을 또 뛴겁니다. 정말 대단한 선수죠. 벌써부터 바트 선수에 대한 스카웃 이야기로 프로팀들이 시끌시끌합니다.
10,000m 포인트 시니어
시니어 여자부.
우효숙, 최정화 선수가 출전.
뉴질랜드의 니콜 벡 선수는 어제 몸싸움에서 너무 지쳐, 이번 경기에는 초반부터 치고나가 포인트를 쌓아두겠다는 작전으로 초반전에 돌입했고, 1위로 경기를 풀어가고 있었습니다. 반면 경기전 우효숙 선수는 중반부터 치고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16바퀴를 남길때 까지도 우효숙 선수는 무리하게 포인트를 따지 않고 차분하게 기다리며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니콜 선수는 콜롬비아 선수가 뒤에서 잡아 당겨 피니쉬를 앞두고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얼른 일어나 악착같이 메인 팩을 따라 붙었지만, 이미 100m가 넘게 벌어져 있었습니다. 관중석에서는 콜롬비아에 경고를 주지 않는다고 야유하는 사람, 니콜 벡이 어서 메인팩에 붙어갈 수 있기를 바라며 응원하는 사람들로 시끌시끌 했습니다.
우효숙 선수는 15바퀴를 남기고 부터 연속 두 랩을 1위로 통과하며 포인트를 따기 시작했습니다. 우효숙 선수가 앞으로 치고 나가면 최정화 선수는 뒤에 남아 다른 선수들이 따라 나가지 못하도록 저지하며 팀 플레이를 했습니다. 독일 선수가 우효숙 선수를 따라잡기 시작했지만, 우효숙선수의 공격은 지칠줄을 몰랐습니다. 그 가느다란 몸에서 어떻게 저런 파워와 스피드와 지구력이 나오는지 눈으로 보고 있었지만 믿기 힘들 정도 였습니다. 포인트는 차곡차곡 쌓여갔고, 7바퀴가 남은 상황에서 대만의 황유팅의 브레이크어웨이, 6바퀴를 남기고 중국의 인라인 스타 꿔단의 어택! 두 바퀴동안 호흡조절에 들어간 우효숙 선수는 다시 5바퀴를 남기고 브레이크어웨이로 질주를 시작했고, 그 누구도 따라 잡을 수 없을 만큼 앞으로 앞으로 전진했습니다. 매우 안정된 자세로, 아주 자연스러운 푸쉬로. 힘들어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즐기는 듯 보였습니다.
중국의 꿔단과 우효숙 선수는 서로 한번씩 끌어가며 메인 팩에서 150m 정도 떨어져 나와 경기 마무리에 들어갔습니다. 마지막 바퀴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다시 전력질주 모드로 들어간 두 선수. 3,4 코너로 들어가자마자 우효숙선수는 이미 1위로 골인 할 것이 확실해 보였고, 영광의 세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며 관중석을 들썩이게 했습니다. 꿔단은 메달에 목말랐던 중국팀에 첫 메달인 은메달을 안겨줌으로써 행복한 밤을 맞이했습니다. 동메달은 대만의 황유팅 선수가 차지했습니다.
이로써 아시아의 막강 여성파워를 전세계에 보여주는 경기가 되었습니다. 최종 5명중의 4명이 아시아 선수들이었습니다. 대만의 간판스타 판리친은 5위로 경기를 마무리 했습니다.
우효숙 최정화 선수는 한국에서도 청주시청 같은팀에 속해 호흡을 많이 맞추어 왔습니다. 두 선수의 팀플레이로 또 하나의 멋진 승부극이 만들어 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최정화 선수. 국내 대회보다 해외 대회에서 그 플레이가 더 돋보이더군요. 해외체질인가 봅니다. *^^*
금 - 우효숙, 20포인트 (한국) 은 - 꿔단, 7포인트(중국) 동 - 황유팅, 6포인트 (대만)
시니어 남자부.
남유종, 현승봉 출전
칠레팀의 공격을 스타트 총성이 울리자마자 부터 였습니다.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미국도 초반부터 거세게 몰아붙였고, 매 바퀴가 스프린트 대결이었습니다. 정말 치열하고 정말 스피드가 넘쳤습니다. 포인트를 따야하는 만큼 피니쉬라인에서의 런지(슈팅)와 전력질주가 관건이었습니다.
베네수엘라의 호세 바스티다스 선수의 플레도 돋보였고, 미국의 조이 만티아 선수의 플레이 역시 눈에 띄었습니다. 남유종 현승봉 선수는 중반까지 특별한 어택없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0바퀴를 남기고 다시 미국 이탈리아 독일 네덜란드의 브레이크어웨이가 시작되었고, 7바퀴를 남기고 부터는 드디어 두 한국 선수들의 거친 공격이 시작되었습니다. 남유종 선수는 스프링을 발에 달고 달리는 듯 앞으로 쭉쭉 전진. 한승봉선수는 뒤에서 다른 국가의 경쟁자들을 컨트롤. 남유종 선수는 포인트를 계속 모으며 마지막 바퀴까지 그대로 달려갈 태세였습니다.
이제 4바퀴라 남은 상황. 뉴질랜드의 쉐인 도빈과 레이언이 남유종 선수를 따라잡고 있었습니다. 세 선수가 선두 팩에서 달리고 있었습니다. 두바퀴가 남았습니다. 남유종 선수는 1위로 통과하며 또 포인트를 쌓았고, 금메달이 눈앞에 보였습니다. 한국팀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마음을 졸이며 남유종선수를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한바퀴를 남긴 상황.
미국의 조이 만티아 10 포인트, 한국의 남유종 13포인트. 남유종 선수의 금메달이 확실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한 바퀴에서 남유종선수는 조금 갑자기 지치기 시작했고, 그동안 메인팩에서 페이스를 조절하던 조이 만티아 선수가 갑자기 튀어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쉽게도 조이 만티아 선수가 1위로 골인하며 3포인트를 따는 바람에 남유종 선수와 동점이 되었고, 경기 규칙상 동점자가 나올경우 피니쉬라인을 먼저 통과한 사람이 승자가 되므로 안타까갑게도 남유종선수는 금메달을 조이에게 내어주고 말았습니다.
금 - 조이 만티아, 13포인트 (미국) 은 - 남유종, 13포인트 (미국) 동 - 호세 바스티다스, 7포인트 (베네수엘라)
그렇지만 한국 남자 장거리의 자존심을 보여준 남유종 선수의 멋진 플레이는 아직도 제 심장을 두근거리해 합니다. 함께 응원하는 동료선수들. 코치들. 특히 대한롤러연맹 핸섬가이 신준설 전무님. 비디오를 찍으시면서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셨습니다. 한국 선수들이 이미 오늘 밤 금을 두 개나 땄는데다 남유종 선수까지 금메달이 눈앞에 왔다갔다 하니 너무 행복하셨던 것 같습니다. 작은 모니터를 보여 비디오 촬영을 하시느라 경기도 제대로 관람하지 못하셨지요.
모든 경기가 끝나고, 우효숙선수가 저를 부릅니다. 통역을 좀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우효숙 선수 부상당한 상처를 치료하는 니콜 벡 선수에게 다가가서 이런 격려를 하더군요.
"올 해는 운이없어서 니가 넘어졌지만, 내년 세계대회때는 니가 날아다닐꺼야. 상처치료 잘해."
가슴이 벅차 올랐습니다. 강력한 라이벌이면서도 좋은 친구 사이인 두 선수. 이 이야기를 하고 우효숙 선수는 자리로 돌아갔고, 니콜 벡 선수는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유일하게 반칙이나 불필요한 몸싸움 없이 정정당당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는 우효숙 밖에 없었어. 정말 대단한 선수야."
이제 로드의 마지막 하루를 앞두고 있습니다. 시니어 500m와 5000m계주경기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한국의 메달보가 터져주기를 간절히 기대해 봅니다.
곧 사진과 비디오를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